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 윗선에서 매각 대상자 추천해줬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10.13 09:58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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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의 입찰과 2 번의 낙찰…향군 충주호 관광선 매각 미스터리
재향군인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충주호관광선의 선박이 충주호에서 운항을 하고 있다. 향군은 해당 업체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창설 63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남풍 현 회장이 금권 선거와 매관매직, 인사 전횡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려 검찰 소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 회장의 전임자였던 박세환 전 회장도 본인과 측근들이 사업가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4쪽 기사 참조> 전·현직 향군 회장이 동시에 사정기관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향군비리 커넥션의 진상이 낱낱이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2012년 7월 빚더미에 오른 향군 재정 부실의 실태를 기록한 국가보훈처의 감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 <1189호 ‘부실 투자’에 뚫린 향군, 빚만 5천억원 + α> 한 이후, 지금까지 향군 안팎에서 불거진 향군의 대선 개입 의혹과 재정부실화의 원인 등을 취재해 보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 회장의 ‘돈 선거 의혹’과 박 전 회장 측의 금품 수수 의혹 등을 연이어 단독 보도하는 데 이르렀다.

그런데 장기간의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향군 전·현직 고위 간부와 직원, 향군 관련사업가 등을 통해 향군을 둘러싼 의혹의 근간에는 향군이 수행하는 사업의 특혜 및 이권을 노리는 업자들과 향군 고위층이 결탁된 부패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청취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업가는 “향군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충주호 관광선 매각 대상 뒤바뀐 사연
본지는 향군이 수행하는 사업 이외에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향군의 자산 매각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향군의 자산 매각과 관련해 법적 시비가 붙거나 특혜 논란을 불러온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향군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충주호 관광선’ 운영회사의 지분 매각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자는 의혹과 잡음이 일고 있는 충주호 관광선 매각 과정을 집중 취재했다.

2011년 말 보훈처 감사를 통해 향군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부동산 PF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추진하면서 총 50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동산 PF 사업 외에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BW (신주인수권부사채) 횡령사건으로 790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재정 부실화가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훈처와 향군은 향군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군의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향군의 ㈜충주호관광선은 다목적댐으로 조성된 충주호에서 관광선을 운영하는 업체다. 1988년 3월 설립된 충주호관광선은 향군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2014년 3월 기준 관광선 7척을 5곳의 선착장에서 운영 중이다.

