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후폭풍]① 한국 TPP 가입 한국무협 ‘찬성’ vs 대한상의 ‘기다려야’
  • 윤민화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5.10.07 17:28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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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 12개 국가가 지난 5일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이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PP 참여를 선언했고 수출 산업 위주로 국내 업계는 TPP 가입 여부를 놓고 셈법이 한창이다. 이에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주요 수출 산업과 개방 압력을 받을 농업을 중심으로 TPP 타결이 가져올 변화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무역협회는 TPP 참여에 적극 찬성한다. TPP가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32.4%(3553억달러, 2014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주요 무역 대상국이 대거 TPP에 가입했기 때문이다.국내 재계와 무역업계는 대체적으로 한국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본이 TPP 주요 참여국인 탓에 드러내놓고 두 팔 벌려 환영하진 않는 상황이다.

무역업계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TPP에 가입하면 다자·양자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를 뛰어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고, TPP 중심 공급망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 수출 확대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지난 5월 실시한 무역업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62.2%가 TPP 참여에 찬성했다. 조사는 762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만 무역협회는 일본과의 FTA 협상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일본은 한국의 가장 큰 경쟁자인 동시에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제조 강국이다.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국내 업계에 대한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TPP 가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동차·기계·화학 분야 등에 종사한다. 일본과 경쟁이 가장 크게 우려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TPP 체결로 일본 측이 한국과 교역에서 얻을 수혜에 대한 우려가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TPP 체결로 관세가 철폐돼도 일본과 무역에서 핵심 쟁점은 여전히 환율이다. 2012년 이후 엔화 절하 폭은 55% 수준이다. 2.5% 관세가 철폐돼도 실질적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일 연구원은 “미국은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한 간섭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조작 제한 폭을 대폭 줄여 미국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관측했다.

일본 엔저 정책이 완화되면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산업에도 호재다. 국내 자동차 수출 업계는 2012년 일본 엔저 타격으로 큰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 국내 자동차기업의 대외 수출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 1

이재일 연구원은 “ 미국은 일본 자동차 제품들을 이전부터 무관세로 수입해왔다. TPP로 관세를 철폐해도 미국에 득될 것은 없다. 미국은 앞으로 일본 엔저 정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본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전봉우 전경련 국제경제팀장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는 것을 반기는 업계도 있고 걱정하는 업계도 있다. 특히 첨단 부품, 첨단 소재, 미래 자동차 등 일본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종들이 크게 우려했다”고 말했다.

전봉우 팀장은 일본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 “환율 변동 폭이 아무리 커도 기본 환율 조건은 비슷하다”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사는 것이 사람 심리다. 한두 푼이라도 가격이 낮아지면 그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관세 철폐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입장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TPP 가입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에 대한 견제를 유지하되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왕 늦은 것인 만큼 TPP 가입에 조급증을 낼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FTA망을 촘촘히 깔아놨기 때문에 TPP에 가입할 때 얻는 이득은 더 적다. 한국의 FTA 경제영토는 세계 GDP의 73.5%까지 올라간 상태다. TPP 타결로 증가한 일본의 42.7%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한국의 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의 FTA다. 대일 무역적자가 2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관세마저 철폐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품을 일본에 수출할 때 관세율은 평균 1.4%다. 우리가 일본 제품을 수입하면 5.6%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한편 국내 업계는 멕시코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한국은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TPP 12개 가입국 모두와 양자 FTA를 체결한 상태다. 제현정 연구위원은 “한국과 멕시코 간 FTA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멕시코 산업계에서 큰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멕시코와의 자유무역을 환영하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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