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의 집사’ 구속 그 파장 어디까지…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09.22 10:06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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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 손동우씨 구속…석연찮은 땅 거래 등 수사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손동우 전 안강농협 이사가 지난 9월17일 구속됐다. 농협중앙회 자회사 농협물류의 협력업체 A사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사업 수주를 알선해주고 수억 원을 챙겨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다. A사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식자재 등을 납품해왔고, 그동안 A사 계열사를 통해 농협물류 농협평택물류센터의 입출고·재고관리 등을 담당해오기도 했다. 농협물류는 그동안 A사에 40%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등 큰 혜택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류업 통상 수익률의 수 배에 달한다.

검찰은 앞서 9월10일 손 전 이사의 자택과 A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손 전 이사를 비롯한 A사 관계자들의 계좌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손 전 이사의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9월15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북 경주에서 손 전 이사를 체포한 데 이어,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전 이사는 17일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해 10월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원병 부인과 한때 급식소 공동 운영

최 회장과 같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출신인 손 전 이사는 농협 안팎에서 최 회장의 ‘집사’ 내지는 ‘금고지기’로 통하던 인물이다. 최 회장과는 1990년대부터 각별한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최 회장의 부인인 손 아무개씨와 지역 중·고등학교 급식소를 함께 운영하고, 경주 시내에서 식당을 동업하기도 했다. 2007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최 회장 당선에 공신 역할을 했으며, 최 회장 당선 이후부터는 서울로 거처를 옮겨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손 전 이사에 대한 최 회장의 신뢰는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배려도 해줬다. 최 회장은 경북도의회 의장으로 있던 2003년 손 전 이사를 도의회 소속 운전기사로 등록했다. 하지만 손 전 이사는 실제 근무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손 전 이사에게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도의회 의장이었던 최 회장의 운전기사는 안강농협 소속이었다.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손 전 이사가 지난 3월11일 안강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농협중앙회가 지난 5월 조합장 당선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재선거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이 손 전 이사를 조합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조합장 당선자는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최근 승소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월부터 손 전 이사가 농협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수사로 전환하진 않았다. 이미 리솜리조트에 대한 농협은행의 부당 대출, NH개발 협력업체 한국조형리듬건축사무소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과 한국조형리듬건축사무소의 실질적 사주 정 아무개씨의 비리 혐의를 입증해 이들을 구속했다. 검찰 주변에선 농협에 대한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손 전 이사에게 총부리를 돌린 건 최 회장의 연루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검찰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특혜 대출 배경에 최 회장이 있었다는 제보를 접하고 집중 추궁했지만, 신 회장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친동생이 한국조형리듬건축사무소에 고문으로 재직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연루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선 최 회장에 대한 수사가 장벽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비리의 ‘출구’가 아닌 ‘입구’ 수사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입구가 바로 손 전 이사다. 손 전 이사에 대한 이번 신병 확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그동안 더 굵직한 비리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손 전 이사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S 인쇄소를 통해 농협유통과 농민신문사 등 농협중앙회 자회사의 일감을 몰아 받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검찰은 그 배경에 최 회장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한 해 농협 전체에서 나오는 인쇄물 사업 규모는 100억원대에 달한다. S 인쇄소는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작은 업체임에도 2008년부터 대규모 인쇄 물량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 인쇄소가 농협 자회사들을 통해 올린 매출 가운데 상당액이 손 전 이사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전 이사가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최 회장이 S 인쇄소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손 전 이사가 청탁을 위해 개인적으로 농협 자회사를 돌아다녔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S 인쇄소와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래해온 관계이고, 다수의 협력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거래액수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농협 자회사들과 S 인쇄소의 거래 내역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 관계자는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최 회장 일가에 땅 헐값 매각

검찰은 또 현재 손 전 이사가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최 회장 일가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손 전 이사는 지난해 5월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1811-10번지(답·727㎡)를 1억8700만원에 최 회장의 차남에게 넘겼다. 앞서 2010년 3월엔 최 회장 부부에게 산대리 1811-11번지(답·844㎡)와 1811-12번지(답·766㎡)를 4억3805만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최 회장 부부는 산대리 1811-11번지 44㎡와 산대리 1811-12번지 48㎡를 각각 1811-15·16번지로 분필(分筆)했다.

매매가는 공시지가보다는 조금 높았다.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눈에 띈다. 산대리 1811-10번지는 손 전 이사가 앞서 2007년 12월 안강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2억원의 근저당 설정을 했다. 당시 1811-11·12번지를 공동 담보로 삼았지만 이미 3억9000만원의 근저당 설정이 돼 있어 사실상 담보 가치는 많지 않았다. 또 지난해 5월 최 회장 부부가 대출을 받기 위해 안강농협에 산대리 1811-11·12번지 두 필지를 공동 담보로 6억원을 근저당 설정했다.

산대리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거래가는 감정가보다 더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산대리 1811-10·11·12번지의 경우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안강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데다 도로와 인접해 있어 금싸라기 땅으로 분류된다”며 “실거래가는 적어도 평당 300만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향후 해당 부지 바로 앞에 위치한 2차로 도로가 4차로로 확장될 예정이어서 땅값이 평당 500만원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가 추산한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손 전 이사가 최 회장 일가에 넘긴 산대리 땅 다섯 필지(2377㎡)의 실거래가는 최소 20억원 규모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 전 이사는 2011년 9월 최 회장의 삼남과 공동 명의로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1526-1(4241㎡) 부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산대리와 노당리 일대 여섯 필지 가운데 다섯 필지의 소유권은 최 회장 일가에 넘어갔고, 노당리 땅만 공동 명의로 남아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부분에 불과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부동산이 넘어간 사실이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랜 친분 관계일 뿐 대가성 없다”

여기에 최 회장 두 아들의 부동산 매입 자금의 출처도 석연치 않다. 올해 37세인 차남은 현재 경상도 지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35세인 삼남 역시 최 회장 당선 후 늦은 나이에 3년제인 농협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이후 지역농협에 특별 채용돼 근무 중이다. 자체적으로 부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최 회장이 아들들에게 재산을 물려준 것도 아니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검토해 본 결과, 재산을 증여한 내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선 최 회장 일가와 손 전 이사가 매매계약 형태를 취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거래대금은 오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협에 따르면, 최 회장은 손 전 이사의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농협 관계자는 “손 전 이사와 최 회장이 절친한 관계라는 점 때문에 둘 사이의 부동산 거래가 이슈화됐을 뿐 거래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 전 이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가성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최 회장 일가와의 오랜 친분 관계가 작용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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