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논란]② 재벌, ‘그들만의 리그’를 깨라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10.15 12:01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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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이 면세점 시장 94% 장악...독과점 구조 깨고 상생 방안 찾아야

면세점은 정부의 특허 사업으로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 경쟁 구도가 제한적이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시내 면세점 사업은 재벌의 독과점 구조, 여행사에 대한 수수료 문제 등 여러 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유통과 관광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장 질서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재벌 3곳이 면세점 시장 94% 점유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시장점유율은 60.5%로 1위다. 이는 지난 5년 간 꾸준히 증가해 온 수치다. 2위 신라호텔(26.3%), 3위 동화면세점(6.9%)까지 세 곳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93.7%에 이른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독과점 시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면세 사업은 시장 참여자를 제한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독점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점 사업의 대기업 독점 방지를 위해 면세점 수의 60% 이상은 대기업에 할당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 수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두 기업이 전체 매출액의 88%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면세점 독과점 방지 패키지’ 법안이 추진 중이다. 지난 달 25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관세법과 독점규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독점규제법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면세점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또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최고가 입찰제 방안, 독과점시장 구조개선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반영을 관계기관장에게 강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에서도 면세 시장의 독과점 문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려면 규모가 비슷한 3개 이상의 업체들이 경쟁을 해야하는데 면세 사업은 이미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 도 넘은 리베이트, 시장질서 왜곡 우려

이 같은 독점 구조의 기저에는 리베이트가 깔려 있다. 면세점, 관광 가이드, 여행사 사이에 여행객을 담보로 한 송객수수료(리베이트)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의 20~30%까지 지급되는 과도한 송객수수료가 면세점과 여행 산업의 상생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주요 대기업 면세점의 리베이트가 도마에 올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베이트 규모가 지난해 5175억원으로 2011년의 1265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금의 리베이트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중견면세점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일부 여행사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비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 여행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쇼핑센터 등에서 받는 송객수수료로 손실을 메우는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사에서는 리베이트를 적게 주면 여행객을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가 관행으로 굳어진 터라 대기업이라도 손님을 보내주는 여행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관광산업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관광만족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16개 나라 중 14위에 그쳤다.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이 저가 부실 관광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면세점과 여행업계, 관련 부처가 송객수수료의 매출액 대비 혹은 기업 규모 대비 상한선을 지정하는 등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독과점에서 상생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의 사업권을 노리는 기업들은 연이어 ‘상생’ 계획을 내놨다. 총수가 나서 중소기업 육성, 주변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등 사회 공헌을 강조했다.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여론과 평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지난 12일 롯데면세점은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사회공헌 혁신 5개년 계획인 ‘상생 2020’을 발표했다. 롯데면세점은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소 협력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중소브랜드 발굴과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 지원, 지역상권 활성화 계획도 밝혔다.

새롭게 면세사업에 출사표를 내는 두산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현수 두산그룹 사장은 지난 12일 영업이익의 10%를 순수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소·중견기업, 협력사, 중견면세점 등에 별도 재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수성과 추가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SK는 “동대문지역 특성에 맞춰 지역과 상생하는 면세점 모델”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7월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며 면세점 입찰에 재도전하는 신세계 역시 “중소중견기업 및 전통시장과의 상생에 주력해 면세사업의 이익을 사회에 되돌리는 사업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상생과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과도한 특혜로 보는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자 평가 기준에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이 150점 배점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재벌들의 사회 환원 약속이 실행될지는 지켜 볼 일이다. 특허를 딴 뒤에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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