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후폭풍]⑤ 쌀 양허관세 제외 현명한 선택일까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0.07 19:05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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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 수용한 일본 협상 내용·전략 참고해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소속원들이 지난해 7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쌀 전면개방 저지 농민 투쟁 선포식을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쌀 개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TPP에 참여해도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TPP는 매우 급진적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한다. 또 TPP는 세계무역기구(WTO)나 보통의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자유화 정도가 더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비스 무역, 정부조달, 지적재산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협정이다. 쌀도 예외일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우리 정부가 쇠고기·돼지고기, 고추·마늘 등 농축산물 14종의 전면 수입 자유화를 결정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은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만 내면 회원국 정부 허가 없이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당시 우리 정부는 쌀을 예외로 인정받았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동안 쌀의 관세화 유예를 받았다. 의무쌀 수입량(국내쌀소비량의 1~4%)만 맞추면 됐다. 이는 농민들의 반발과 국민정서를 감안한 조치였다. 이후 2004년 우리 정부는 다시 10년 동안 쌀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았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일본과 필리핀 역시 쌀 관세화 유예를 받았다. 일본은 1999년 관세화로 전환했고 필리핀은 2017년까지 추가로 유예를 받았다.

일본은 우리나라 쌀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많이 닮았다. 지난 2013년 일본은 TPP 협상에 참여하면서 쌀, 보리, 돼지고기, 유제품 등을 관세철폐 예외로 지정했다. 일본 자민당과 국회는 이런 조건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TPP 협상 탈퇴하겠다고까지 했다.

일본의 이런 농업정책에 비판이 적지 않다. 결국 관세로 식료품 가격만 높아지고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수조원을 들여 쌀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생산조정정책도 결국 소비자가 큰 부담을 껴안았다는 평가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1조8000억엔의 쌀 생산액에 1조1000억엔이라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치인들은 가난한 사람이 식료품을 비싸게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반대하면서도 높은 식료품 관세와 생산조정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촌에 지역구를 둔 일본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유로 고율의 관세와 생산조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쌀을 양허 대상에서 빼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농촌에 지역구를 둔 야당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TPP에 적극 가입해야 한다”면서도 “쌀은 반드시 양허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TPP 협상에서 어떤 참여국보다 강한 타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TPP로 농업개혁을 박차를 가하면서 침체를 겪고 있는 자동차·기계·부품 산업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TPP 가입 협상에 임하기에 앞서 일본의 TPP협상 타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협상 내용과 전략을 수립해야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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