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논란]③ 정치권, 특허수수료 대폭 인상 움직임...업계 반발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10.16 16:17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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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안을 두고 정·재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면세 사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비해 특허수수료가 매우 적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면세점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특허수수료 인상 여부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특허수수료 인상, 누진 징수제, 경매제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인상안을 연말 확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개선안 발표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매출의 0.05%...쥐꼬리 수수료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는 해당연도 매출액 기준 대기업은 0.05%, 중소·중견기업은 경우 수수료는 매출액의 0.01%다. 예컨대 대기업 면세점은 매출 1조원을 거두면 수수료 5억원을 낸다. 특허수수료는 1979년부터 2013년까지는 다른 특허보세구역과 동일하게 면적별로 부과했다.

지난해 면세점 시장규모는 약 8조3077억원이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5대 면세점 업체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롯데 4조2170억원, 신라 2조5375억원, SK워커힐 2746억원, 조선호텔 2601억원, 동화 2926억원이다.

면세업체들이 정부에 낸 특허수수료는 40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는 21억, 2위 신라는 12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두 업체가 거둔 매출액이 6조원 7000억원이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80% 이상을 차지한다.

자료=관세청

이에 특허사업으로 인한 이익에 비해 특허수수료의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현행 특허수수료가 사업권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허수수료 수준이 대기업의 매출액에 비해 극히 낮아 이익 환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면세사업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면서 수수료까지 혜택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허만 획득하면 해당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수수료 대폭인상, ‘현실화 VS 가혹’ 논란

면세점의 과도한 이익이 도마에 오르면서 특허수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면세점 매출 성장은 기업 자체의 성과라기보다는 국가이미지 제고, 정부의 관광객 유치 노력 등의 결실이라는 시각에서다. 반면 업계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면세점의 특허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특허수수료 인상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면세점의 해외경쟁력 등 고려사항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8일 대기업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를 현행 매출액의 0.05%에서 5%로 인상하는 관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허수수료를 현재보다 100배 인상하자는 것으로 다소 파격적인 법안이었다.

홍의원은 “정부가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낮게 책정해 재벌몰아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5%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반론했다. 그는 “면세점 특허사업의 초과이윤을 국가가 환수해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한다면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사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출 자체의 절대 금액이 크기 때문에 수수료가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매출의 4~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특허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경쟁력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낮다, 10배, 100배 인상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업자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그 정도 특허수수료를 적용하면 현재 운영 중인 업체들 중에서 문 닫아야 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수료 징수 방법 다각화 고민해야

현실적인 수준에서 수수료를 인상 방안은 무엇일까. 정부와 정치권이 해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지난 15일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의 논의를 주목해 볼 만하다. 공청회를 주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낙균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특허수수료 징수 방식을 제안하고 현행 제도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먼저 정부가 일괄적으로 수수료 자체를 인상하는 방안이 있다. 면세점 산업 이익의 사회 환수를 위해 현재 매출액의 0.05%인 대기업 특허수수료를 0.5%로 올리는 인상안이 논의됐다. 현재 수수료의 10배로 올해 매출 기준 396억원의 특허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 비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누진 인상안의 경우 매출 1조원 이상이면 1.0%, 5000억원~1조원은 0.75%, 5000억원 미만은 0.5%를 적용한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최대 20배까지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다. 수수료가 400억~500억 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자가 특허수수료 수준을 결정해 제출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관세청이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가 제출하는 특허수수료 수준을 점수화해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인천공항은 면세점 임대료로 총 예산의 약 40% (2014년 기준)를 충당하고 있어 검증된 방식이라는 평가다.

특허수수료에 대한 가격경쟁입찰방식(경매제)도 제안됐다. 사전 적격 심사를 통해 최소 요건을 갖춘 사업자 중 최고 가격의 특허수수료를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특허를 주는 안이다. 이는 지난 8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제안한 입법안과도 상통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가격경쟁은 면세점 사업의 사업권 가치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수수료 이외 특별 부담금 등의 형태로 추가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카지노 사업의 경우 10%의 수수료 외에 카지노사업자에게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카지노는 면세점과 같이 정부가 특허를 주는 사업 중 하나다.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면서 특허수수료 인상의 여부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장 차이가 큰 만큼 개선안 확정 때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연말까지 최종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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