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팀 정신
  • 김재태 편집위원 (.)
  • 승인 2015.10.14 15:23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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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이른바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한 대학에서 재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가 꽤 놀라웠습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늘 시위에 앞장섰던 그 대학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학생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학생의 비율이 각각 25.3%와 23.6%로 여당 지지자가 더 많게 나온 것입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화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절반을 넘는 55%가 ‘안 된다’고 응답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이제 젊은 층이 야당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입니다. 야당이 과거처럼 젊은 층을 든든한 지지 세력으로 믿고 안이하게 움직이다가는 큰코다칠 시대입니다. 야당으로서는 이제 비빌 언덕이 점점 얕아지는 형국입니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으니 여기저기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지난해 봄 그 대학 학생들이 내놓은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들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지금 일반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제1 야당의 모습은 그냥 ‘만날 치고받고 싸우는’ 정당입니다. 정당 활동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미지 관리’인데, 거기서부터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친노’ ‘비노’라는 대립 구도가 깨어지지 않는 한 전도는 무망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하자면 한마디로 ‘노답’입니다.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내부 수습하기에 바쁜 것이 지금 대한민국 제1 야당의 민낯인 것입니다.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 중에서도 제1 야당이 이처럼 잔병치레를 거듭하며 허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야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정치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약해빠진 야당은 우리 정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새정치연합엔 지금이야말로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결기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작은 이득에 매몰되어 있다가는 내년 총선도, 더 큰 미래도 없습니다. 명분 약한 소모전만 계속할 바에야 차라리 판을 새로 짤 생각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살 수 있습니다. 약체 이미지에서 벗어날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전면적인 ‘헤쳐 모여’까지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기는 DNA’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혁신, 저런 개혁이 다 효과를 보지 못할 때는 처음부터 새로 출발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습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습니다. 야구에서도 승률이 높은 팀이 더 인기를 끄는 것은 필연입니다. 지는 데 익숙한 팀을 좋아할 팬은 없습니다. 야구 얘기를 한 김에 홈런 1위 타자인 박병호 선수 얘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그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니폼) 뒤에 있는 (선수) 이름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 팀을 위해 경기를 합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에도 절실한 것이 바로 이 팀 정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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