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자 리스트’ 오른 유력 인사 더 있다
  • 김지영·안성모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5.10.14 15:29
  • 호수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역 국회의원 2명, MB 정권 실세 2명, 경찰 고위 간부 1명 수사선상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석민씨의 청탁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1355호에서 ‘정·관계 브로커 황인자 리스트 터진다’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황인자씨는 윤씨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여성이다.

황씨와 윤씨, 그리고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이미 구속됐고,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황인자 리스트’에는 여러 명의 유력 인사가 등장한다. 청와대와 국회,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에서 힘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다. 시사저널은 현재 구속 중이거나 입장 표명을 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에게 확인 요청을 했다. 예상대로 모두 부인했다. 황씨를 아예 모른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자신의 이름을 판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 시사저널 박은숙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도중 몇 가지 새로운 내용이 추가로 확인됐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의정부지검에서 수사팀을 보강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MB(이명박) 정부 실세 두 명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 두 명도 황인자 사업을 돕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오는 ‘황인자 사업’은 황씨 측에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게 해준 일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는 MB 정권 실세 L씨와 P씨 등 두 명이 황씨 측에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도움을 주고 거액의 사례금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지난 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두 명의 현직 국회의원과 경찰 고위 간부의 이름도 등장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윤석민·제갈경배·현경대 외에도 현직 국회의원 두 명과 경찰 고위 간부 한 명에 대해 추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직 국회의원 두 명은 새누리당 소속 K 의원과 L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 간부 K씨의 경우 지방경찰청장 시절 황씨로부터 구명 로비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경대 수석부의장과 관련한 수사 상황도 진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정보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 수석부의장의 고향인 제주도 출장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안다. 현 수석부의장의 주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조만간 현 수석부의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돈 받을 이유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 의원한테 쓴 편지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에서 작성한 ‘수사보고’ 문서에도 현직 국회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5월28일 구속된 황씨는 6월21일 접견을 온 측근 조 아무개씨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황인자: 예, 그 편지에는 ○○○하고 그, ○○○ 의원한테 쓴 게 편지가 한 통씩 한 통씩 있어요.

조○○: 예예예.

황인자: 그러면 ○○○한테도 가져가고 ○○○ 의원한테도 가져가서,

조○○: 예.

황인자: ○○○한테 갈 때는 ○○○를 데리고 가세요.

조○○: 예예예.

황인자: 예, 제가 그 쓴 편지… 각각 한 사람한테 전달되도록 썼거든요? 오늘 갔으니까.

조○○: 예예.

 

사흘 후인 6월24일에도 조씨가 접견을 왔다.

 

황인자: 그리고 ○○○하고 ○○○ 주소도 빨리 좀 보내주세요.

조○○: 알겠습니다.

황인자: 왜냐면 ○○○하고 국회 ○○○ 주소까지. 제가 직접 편지할 거예요.

조○○: 예예예.

황인자: 여의도하고 어떻게 해라는 거를 제가 편지로 오늘 보냈거든요.

조○○: 예예.

 

6월26일에는 측근 하 아무개씨가 찾아왔다. 검찰은 ‘수사보고’에 접견 녹취 요지로 ‘하○○이 국회 의원회관에 가서 ○○○과 그 ○○○을 만났는데 본건에 관여하기를 거절하였고, ○○○도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바꿔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요약했다.

“총무 뭐뭐뭐 아시잖아요, 조카라고”

황씨 등에게 8억9700여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업가 김 아무개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황씨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자신의 이종조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비서관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황인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전해왔다. 황씨의 이러한 주장은 측근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2013년 6월19일 접견 온 측근 조씨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황인자: 예. 총무 뭐뭐뭐 아시잖아요, 조카라고.

조○○: 예.

황인자: 우리 조카라고요.

 

한 달쯤 후인 7월18일에는 박 아무개씨가 찾아왔다. ‘박 교수님’으로 불린 그는 지난 총선 때 영남 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 그다음에 그걸 가지고 그, ○○○이한테 갈 거야.

황인자: 아니요. 저기, ○○○ 비서관을 저기, ○○○

박○○ : 안 돼.

황인자: 안 돼요?

박○○ : 응. 그래서 그것도 다, 안 돼.

(중략)

황인자: 아, ○○○ 들어가서요? ○○○ 비서관한테?

박○○ : 어, 가서 보여주고, 아는 사람이 많잖아, 지도. 보여주고 내가 이 일 ***, 협조해라, 그렇게 갈 거야, 토요일 날.

황인자: 예예예.

