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KBS 영향력·신뢰도 1위 ‘2관왕’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9.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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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독률 1위 첫 등극…‘올라가는 JTBC’ ‘추락하는 MBC’

9월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포털 사이트 임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윤영찬 네이버 대외담당 이사와 이병선 다음카카오 대외협력 이사는 이날 국감장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감은 시작됐고 증인들을 향해 매서운 질문이 날아들며 대(對)포털 공격이 시작됐다. 원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이었지만 이날의 메인은 사실상 포털, 특히 1위 업체 네이버였다. 포털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총대를 멨다.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야기는 정재찬 공정위원장 쪽으로 향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독점력을 가지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아닌 ‘지네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정위에 대한 국감은 이내 포털의 독점을 제재할 건지를 공정위에 묻는 자리로 바뀌었다. 정 위원장은 “점유율을 봤을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한다면 제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의 의지가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뉴스 서비스’를 걸고 나왔다. “뉴스를 네이버 직원이 배치하기 때문에 정보가 왜곡되고 있고,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지방선거·총선·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권은 포털을 매번 되풀이해 압박해온 전례가 있다. 그리고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치러진다. 포털 관계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올해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의 언론 매체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조사는 이런 예민한 시기와 맞물려 실시됐다. 국감장의 풍경을 서두에 끄집어낸 건 가장 눈에 띄는 결과를 낸 곳이 ‘네이버’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1위를 해본 적은 없다. 각 분야의 1위는 매년 올드미디어의 차지였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영향력 3위(지목률 30.1%), 신뢰도 6위(11.1%)는 이전과 비슷했지만 열독률에서 처음으로 1위(22.2%)가 됐다. 열독률은 미디어 소비 행태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다. 

© 일러스트 스마일디

요즘 사방에 적이 많은,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1위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을 ‘언론’이 아니라 ‘유통업자’로 봐주길 원해서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를 들은 네이버 측은 침묵을 지켰다. 인터뷰나 코멘트 요청에 “지금 상황이 예민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거 조사를 복기해보면 네이버의 영향력과 열독률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플랫폼이 변했고 네이버에 유리한 환경이 꾸려졌다. 변화된 언론 소비 행태도 포털의 힘을 강하게 만든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는 언론 소비자들이 매체를 보기보다는 바로바로 포털에서 뉴스를 소화하기 때문에 네이버의 높아진 열독률은 영향력이 커지는 효과로 연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포털의 약진 추세는 다음카카오의 결과에서도 증명된다. 영향력 7위, 신뢰도 10위, 열독률 5위다. 특히 열독률은 16.7%를 기록해, 3위 한겨레신문(18.7%), 4위 KBS(16.8%)와 대동소이했다. 김 교수는 “다음카카오도 약진하는 것을 보면 내년에 순위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신뢰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고공비행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매번 언론 매체 조사에서 수위는 주로 KBS 몫이었다. 2013년만 해도 KBS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조금씩 어긋나는 신호가 보였다. 2014년 조사에서 KBS는 영향력에서만 1위를 고수했고, 신뢰도는 2위, 열독률은 3위를 기록했다. 

선전하는 KBS, 추락하는 MBC

올해 조사에서는 KBS가 열독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영향력에서 1위(55.8%), 신뢰도에서도 1위(26.7%)였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긍정적이지 않다. 순위는 수성했지만 지목률은 모두 하락했다. 영향력은 56.1%(2013년)→59.6%(2014년)→55.8%(2015년)로 떨어졌다. 신뢰도는 1위를 차지했지만 38.7%(2013년)→25.8%(2014년)→26.7%(2015년)의 추세를 보여 2위였던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열독률이 네이버, 조선일보, 한겨레에 밀리면서 4위(16.8%)를 기록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KBS가 신뢰도에서 타격을 받은 데는 대략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이길영 전 이사장을 둘러싼 정치적 편파 논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이인호 현 이사장의 역사인식 논란이다. 전·현직 이사장들에 대한 논란이 곧 KBS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저하시켰을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이인호 현 이사장의 역사인식 논란은 프로그램 제작진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와 관련해 안팎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9월10일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대해 평가한 프로그램 <훈장> 제작에 참여한 KBS 탐사보도팀 기자 두 명이 타 부서로 전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을 모두 끝냈지만 아직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 7월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 일본 망명을 타진했다는 뉴스가 단독으로 나왔지만, 막상 뉴스 책임자들은 줄줄이 보직 해임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뢰도 저하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제작이 어렵게 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대안방송 격으로 JTBC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방송 시장에 새로이 등장한 종편 채널 JTBC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급부상하면서 KBS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최고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KBS와 달리 MBC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주목해봐야 할 지표는 신뢰도다. 신뢰도는 언론 매체의 영향력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2010년만 해도 29.7%의 지목률로 신뢰도 1위를 차지했던 MBC였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올해 기록한 신뢰도는 9.4%, 한 자리 숫자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열독률마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올해는 그나마 10위(7.3%)에 턱걸이했다. 

