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감몰아주기 규제 구멍 ‘숭숭’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06 09:50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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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중 규제 대상 두 곳 뿐...편법으로 총수 일가 지분 낮추기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산규모 상위5대 기업집단의 계열사별 내부거래 현황

5대 그룹 계열사 중 절반이 내부거래 비중 30%를 넘겼지만 규제 대상은 두 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은 20%) 넘는 계열회사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 규제 대상은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지 않아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그룹 계열사 310 곳 중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초과한 기업은 전체의 절반인 155개였다. 이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두 곳으로 나타났다.

규제 대상 두 기업은 SK와 LG로 각각 SK그룹과 LG그룹의 지주회사다. SK는 지난 6월 SK와 SK C&C의 합병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49.35%에서 30.86%로 감소했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가 경영 승계를 위해 친인척들의 지분을 매입하며 규제대상에 편입됐다. 현재 총수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30.92%로 규제대상이다. 이들 두 기업의 경우도 총수 일가 지분율을 1%포인트 낮추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5대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비중이 50%를 넘긴 곳은 112개사였다. 이들 중 규제대상은 LG뿐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인 곳은 48개였고 100%인 곳도 24개나 됐다. 삼성그룹 소속이 9개였고 LG소속이 7개였다. 이들 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 기준’은 상속세·증여세법의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 상속세·증여세법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내부거래 수혜기업으로 보고 있다. 내부거래 수혜기업 중 총수일가의 직간접지분율이 3%를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또 주요 그룹들이 공정거래법 상 친족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악용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그룹 총수들이 공정거래법상 친족이 아닌 친인척과 지분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편법으로 낮추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기준이다. 친족 간 지분 조정이나 합병 등으로 규제 대상에서 전부 빠져나가 규제 자체가 무력화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편법적 부의 이전을 막고 내부 거래를 줄이기 위해선 간접 지분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총수 일가의 직접 또는 간접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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