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화, 현대오일뱅크에 배상 책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15 17:31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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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 매각 이전 군납유류 담합과 관련해 원심 파기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 / 사진 = 한화

한화에너지가 매각 이전에 저지른 군납유류 담합과 관련해 김승연 한화 회장과 한화 계열사들이 벌금과 변호사 비용 등을 매수 기업인 현대오일뱅크에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5일 현대오일뱅크가 김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김 회장과 한화석유화학, 한화개발 등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한화에너지를 합병했다. 당시 양측이 맺은 주식양수도 계약엔 ‘한화에너지가 일체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계약 이후 발견돼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한다’는 진술·보증 조항이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10월 한화에너지에 대해 다른 정유회사와 군납 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47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화에너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국가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화에너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대오일뱅크는 담합으로 인해 과징금·벌금·변호사 비용을 지불했다며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김 회장 등을 상대로 322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회장 등은 공정거래법이 행정법규에 포함되지 않고, 군납 유류 담합에 참여한 현대오일뱅크가 인수 이전부터 담합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한화 측이 현대오일뱅크에 벌금과 변호사 비용 등 총 8억2730만원을 물어주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담합을 알고 있어서 배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김 회장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당시 계약은 위반 사실 사전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합의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계약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계약서에는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배제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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