올해 조사에서 MBC의 영향력은 4위(18.8%), 신뢰도는 7위(9.4%)를 기록했다. 과거 영향력에서 KBS·조선일보와 함께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위상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특히 지목률에서 드러나는 영향력의 하락은 심각하다. 2011년 42%, 2012년 30.7%, 2013년 27.4%, 2014년 22%로 급락하더니 올해는 18.8%에 그쳤다. 김창룡 교수는 이런 하락세를 “어마어마한 하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영방송이자 지상파인 MBC가 떨어지는 건 다른 매체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MBC의 급락에는 파행적 경영이 한몫했다. 사내 구성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와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에 대한 무력화 시도 등이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최경진 교수는 “특히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의 프로그램 제작을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그 제작진들을 해고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대단”, 동아일보 “추락”, JTBC “주목”

그 와중에도 꿋꿋이 영향력과 신뢰도, 열독률을 유지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대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드미디어, 특히 신문의 위기가 두드러지는 2015년에도 조선일보는 강했다. 영향력 2위(41.0%), 신뢰도 5위(12.3%), 열독률 2위(20.5%)로 스마트폰 시대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앙일보도 저력을 보여준다. 영향력 6위(10.5%)와 열독률 8위( 10.4%)를 기록했다. 

반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트로이카의 한 축을 이루던 동아일보는 앞선 두 신문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조선과 중앙은 지목률이 조금씩 떨어져도 영향력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지만, 동아일보의 영향력은 추락 중이다. 2011년 11.4%, 2012년 10.7%, 2013년 18.5%, 2014년 10.3%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영향력이 올해는 7.5%(10위)를 기록해 한 자릿수가 됐다. 신뢰도에서는 2011년 7위 이후 10위권 내에서 사라졌다. 열독률도 비슷한 모양새다. 올해는 5.6%로 12위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영향력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향력 면에서 동종 업계 간의 경쟁이라기보다 뉴미디어와 새로 등장한 방송사들에 밀려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게 김창룡 교수의 설명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선전(善戰)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두 신문은 영향력에서는 열세였지만, 신뢰도와 열독률에서 강세를 보였다. 올해 조사에서도 한겨레는 영향력에서 9위(7.9%)였지만, 신뢰도 2위(24.8%), 열독률 3위(18.7%)였다. 경향신문은 영향력에서는 12위(3.7%)였지만, 신뢰도 4위(16.1%), 열독률 6위(14.0%)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영향력의 조·중·동과 신뢰도의 한·경(한겨레·경향신문) 구도는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JTBC는 영향력 6위, 신뢰도 3위, 열독률 8위 등 전 부문 지표에서 처음으로 10위 안에 진입했다. 올해도 강세는 계속됐다. 영향력 5위, 신뢰도 3위, 열독률 7위를 기록하며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주요 매체들을 발아래 두게 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모든 지표가 1~2% 정도로 보잘것없었던 JTBC다. 한 해 반짝이 아닌 2년 연속 상위권 성적을 찍었다는 건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는 주요 매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얘기와 같다.

지난해 갑자기 뛰어오른 성적에 대해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던 언론인 손석희의 브랜드 파워가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구체적으로 검증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결과는 지속 가능성을 검증받은 분위기다. JTBC는 2013년 5월 손석희 사장을 보도부문 책임자로 영입해 방송의 가장 중점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뉴스 보도 영역에서 시청자의 높은 신뢰를 얻는 전략을 펼쳤고 그게 성공했다. 최경진 교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입지를 굳힌 손석희 사장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의 대명사이자, JTBC를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로 급부상하게 한 일등공신이다”고 평가했다.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SNS, 영향력 20위권 내 진입

권력의 견제와 감시에 언론들이 힘들어 하는 현재의 상황도 JTBC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집요하게 보도하고 있는 세월호 이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JTBC의 힘을 보여주는 유효한 증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노력을 인정했다. 다만 JTBC의 강점이 ‘손석희’라면 약점 역시 ‘손석희’다. 김창룡 교수는 “손석희라는 언론인이 떠났을 때 이런 수준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JTBC 외 다른 종편들의 성장은 아직 더디다. 영향력 부문에서는 TV조선이 14위, 채널A가 23위, MBN이 24위를 차지했고, 열독률과 신뢰도에서의 순위는 더욱 낮게 나타났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인 SBS 역시 JTBC 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와 비교해 영향력(11.7%→8.3%), 신뢰도(8.7%→6.4%) 모두 하락했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모두 JTBC의 부상(浮上)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영향력 부문을 좀 더 깊게 살펴보면 YTN은 11위(3.7%)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떨어진 지목률에도 같은 순위를 지켰다. 경향신문, 연합뉴스, TV조선, 매일경제신문이 12~15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이름도 들어 있는데, 언론 매체 영향력에서 20위 이내에 진입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그것이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체가 순위권을 가득 메운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그나마 공동 16위에 이름을 올리며 온라인 매체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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