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심리가 단기 주가 판단에 중요"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10.08 09:55
  • 호수 13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자자 심리로 시장 보는 박용 하나대투증권 전략랩운용실 부장

"주식시장을 보는 여러가지 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자자의 기대심리입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만은 심리학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전망이론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며 경제학에 심리학을 연결시켰다. 정보의 이동이 빠르고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향상된 지금 투자자의 심리는 투자에 필수 고려 사항이다.

박용 하나대투증권 전략랩운용실 부장은 투자심리를 읽으며 남다른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투자심리와 주가의 괴리 속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이성적인 투자자의 심리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경제지표에 수렴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 선택에 따라 움직이겠죠. 따라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투자심리는 장기 경제전망보다 더 낮아진 상황입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투자심리가 1988년 이후 최저치라고 진단한다. 바꿔 말하면 부정적 경제 전망에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줄였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공포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주가지수가 오르면 공포지수는 하락하고, 주가 지수가 하락하면 공포지수는 오릅니다. 따라서 단기 심리지표와 주가 수익 수준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전세계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에 들어가기 전 단기심리지표와 주가수준 간 괴리율이 굉장히 작았습니다.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판단에 그는 곧바로 위험을 줄였다. 직접 운용하는 선진글로벌 상품들에 헤지포지션을 구축했다. 결과로 하락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시가 과매수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헤지포지션을 구축합니다. 실제로 구축했던 포지션 중 하나를 말씀드리면, 지난 24일에 S&P500에 50%, 유럽주식 10%, 유로화에 10%를 배분했습니다. 15%정도는 신흥국 주식에 매도포지션을 잡았습니다. 이날 선진국 지수는 4.4% 떨어졌습니다. 반면 우리는 0.8% 올랐습니다. 신흥국시장은 선진시장보다 변동성이 세 배 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위험관리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대부분의 해외랩 성과는 양호하다. 2013년 10월 출시한 상품은 20%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세계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0.3% 하락으로 수익률을 방어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제 운용스타일은 '헤지드 에쿼티(Hedged Equity)' 스타일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상승장에서는 안전하게 함께 상승하고, 하락장에서는 수익률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헤지펀드에도 여러종류가 있는데 단순히 롱숏전략도 있고 공매도만 전문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다 맞는 투자전략은 없지만 제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자심리를 중시하는 그의 투자철학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학부에서 법학과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외무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어 경제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증권투자 업계에 발을 들였다. 덕분에 제도와 외국어, 역사 지식을 두루 갖고 있다.

"처음에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차트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투자하면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단기투자도 해보고, 배당주 투자도 해보고, 환투자도 해봤지만 제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트레이딩 포 리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어요. 심리학자면서 성공한 트레이더가 쓴 책인데 심리관리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액티브하면서도 위험을 관리하는 스타일이 성향과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심리만 보고 고객자산을 운용할 수는 없다. 그는 투자심리를 읽으며 시장에 대응하지만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기본적 툴에도 충실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나 이코노미스트 등의 전망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예측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투자에 나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가 투자심리와 함께 중요하게 보는 자금흐름에서 이런 시각이 뭍어난다.

"지난 여름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위안화 고평가가 해소되는 국면이었다고 봅니다. 그 영향에 원화도 약세를 보였죠.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 추세는 맞다고 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강세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통 자산시장은 한 방향으로 압력을 받으면 이후에는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로 운영하듯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자신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 마다 심리가 다르기 때문에 우선은 본인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손실보다는 후회하는 것을 더 싫어한다고 하죠. 주가가 하락해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손실을 확정하는 것보다 이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왜 팔았을까 하고 후회하는 편이 더 괴롭습니다. 변동성이 큰 자산에 비중을 높게 두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무리 공격적 투자자라도 이머징마켓에 최대 30% 정도만 넣습니다. 대신 변동성이 작은 선진국 주식의 비중을 높입니다. 국내에서도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관리하려는 투자자라면 선진국 비중을 높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