“D+ 등급 학생이라는 낙인이 걱정된다”
  • 글 함희주 | 강대신문 편집장, 정리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9.16 19:41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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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등급 평가받은 강원대 학생들의 울분

[편집자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발표한 후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 관계자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인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하위 등급 대학을 다닌다는 ‘죄’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등에서 제재를 받는 그들이 사실 심각한 피해자다. 특히 지방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하위 등급을 받은 강원대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강원대 학보 ‘강대신문’의 함희주 편집장이 보내온 한 편의 글에는 그들의 혼란과 울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립대 유일의 부실 대학.’ 지금 강원대 학생의 현주소다. 캠퍼스 곳곳에는 ‘거부 대학 평가! 쟁취 대학 민주화!’ ‘국립대 암살하는 교육부는 각성하라, 대학 개혁 직선제가 정답이다!’ 등 교육부를 비난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활기 넘치던 보통 때와는 사뭇 다른 새 학기의 시작이다.

강원대는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D 등급을 받았다. ⓒ 강대신문 제공

하위 등급 결과를 두고 교수들은 강의 시간에 분개하거나 교육부에 화살을 돌리면서 울분을 토한다. “하위 등급을 받았어도 학교 운영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하는 교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겐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총학생회는 9월3일 ‘2015학년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학생총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학생총회는 재학생 10% 이상이 충족돼야만 공식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 2011년 구조개혁 중점 대학교로 선정됐을 때 학생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인원 미달로 무산된 적이 있다.

전체 학생의 10%라는, 얼마 안 될 것 같은 숫자가 1만5000명 중 1500명으로 바뀌면 만만치 않은 숫자가 된다. 하지만 9월3일 오전 11시, 학생총회가 개최되는 대운동장에 준비한 1600개의 좌석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원 수만 2000명이 넘었다. 예상과 다른 모습에 보직교수들은 놀란 눈치였다.

총회가 시작되자 본부 측을 대표해 나온 강용옥 강원대 부총장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자리에 앉아 있기가 참담하다. 학교가 이런 상황에서 사퇴를 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지만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측은 희망적인 논조로 학생들에게 브리핑을 해나갔지만 학생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들어 걱정하는 바를 털어놓았다. 바깥의 시선이었다. 한 학생은 “아무리 우리가 자긍심을 가진다고 해도 밖에서는 단순히 부실 대학일 뿐”이라고 말했다.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는 3~4학년의 경우에는 심리적 압박이 더욱 컸다. 1차 평가가 나온 뒤 면접을 보러 간 한 학생은 “예비 하위 그룹에 속했다는 것만으로 인사담당자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총회는 오히려 더 많은 걱정만 남겼다. 하위 평가를 받은 원인에 대해서는 해답을 구하지 못해서다. 강원대가 받은 ‘D+ 등급’의 피해는 이제 고스란히 학생들이 져야 할 몫이 됐다. 그 여파 또한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현재 가뜩이나 해결할 게 많은 청춘인데 해법을 찾기 어려운, 또 하나의 난감한 숙제가 발등에 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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