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사태? 그래도 일본차 보단 독일차죠”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19 17: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아우디·벤츠 판매 늘어…‘명품 신화’ 쉽게 안 깨질 듯

독일 수입차 업계에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재앙이었다. ‘독일차는 곧 명품’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판매 하락이 불가피해 보였다. 독일차 업계에선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일본 브랜드에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9월 국내 수입차 성적표는 이런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폴크스바겐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아우디와 벤츠는 판매량이 늘었다. 반대로 닛산과 도요타 등 일본차 브랜드들 점유율은 감소했다.

조작 스캔들이 9월말 불거진 탓에 이번 실적에는 사태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소비자들이 독일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환경보다는 ‘고급 이미지(Luxury)’와 ‘안전성(Safety)’때문으로, 한국 시장만큼은 독일차 신화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 벤츠·아우디 ‘날고’, 닛산·도요타 ‘기고’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지난달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 발표를 통해서다. 4일 뒤인 9월22일 폴크스바겐은 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즉, 폴크스바겐 사태가 9월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기간은 길어야 10일 안팎이다. 같은 기간 국내 폴크스바겐 차주들은 차량 반품 및 리콜 등을 요청했고 폴크스바겐 판매량 하락은 불가피했다.

당시 폴크스바겐이 키운 디젤차 불신이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으로 퍼져나가며 독일차 브랜드 전반에 위기가 닥칠 거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BMW와 벤츠 일부 차종 실연비가 공인연비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9월 판매량만을 본다면 위기론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는 벤츠다. 9월 한달 간 4329대를 판매하며 전달 판매량(3662대)을 뛰어넘었다. 덕분에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8월 20.12%에서 9월 21.2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BMW(3506대)는 8월보다 판매량이 100대 가까이 줄며 점유율(17.2%)이 전달 대비 약 3%포인트 줄었고, 폴크스바겐과 형제인 아우디는 3401대가 팔리며 점유율이(16.69%) 전달보다 약 1.3%포인트 늘었다. 폴크스바겐은 2901대가 팔리며 전달(3145대) 보다 점유율이 약 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에 오른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사진 = 폴크스바겐

차량 모델 별 판매량에서도 독일차 강세가 이어졌다. 특히 폴크스바겐 스캔들의 주인공인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771대 판매되며 9월 베스트 셀링 모델이 됐다. 아우디 A6 35 TDI(661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 블루텍(609대)이 뒤를 이었다. 4위와 5위는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583대)와 BMW 520d(570대)였다.

같은 기간 일본차 판매는 주춤했다. 도요타는 576대, 닛산은 415대로 점유율이 각각  0.3%포인트, 0.6%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혼다와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만이 각각 498대, 781대 팔려나가며 점유율이 약간 상승했다.

◇ 일본차가 독일차 대체하기 쉽지 않아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리콜 시기도 특정하지 않아 사태 파급력이 점진적으로 커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9월 판매량만으로 ‘독일차의 몰락’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독일차 글로벌 판매량이 줄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강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유럽 자동차 시장과 달리 한국 수입차 시장은 ‘고급 이미지’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입차 B사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가 수입차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시장만을 봤을 때 폴크스바겐은 벤츠나 BMW, 아우디와는 다른 성격의 브랜드”라며 “폴크스바겐 보다 가격대가 높은 독일차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은 친환경보다는 차가 주는 ‘고급’ 또는 ‘안전’ 이미지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여파가 디젤 시장을 위축 시킬 수 있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와 독일차 점유율이 역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차 브랜드가 친환경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독일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탓이다.

폴크스바겐 사태 후 벤츠를 구입했다는 김모씨는 “벤츠를 구매한 게 이번이 3번째다. 국산차보다 튼튼하고 독일차만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며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차도 별 수 없구나’란 생각이 들면서도 일본이나 국산차로 눈이 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 사태가 독일차 시장 전반을 위축시키지는 않겠지만, 향후 정부 정책 변화가 독일차로 대표되는 고가 수입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LEZ(Low Emission Zone) 등이 도입되면 디젤 모델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점유율 하락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향후 정부 정책이 독일차 점유율 판도를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체 수입차의 약 40%가 사업용 차량이고 2억원 이상 차량 90%가 사업용으로 등록돼 있다”며 “정부가 사업용 차량 세제 및 자동차세 개정을 추진한다면 고가의 독일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