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금융위는 석고대죄 해야 한다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5.09.16 20:37
  • 호수 13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어두운 측면이 다시금 언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은 부실 기업 관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산업은행이 대주주이자 채권자로서 재무책임자를 일상적으로 임명하면서까지 이 회사를 관리했는데 분식회계에 가까운 회계 부실이 드러났다는 점과, 금융 감독의 총책임자인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12.2%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 회사의 부실을 막는 데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우선 석고대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회·감사원·검찰 등 제3의 기관이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일이 참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느니, 민간의 구조조정을 장려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석고대죄 해야 할 금융위원회가 오히려 개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위헌 시비 때문에 한시법으로 만들어서 초라하게 연명해오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말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기촉법은 마땅히 폐지해야 하고,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특권적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금융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기촉법은 금융 관료가 금융기관을 중간에 내세워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악습을 공식화한 것이다.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구체적 수단은 금융기관에 ‘노란 봉투 나눠주기’ 등 직접적 압박, 부도유예 협약, 대주단 협약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왔다. 그러나 그 본질은 동일하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장악력 유지다.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아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그 산 증거다.

기촉법 중심 구조조정에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조정이 관치의 대상이 되면서 구조조정의 시점과 형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좀비 기업의 구조조정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거나, 때로는 금융기관의 희생이 일방적으로 강요될 수 있다. 결국 기촉법 중심의 구조조정은 투명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촉법은 폐지하고 기업 구조조정은 법원이 주도하는 통합도산법상의 절차에 의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사건이 많아질 경우 도산법원을 설립해 대처 능력과 판결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간 구조조정 기구들이 법원의 기업 매물을 두고 경쟁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이것이 대우조선해양이 우리에게 웅변으로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