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집무실 두고 신동주·신동빈 막장 충돌 ...신격호 공개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16 20:43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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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상설’ 신격호 ”장남 신동주가 후계자”
격호(왼쪽에서 두번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시사비즈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형제가 16일 또 다시 충돌했다. 형인 신동주(이하 경칭 생략)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신격호 집무실의 관리권한을 접수하겠다고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신동주 측은 건강이상설이 나도는 신격호를 언론에 공개하는 강수까지 뒀다. 롯데 측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신동주 측은 이날 정오경 신격호가 전날 신동빈에 내용증명으로 보낸 통고서를 공개했다. 통고서엔 경영권 관련 내용 이외에 롯데호텔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롯데 측 직원을 철수시키고, CCTV를 철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동주에게 집무실 관리권한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신격호는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는 등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과 등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신동주 측이 이 같은 통지서를 오후 1시경 신동빈 측에 직접 전하려고 시도하며 시작됐다. 신동주가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이 직접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신동빈 집무실로 통지서를 전달하려 한 것. 롯데 측 관계자는 통지서 수령을 거부했다.

 

신동주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후 4시경엔 집무실 관리권한 접수를 시도했다. 신동주 측은 롯데 관계자들에게 신격호 집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키를 건네라고 요구하며 대치했다. 롯데 측은 물리적인 충돌을 우려해 신동주 측에 34층 진입을 허용했지만 키는 끝내 건네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격호의 명확한 지시가 있어야 키를 건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무실 진입에 성공한 신동주 측은 또 다른 강수를 꺼내들었다.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는 신격호를 두 차례에 걸쳐 직접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일부 기자들이 직접 신격호 집무실에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기자들과 만난 신격호는 '건강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에 웃으며 "좋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풍습에선 장남이 후계자인 것은 당연하다"며 자신의 신동주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아직 10~20년 일을 더 할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신동주의 주장과 달리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계열 분리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신동주는 "한 번도 롯데는 한국과 일본 경영권을 분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신동주가 "한국과 일본 롯데를 형제들이 분리 경영하는 것이 아버님의 뜻"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신격호는 아울러 '신동빈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용서 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니다"고 답해, 현재의 경영권 분쟁을 소소한 일도 평가했다.

 

기자들 앞에선 신격호는 청력이 다소 좋지 않은 점을 빼고는 비교적 건강해보였다. 기자의 질문을 주변 인사들이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다시 묻곤 했다. 그는 소파에 앉아 담요를 덮은 채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확고하게 답을 했다.

 

신동주의 반격에 롯데 측은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은 이날 신동주 측의 집무실 진입에 대해 "일방적 통고서와 함께 사전 협의도 없이 불시에 호텔에 왔다"며 "다수의 투숙객과 고객이 이용하는 호텔 영업을 방해하는 등 논란을 조성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변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출입을 통제했을 뿐, 출입제한이나 가족 방문을 통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신동주 측이 가족 이외의 확인되지 않은 제3자를 대동하고 출입하며, 인터뷰와 총괄회장의 문서를 만들고 동영상을 제작했다"며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 단장은 통지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총괄회장의 비서는 총괄회장이 직접 선택한 분이다. CCTV도 이미 수년 전에 총괄회장 지시에 따라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롯데는 총괄회장을 늘 염려해왔다"며 "정신이상자라는 말로 매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신동주가 신격호를 앞세워 불필요한 논란을 의도적으로 조성했다고 힐난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격호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라는 점을 기자들에게 밝힌 것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괄회장에게 현재 가족 간의 갈등과 국민들의 걱정을 소상히 설명 드린 후, 전후 맥락을 고려해 총괄회장의 말이 어떤 게 진실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격호의 건강상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늘 언론들이 본 총괄회장의 상태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모습이었다"며 "오늘 상태만으로는 건강상태를 단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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