충주호관광선은 보훈처의 매각 대상 결정으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향군이 보유한 충주호관광선 지분 100%에 대한 매각이 본격화된 이후 최근 2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고 법적 시비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3번의 입찰이 진행됐지만, 매각 무효와 낙찰 취소, 신규 낙찰자 선정, 소송 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향군은 2014년 1월 말 매각 입찰을 진행했고, 최고가 입찰 제안가로 59억원을 써낸 투자자 이 아무개씨 외 1인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향군은 낙찰자 최종 선정을 위한 재무개선위회를 열기 하루 전 돌연 입찰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향군의 전 매각 업무 담당자는 “낙찰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향군 지휘부에서 ‘입찰을 중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보훈처도 승인한 입찰을 왜 중지하느냐고 물었고 부회장 등 다른 임원들이 반대하고 있어서 입찰을 진행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주호관광선 매각 중지는 번복됐고, 향군은 2014년 3월 2차 입찰을 위한 공고를 냈다. 당시 재입찰에는 앞선 1차 입찰에서 최고가 낙찰 예정가를 써냈던 이씨가 다시 참가했고, 다른 투자자 홍 아무개씨와 한 아무개씨가 각각 신규로 입찰에 참가했다. 당시 홍씨는 지분 매각 대가로 55억 5000만원을 써내 가장 많은 제안가를 제출했고, 이어 이씨는 53억 100만원을 제출했다. 결국 2014년 4월 열린 재무개선위원회에서 심의위원 9명이 격렬한 토론 끝에 다수결 원칙에 따라 이씨(9표 중 6표)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이씨는 계약금 5억 3010만원을 지급하고 향군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해제 8 개월 만에 다시 법률 자문?
이후 순조로워 보였던 충주호관광선 지분매각은 난항을 겪었다. 이씨가 당초 제출하기로 했던 계획과 달리 잔금 납부를 지연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향군은 2014년 7 월 이씨에게 지분 매각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씨와 함께 향군 지분 인수를 추진했던 한 측근은 “낙찰자로 선정된 4 월 세월호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인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하지만 당시 향군 측에 양해를 구했고 잔금중 일부인 8 억원과 지연 이자 1 억원 등을 송금했는데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향군은 입찰 계약 해제 후 2개월 만인같은 해 9월 또 입찰 공고를 냈고, 2차 입찰에서 탈락했던 홍씨가 제안가 47억 5900만원을 제출해 신규 낙찰자로 선정됐다. 향군 측 관계자는 “이씨가 (2차 입찰 당시) 낙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분 인수금액과 중앙고속 차입금 상환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적법한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낙찰자를 재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 측은 향군의 계약 해제 통보와 재입찰에 반발해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2014년 10월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결정이 있은 지 약 10개월 만인 지난 8월 향군의 이의신청이 받아 들여지면서 취소됐다. 향군의 충주호관광선 지분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홍씨 역시 난감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낙찰자로 선정된 이후 홍씨는 향군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1년 동안 허송세월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홍씨 측은 오히려 2차 입찰 당시 탈락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다. 홍씨는 “2차 입찰 당시 입찰 마감 후 3일이 지나서야 향 군이 충주호관광선 대표와 직원들의 고용 승계 조건을 요구했다”면서 “고용 승계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의문스러운 대목이 군데군데 나타난다는 점이다. 홍씨가 3차 입찰을 통해 낙찰자로 재선정된 이후인 지난 3월, 향군은 2차 입찰을 통해 계약을 맺은 후 이를 해제했던 이씨와의 계약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지 법률 자문을 은 것이다. 당시는 박세환 전 회장과 집행부가 임기 만료를 불과 1개월 정도 남겨둔 때였고, 이씨와의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보한 지 8 개월이나 지난 무렵이었다. 이미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새로운 낙찰자를 정한 뒤에 굳이 새로운 분란을 일으킬 있는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이 아무개 팀장은 “당시 (향군) 집행부에서는 (계약 해제됐던) 이씨가 다시 지분 매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상식적으로) 낙찰 번복은 있을 수 없었고, 윗선에서도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구해보라는 취지에서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자산 투자액 중 32.7%만 회수
비공식 루트를 통해 향군 고위층 일각에서 각 과정에 관여한 흔적도 보인다. 이 전 장은 “(충주호관광선) 매각 업무 추진 과정에서 불투명하거나 불법적인 특혜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윗선에서 사람을 소개해주고 이런 사람을 한번 봐주라고 추천하는 정도는 있었다”고 말했다. 향군 고위층 일부가 향군 관련 매각 사업에 관여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을 수 있는 연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박 전 회장이 (추천자를 봐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 재무개선위원회를 통해 협의를 거치는 만큼 불공정한 매각 추진은 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본지를 통해 향군과의 검은 커넥션 혹을 제기한 사업가 정 아무개씨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충주호관광선 매각이 식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2013년 중반쯤 군 고위 간부로부터 충주호관광선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당시 고위 부는 충주호관광선 운영업체와 관련한
내부 자료도 건네줬지만 이후 충주호관광선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 인수를 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훈처를 통해 제출받은 향군의 자산 매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0월 이후 향군이 매각을 성사했거나 진 중인 부동산 PF 사업은 성신양회 인수 사업, 우면산 민자 터널, 을지로 업무시설 등 총 20건으로 투자액은 8770억원에 한다. 현재까지 향군은 이 중 13건의 사업장을 매각했는데, 매각대금은 2863억 7000만원(미회수액 156억원 포함)으로 전체 투자액의 32.7%이다. 보령 골프장(부지)과 아산 배방복합시설 등 나머지 7건은 아직 매각 추진 중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부동산 PF  자산의 투자액은 3302억원(전체 투자액 대비 37.7%)에 이른다. 보훈처와 향군은 보훈처의 매각 승인 절차 등을 거쳐서, 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재무심의위원회와 매각 주관사를 통해 투명하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군 내부 고위층의 입김과 이권을 매개로 한 ‘검은 거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검증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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