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계약해지 가능한가요?”...독일發 위기 국내로 번질라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09.24 17:16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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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가능성 있어...국내 완성차 업계 타산지석 기회 삼아야
22일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前 최고경영자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사과하고 있다. /사진 = Youtube 영상 캡쳐

‘독일 자동차 명가’ 폴크스바겐 자존심에 금이 갔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주가는 바닥을 쳤다.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는 사표를 냈다. 사태는 대서양을 건너 한국까지 번졌다.

정부 당국은 부랴부랴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디젤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및 연비 재점검을 준비중이다. 소비자 센터에는 폴크스바겐 차량 구입계약 해지 방법을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집단 소송 이야기가 나돈다.

폴크스바겐에겐 위기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믿을 만한 차’라고 불리던 독일차의 신화가 깨졌다. 신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거란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경쟁업체들 역시 반사이익을 노리기보단 신뢰 재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폴크스바겐세일’...바닥 친 독일차 명성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일자 폴크스바겐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폴크스바겐 주가는 최근 이틀 동안 35%가 빠지며 시가총액 250억 유로가 증발했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 예산 10분의 1가량을 잃었다.

가파른 하락세를 두고 증권가에선 ‘폴크스바겐 세일’이란 말이 나왔다. 그만큼 돈이 빠지는 속도가 빨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은 독일 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가장 큰 장점은 긴 역사가 자랑하는 굳건한 신뢰도였다”며 “하루아침에 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선 미래를 잃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

미국에서는 분노한 폴크스바겐 차주들이 집단소송까지 걸었다. 미국은 공정거래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 집단소송에서 폴크스바겐이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보상액이 책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에 더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 50만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고 해당 모델 판매를 중단시켰다. 폴크스바겐으로선 주가하락에 판매 중지, 보상금 문제까지 겹치며 삼중고를 겪게 됐다.

◇ 한국소비자센터 폴크스바겐 상담 문의 늘어...집단소송 가능성 대두

해외에 비해 국내는 조용하다. 현대·기아차가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에서 폴크스바겐 사태의 파급력이 해외보단 작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 폴크스바겐 점유율 변화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폴크스바겐 차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제가 된 아우디 A3, A7 등에 대한 계약해지 요구가 이어질 경우 사태가 커질 수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에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계약해지가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통화량이 늘고 있다.

남근아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계약해지 방법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계약해지 방법과 차량 인도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증명에 관한 방법 등을 주로 묻는다”고 밝혔다.

24일 인터넷에 한 누리꾼은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내겠다. 강용석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넥스트로에 의뢰할 것”이라는 내용을 올렸다. 취재결과 강 변호사 측은 아직 의뢰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차량 소유주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라는 낙관적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강남구 소재 폴크스바겐 매장 딜러는 “아직 판매에 대한 계약해지 문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하지만 타 독일차 브랜드 딜러는 “폴크스바겐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단골 고객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업계에서는 행여나 독일차 전반적인 문제로 번질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완성차 업계 타산지석(他山之石) 계기 삼아야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디젤 세단 시장에서 독일차 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막상 업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다. 수입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국내 디젤차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 소재 현대차 직영 대리점 부장은 “수입차가 싫다고 국산차를 보러 오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입 가솔린차나 일본 수입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의 위기가 곧 국내 완성차 업계에겐 호재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란 입장이다.

박인우 미래애셋증권 애널리스트는 “BMW와 다임러가 자사 디젤 엔진에는 배기가스 조작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유럽 완성차 회사들 주가가 5~12% 동반 하락했다. 전반적인 디젤 엔진에 대한 의심이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폴크스바겐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지만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연비 및 배출가스에 대한 정확한 조사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징벌적 보상제도가 있어 문제가 발생한 폴크스바겐 차량을 산 소비자들은 4000만원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규정된 보상금액이 없다”며 “환경부나 국토부 차량 검증과정도 더 엄격한 잣대로 바뀔 것으로 본다. 수시검증에 초점을 맞춰오던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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