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석유화학 기업, 회장들 발로 뛴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0.14 18:10
  • 호수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이노베이션 ‘에너지 사업’ 집중, 롯데케미칼 ‘사업 다각화'
석유화학 사업 챙기기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 = SK그룹, 롯데그룹

최태원 SK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유화학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매출 규모가 큰 석유화학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직접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침체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9월 석유 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이 지난달 대비 25억달러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슈의 중심에 섰던 그룹 총수들이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영권 승계로 내홍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석유화학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 챙기기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에너지와 석유화학 제품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셰일가스와 같은 비전통 자원 개발 사업, 롯데케미칼은 가스전·배터리사업 진출 등 석유화학 사업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 최태원 회장, 에너지 사업에 힘 싣는다

최태원 SK 회장은 그동안 에너지 보유량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강조해왔다. 출소 후 에너지 사업 안정화에 역점을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4일 최 회장은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했다. 재계에 따르면 공식 일정 이후 SK그룹의 미국 내 주요 에너지 사업을 둘러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진행 중인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는 최 회장이 힘주어 진행하는 자원 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SK E&S는 미국 콘티넨탈 리소스의 우드포드 셰일가스전 지분을 취득했고 SK이노베이션은 현지 석유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인수했다. 기술개발 이전도 하고 있어 앞으로 비전통 석유 개발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전통 석유 개발 사업을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략지역을 선정해 미국 셰일가스 생산 광구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미국방문 후 대략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 안정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본인의 부재로 약해졌던 에너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중국 시노펙, 일본 JX에너지, 스페인 렙솔과 손잡고 각각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국내∙외 합작공장을 잇따라 출범시켰다. 불안정한 사업 환경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손잡아 수익구조를 안정화 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최 회장이 에너지 사업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이 일어났고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이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65조8756억원과 영업적자 224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적자는 3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석유 사업이 흔들려 SK 그룹 위기감이 돌았다”며 “다른 그룹 계열사가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최 회장의 자원 개발사업 등 광폭 행보에는 에너지에 대한 최 회장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신동빈 회장, 석유화학 사업 다각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 회장은 가스전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5월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빈 방한한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수르길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이 2012년에 투자한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는 중동 메탄기반 석유화학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난 9월 준공했고 현재는 시범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은 가스전을 확보해 내년부터는 메탄 260만톤을 매년 우즈벡 정부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에는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분해설비(ECC)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석유화학 원료 중 하나인 납사(Naphtha) 위주 생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2018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 50만톤의 에틸렌(Ethylene)과 연 70만톤의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합성고무 분야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신 회장이 8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후 첫 해외출장지로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공장 준공식을 찾았을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애착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합성고무가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비석유화학 분야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중 하나인 레독스 흐름전지(RFB, Redox Flow Battery)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대형 건물에 쓰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 배터리 분야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격호 전 회장이 성장시킨 유통과 식음료 계열사들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 자신의 힘으로 그룹 내 매출 2위로 끌어 올린 기업”이라며 “그룹 내 중요한 계열사인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석유화학 사업 확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