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반격 “신동주, 호텔서 나가라”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20 18:20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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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점입가경...아버지 놓고 줄다리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뉴스1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도발에 당황해하던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하 경칭 생략) 집무실에서 신동주 측 인사 전원의 퇴거를 요구한 것. 신격호 위임장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20일 오후 신격호 집무실이 위치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회사 직원도 아니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 다수가 몰려와 무단으로 침입해 호텔 한 층을 점거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취재진과 만나기 전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집무실을 방문해 신동주 측에 퇴거를 재차 요구했다. 앞서 롯데 측은 19일 밤에도 신동주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퇴거를 촉구한 바 있다.

송 사장은 “신동주 측이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와 효력도 믿기 어렵다”며 “나중에 법원에서 효력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격호가 신동주에게 건넨 위임장을 법원 판단 전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동주는 그동안 위임장을 근거로 신격호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송 사장은 또 신격호의 비서실장에 대한 해임 통보도 회사 내부 규정에 어긋나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이사 1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고 발령 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그런 것이야말로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동주 측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겠다면서도 “법과 원칙, 상식에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선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격호가 해임 통보한 비서실장이 공식 인사 절차가 없었던 점을 근거로 해임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인사 절차에 대해선 설명을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퇴거 대상’에 신동주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집무실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총괄회장과 총괄회장이 임명하고 그룹이 인정한 비서직원”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이 같은 조치는 신동주 측의 계속되는 도발에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동주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송 의사를 밝히며 신격호 위임장을 공개했다. 신격호는 위임장에서 신동주 지지의사를 밝히며 소송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위임했다. 신동주의 공세는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신동주는 지난 16일 ‘신격호 통지서’를 앞세워 전격적으로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집무실을 접수했다. 롯데 측과 ‘공동 관리’ 형식을 띄었지만 사실상 집무실을 장악했다. 당시 통지서에는 집무실 관리권을 신동주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동주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신격호를 언론에 노출시켰다. 신격호는 취재진과 만나 “신동주가 후계자”라고 말했다.

신동주는 이외에도 여러차례 동생 신동빈을 자극했다. 신격호에 대한 롯데그룹 계열사 업무보고시 동참을 요구하거나, 몰래 신격호를 데리고 외출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측에 대해 “연로한 총괄회장을 악용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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