박○○ : 그 이후로 내가 갈 끼야.

황인자: 네, 알겠습니다.

박○○ : 응.

황인자: 그리고요. 일이 진행되면서 음… 제가 편지를 한 통화를 이제 받을 거예요, 다음 주에. 연락하지 말아야 되는 분인데 제가 했어요. 너무 답답해서요.

“대통령 되는 데 진짜 노력한 사람인데…”

다음 날인 7월19일에도 박씨가 접견을 왔다. 구속 기간이 길어지면서 황씨가 많이 초조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인자: 해줄 거예요. 빨리 이○○이 것을 받아서 보석 신청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 ○○○한테도 그렇고 조○○한테 이야기하면 알거든요? ○○○이한테도 편지를 했어요.

박○○ : 응.

황인자: 전에 ○○○이… ○○○지, 이종사촌 형부가 나 빼준다 그러고 돈 해넣고 구속시키고 그랬는데 너네 다 같이 가자고, 그렇게 편지를 했어요. 내가 못 나가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사업 지 때문에 뭐 100억 넘게 손해를 보게 되는데 좀 나와서 방어할 수 있도록 보석으로 나와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테도 ○○○이한테도 편지를 보냈어요, 교수님.

박○○ : 응.

 

7월23일 박씨가 찾아왔을 때는 지난 대선에서의 역할을 거론하며 억울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황인자: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박**도 그렇고, 지원 많이 했잖아요. 선거운동 열심히 했고 자금은 물론이고. 근데 제가 어떻게 했는지 많은 국민들이 애썼겠지만 작으나마 제가 교수님 말씀 듣고 대통령 되는 데 진짜 진심으로 노력한 사람인데 어떻게 제가 언론에 알리고 ○○○을 고소를 해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조○○하고 하○○이, 여의도, 다 미친 인간들이에요. 설령 제가 여기서 잘못돼서 산다고 해도 그런 거, 해서는 안 되거든요. ○○○ 오해하고 계세요. 그때,

박○○ : 그래, 응….

 

1조6000억대 수입 소고기 사업까지 황인자, 무슨 사업 계획했나 


황인자씨는 구속되기 전 국내 한 재벌그룹의 용역 사업에 참여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황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업가 김 아무개씨가 6월 중순 추가로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고소인 의견서’에 따르면, 2013년 8월 초께 황씨는 김씨에게 “어르신(윤석민)이 ○○그룹의 ○○○ 회장에게 ○○ 용역 사업 참여를 얘기했는데, 실무적으로 풀기 위한 보증금 등 필요한 2억(원) 중에서 우선 1억2000만원을 지급했고, 8000만원 정도가 모자라니 투자를 하자”라고 요청했다.

그 밖에도 황씨 측이 벌이겠다고 나선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작성한 ‘고소인 의견서’에는 구체적으로 황씨 측이 미국 상품신용공사(CCC) 자금을 활용한 사업, 자산운영법인 설립, 임대아파트 분양 사업, 태국 국토개발 사업 등의 계획이 나와 있다.

미국 CCC 자금의 경우 1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활용한 수입 소고기 사업이고, 자산운영법인 설립은 자본금 1000억원대 자산운용법인을 자산관리공사 산하에 설립해 최소 42억원 정도의 지분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한다.

임대아파트 분양 사업은 국내 중견 건설사가 보유한 680가구 등을 재분양해 이익을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산관리공사 산하의 NPL(부실채권) 법인을 통한 부실 자산 매입 및 재매각, 수자원공사에서 수주한 태국 국토개발 사업 참여, 현 정권에서 진행되는 통일 이후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참여 등도 포함돼 있다.

황씨는 또 다른 대기업 ○○그룹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고 한다. 황씨가 “○○그룹의 요청에 따라 ○○저축은행의 130억원 세무 부실에 의한 부실 채권을 매각해준 적도 있기 때문에 ○○○(회장)가 나한테 모른 척을 못하니 내가 도움이 될 거다”고 했다는 것이다. 마침 이 그룹의 건설사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있던 김씨는 도움이 된다는 황씨에게 자신의 회사 회장 직함이 찍힌 명함까지 제작해줬다고 한다.

황씨는 구속 후 측근들과 가진 접견에서도 사업과 관련해 여러 차례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황씨가 제대로 된 사업을 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김씨는 용역 사업 참여와 관련해 “○○그룹의 경우 그룹 내 건물 유지·보수 등의 이권 사업에 대해서는 자회사에서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3의 타 업체 진입은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