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신격호 건강검진' 거짓 논란...서울대병원 "진료 없었다"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21 16:39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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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 왼쪽)이 19일 오후 병원에 가기 위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함께 집무실이 위치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 사진=SDJ코퍼레이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검진' 여부와 관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을 여론전에 활용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밝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 코퍼레이션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오후 1시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직접 걸어서 출타했다"며 "간단한 체크업 정도였으며 워낙 건강하시다는 결과를 듣고 다시 집무실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비서실 몰래 병원에 갔다며 "단순 건강검진 차원이 아니라 신 총괄회장을 또 의도된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롯데 측의 입장에 대해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 것에 무슨 의도된 목적이 있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병원은 21일 신 총괄회장이 병원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검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시사비즈와 통화에서 "신 총괄회장이 당일 오후 2시쯤 주치의를 맡기로 한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을 만나 1시간가량 상담만 받고 돌아갔다"며 "건강검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검진이라면 단계별로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 것은 없었고 간단히 진단하는 수준으로 인사말과 상담을 진행했다"며 "문진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판단할 접근을 하지 않았다. 진료라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또 '워낙 건강하시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신 총괄회장이 연세가 많은 분이니까 오 병원장이 인사치레나 덕담 수준으로 '건강해 보이신다'고 말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서울대병원의 입장이 나오자 신 전 부회장 측도 결국 건강검진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시사비즈와의 통화에서 "주치의가 될 분을 만나 문진하는 자리였다"며 "영어로 '간단한 체크업(checkup)'이라고 해놓은 게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일 오 병원장이 체온, 혈압, 맥박 검사를 하고, 청진기로 살폈다. 총괄회장이 혈액 검사 과정에서 주시기를 거부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여론전'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말 조용하게 다녀오려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도 제가 (총괄회장 외출 모습이) 좋아보여서 찍어놓은 것"이라며 "증거 사진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롯데 차원의 진료가 집무실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병원행이 불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롯데 측의 인수인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의 퇴거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본인의 신변관리를 포함해 불법적으로 침해된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비서실장 등을 개인적으로 채용한 것"이라며 "롯데호텔의 직원채용규정이나 인사규정을 따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 지시에 따른 직원들의 근무나 출입을 방해하는 경우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회사 직원도 아닌 사람들이 총괄회장 위임장이 있다고 다수가 몰려와 호텔에 무단으로 진입해 상주한다는 것은 법률적·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선 사장으로서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둘러싼 문제도 경영권 분쟁과 함께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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