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후폭풍]④ 쌀시장 개방압력 버티기 쉽지 않아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0.07 17:33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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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강원도 내 첫 벼 베기가 접경지인 양구군 양구읍 학조리에서 진행됐다./사진=뉴스1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TPP의 기본 목표는 모든 품목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12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양자 협상에서 한국은 ‘을’의 입장에 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뒤늦게 TPP에 참여하는 만큼 소위 ‘통행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통행료로 점쳐지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쌀시장 개방이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TPP에 참여해도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계속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부가 쌀시장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만큼 쌀 대신 다른 농산물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쌀 개방 문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양자협의다. 이미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문에 따라 한국이 관세율을 513%로 설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은 약 100∼200% 관세율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12개 국가 가운데는 미국 외에도 호주, 베트남 등이  WTO 쌀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의무적으로 연간 40만8700톤의 쌀을 5%의 관세로 들여오고 추가 수입 물량엔 513%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일본은 2013년 TPP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이 때 일본은 쌀, 소고기, 돼지고기, 설탕, 유제품 등 다섯 가지 품목을 ‘5대 성역’으로 제시하며 시장 개방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TPP 협상의 농산물에 관한 내용을 보면 일본은 결국 쌀과 쇠고기 등의 양허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TPP 성사의 걸림돌이었던 일본 쌀시장도 우선 미국산 5만톤, 호주 6000톤으로 무관세 수입물량을 결정했다. 13년차부터는 각각 7만톤, 8400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의 쌀 추가개방 방식을 한국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쌀시장 추가 개방 여부는 (TPP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도 큰 이슈다. 일본이 할 수 있다면 한국도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속 장경호 부소장은 “한국이 미국과 TPP 가입 협상을 할 경우 미국은 TPP가입 조건으로 일본과 같은 방식의 쌀 시장 추가개방을 한국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외에 다른 국가들도 TPP 참여 동의를 무기로 한국에 대해 쌀을 포함한 다양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며 “쌀 관세율인하, 의무수입 물량 증대 등 미국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면 호주와 베트남도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다. 중국과 태국 역시 WTO 쌀 협상에서 한국에게 쌀 시장 개방을 공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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