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생상품 양도세, 휴지 조각 되나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0.15 17:57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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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안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파생상품 과세는 2004년 당시 참여정부가  발생 차익에 대해 10%의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양도세→거래세→양도세’ 과정을 거쳐 지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10년 만인 2014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년 유예기간인 현재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지난 2011년 파생상품 거래량이 세계 1위에서 10위권대로 떨어진 것은 정부의 거듭된 금융 규제 때문이라며 관련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파생상품 과세를 주도했던 국회의원이 ‘꼬리’를 내린 것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과세 시점을 2년 미뤄 2018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현재의 ‘파생상품 양도세 법안’의 기초가 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던 인물이다.

나 의원은 ‘시장 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지역구(부산진구갑)인 부산 지역 일부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파생상품 양도세 반대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등은 지난 8일 공동성명에서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가 부산의 금융중심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과세를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겉으론 과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방침대로 내년부터 파생상품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들린다. 관료의 속성 상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여당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분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 짐작에서다.

세금과 관련한 법안은 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파생상품 관련법이 발의된 지 10년이 지나서야 국회를 통과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정치권에 휘둘려 이 법안이 책상 서랍에 처박힐 처지에 놓였다.

파생상품 과세 여부에 대한 예단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서는 통에 이미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때도 지금처럼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 누구도 총대를 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 법안이 사장 될 경우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여전히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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