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종업원은 갑 직원에게 친절해야 한다”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09.17 11:15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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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용역직에 ‘갑질’ 심각...시중 시급 7056원 맞춰주는 곳도 없어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청사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여금 400% 지급과 적정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을의 모든 종업원은 발주회사 직원에 대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갑의 직원 등으로부터 3회 이상 불친절하게 적발된 종업원을 을은 교체해야 한다.

[한국중부발전, 본사 사옥 청소 과업지시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공공기관들의 간접고용·비정규직 차별 행태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과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의원이 공동으로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들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실태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들의 용역근로자 과업지시서에 불공정 조항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소관 40개 공공기관 중 관련 자료를 제출한 23개 에너지 공기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시행현황을 보면, 시중 노임단가인 시급 7056원을 적용해 임금을 지급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중 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유사직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이다. 올해 기준은 7056원이다.

전력거래소·가스공사·가스기술공사·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 원자력환경공단·중부발전·지역난방공사·한전KDN·전기안전공사만이 상여금 및 수당으로 시중노임단가를 맞추고 있었다.

일부 공공기관은 용역근로자에게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일상적인 청소를 실시할 때 직원이 불결하거나 미비하다고 판단, 재청소를 지시할 때는 시간, 횟수에 관계없이 재청소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중부발전 역시 ‘을(용역업체 포함 용역근로자)의 모든 종업원은 갑(전력기술직원)의 직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갑의 직원 등으로부터 3회 이상 불친절로 적발되면, 을(용역업체)은 종업원(용역근로자)을 교체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청소용역 과업 지시서를 적용하고 있다.

전정희 의원은 “공공기관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그룹인 용역노동자에게 갑질을 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근대적인 과업 지시서를 당장 폐기하고 용역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근로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특허청 소관 17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당 을지로 위원회와 함께 계속 조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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