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석학 릴레이 인터뷰]① 크리스토프 코흐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 소장 겸 최고과학자
  • 윤민화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5.10.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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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의식 없이 발전...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지막 창조물이 될 수도”

인공지능 시대는 눈앞에 다가왔다. 음성·영상 인식, 자율주행차 등 산업적 응용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첨단기술이 모이는 분야다. 인간의 존재 양식을 바꾸고 산업을 혁신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온라인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종합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 함께 다음달 11일 인공지능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해 인공지능 연구와 산업적 응용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에 <시사비즈>는 컨퍼런스에 기조발제 내지 주제 발표자로 참석하는 국내외 최고 석학들을 차례대로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 소장 / 사진= 크리스토프 코흐 제공

크리스토프 코흐(59)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장은 의식의 신경적 기초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신경과학자이다. 해마다 노벨의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뇌과학 분야 석학이기도 하다.

코흐 소장은 지난 4년간 앤런뇌과학연구소로부터 3억 달러를 지원 받아 쥐 시각피질의 작동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앨런뇌과학연구소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뇌과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비영리 조직이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가 2003년 설립했다. 현재 뇌 과학 분야 연구진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코흐 소장은 1986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전산과 신경계 연구 분야 박사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그 뒤 2013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생물물리학 교수를 역임했다. 칼텍에 합류하기 전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4년간 연구했다.   

그는 한달에 3주가량 시애틀 앨런뇌과학연구소에서 쥐 시각피질의 정보처리와 부호화 작업을 연구하고 있다. 나머진 시간은 칼텍에서 지낸다.

코흐 소장은 지난 20년간 신경세포의 전자적 특성에 대한 생물물리학적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초 의식의 기제를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문제로 파악하고 의식을 신경생물학의 방법론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 두뇌를 모방한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돌리더라도 컴퓨터는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코흐 소장과 일문일답.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할 수 있나.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막을 원칙이나 규정은 없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들이 벌이는 경쟁 양상을 감안하면 주로 정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소속 공학자들이 인간이든 사이보그든 상대보다 더 똑똑한 기계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연구에는 기계들이 시행착오나 자기 코드를 다시 프로그램밍해 스스로 진화하고 것도 포함된다. 수학자 어빙 존 굿은 1965년 기계가 스스로 자기 지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때 발생할 일들을 언급한 적이 없다.

우리가 실상 ‘지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황당한 사실이 인공지능 설계를 방해한다. 이 탓에 언제 강력한 인공지능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 지금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전문가 대다수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강력한 기계 기능이 등장할 것으로 믿는다.

사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협이 될만큼 똑똑해질 필요는 없다. 복잡한 수식 계산을 수행해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한 인공지능만으로도 전쟁이나 재난을 일으킬 수 있고 주식을 헷지하는 방법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 들일 수 있다.

-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장·단기 연구 목표는.

앨런뇌과학연구소는 뇌과학 분야에서 하지 못하는 거대과학(Big Science), 단체과학(Team Science), 열린과학(Open Science)을 연구한다. 나는 인간의 뇌와 정신을 연구하는 최고 과학자로서 앨런뇌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앨런뇌과학연구소에는 지금 연구원, 기술자, 직원 포함해 300여명이 근무한다.   

우리의 단기 목표는 쥐의 시각피질의 기능과 작동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장기 목표는 신경부호를 해독해 인간의 피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 코흐 소장의 연구 분야는.

시각돌출(visual saliency)이다. 나는 시각돌출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시각돌출은 주변 사물, 픽셀, 사람 등 집합체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찾는 이론이다. 유기체는 시각돌출 탐지 기능을 통해 가장 적절한 감각 정보를 가려낸다. 이는 학습과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과 쥐의 대뇌피질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이 있나.

우리는 수백개 신경세포 목록을 공개했다. 그 목록에는 신경세포의 위치, 기능, 형태 관련 정보도 담겨 있다.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신경세포 데이터베이스를 한번 열어 봐라. 이 데이터는 아무나 내려 받을 수 있다. 뇌 모양의 그림 데이터에 한 곳을 클릭해봐라.

- 연구의 진척을 가로막는 난관은 무엇인가.

뇌는 가장 복잡한 유기체이다. 신경세포와 그 상호작용 기관은 작고 정밀한 컴퓨터 엔진이다. 우리는 뇌가 일하는 방식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을 뇌과학으로 이끈 정신적 멘토가 있는가.

난 프란시스 크릭과 14년간 의식에 대해 연구했다. 크릭 박사는 1953년 DNA의 분자 구조와 기능을 발견했고 1964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 뒤 신경과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꿔 뇌 속에서 의식의 자취를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나의 멘토이자 친구고 롤모델이다.

- 인간 의식과 지능을 전산화할 수 있나.

지능은 주관적 경험이나 의식과 다르다. 지능은 추론, 계획, 학습, 적응, 문제해결 능력을 일컫는다. 원론적으로 언젠가는 인간 의식을 복제할 수 있겠지만 디지털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저서 ‘의식에 대한 탐구: 신경생물학적 접근(The Quest for Consciousness: A Neurobiological Approach)’에 나오듯이 의식에 대한 연구 없이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지능은 감성이나 의식 없이도 얻을 수 있다.

- 의식이 인공지능에 필수적 요소인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질 수 없다. 딥러닝(deep-learning) 알고리듬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딥러닝 알고리듬에선 일말의 감성적 요소를 찾을 수 없다. 의식에 결부된 행동들도 따라할 수 없다. 현존하는 의식 이론 모델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딥러닝 기술의 연결망들이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은 좀비다. 인공지능은 예술을 감상하거나 창조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석양을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은 미완성된 외계 생명체처럼 차가운 지능체다.

딥마인드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 알고리듬은 자체 시스템 결함들을 가차없이 찾아내는 자동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자동화 알고리듬 기술은 구글 자율주행차, 금융 거래 등에서 널리 쓰인다. 인공지능은 역사상 최초로 지능과 의식을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당신 이론에서 의식과 감정은 같은 개념인가.

감정과 의식은 다르다. 의식은 빨간색을 보고, 치통을 겪고, 슬프거나 행복한 느낌을 갖는 경험을 뜻한다. 일부 경험은 특정 감정 상태를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감정적 요소를 갖지 않는다.

- 스티븐 호킹 박사나 일런 머스크 테슬러 창업주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류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인류가 다른 생명체보다 똑똑해 자연계를 지배한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빠르지도 않고, 힘이 세지도 않고, 더 현명하지도 않다.

인공지능은 계속 학습하며 똑똑해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지능·초(超)지능 기계장치를 다룰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차세대 과학의 선두주자임엔 틀림 없다. 반면 인공지능은 인류 수평선 끝에 드리울 검은 먹구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의 마지막 창조물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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