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세대 리더 100]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
  • 감명국·조유빈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10.22 11:43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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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 정치 분야 1위, 통합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

10월15일 오후 7시30분. 인천공항에 들어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3박 4일간의 촘촘한 일정으로 일본 출장을 마치고 막 귀국하는 길이었다. 때마침 비행기도 30분 이상 연착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진을 맞자 이내 다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았다. 미처 준비가 안 되었음에도 거침없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나갔다. 안 지사는 “예전 1989년, 1990년 국회 비서관 초년병 시절 시사저널을 처음 접했다”며 시사저널 창간 26주년을 축하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등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 (시사저널) 표지에 등장하는 걸 봐왔는데, 내가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고 했을 때 처음엔 솔직히 신기했고 영광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전문가 설문조사의 정치 분야에서 3년째 연속 1위에 올랐다.

솔직히 부담이 가장 크다. 3년 전 처음으로 1위에 올랐을 때는 영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마음이 무겁다. 우리 야권에도 좋은, 미래에 주목받을 정치인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 연배를 포함해 훌륭한 분이 많이 계신다. 다만 저는 현직에 있고, 그분들은 현직에서 일할 조건이 안 되거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방문 성과는 어땠나.

3박 4일 일정이었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18건의 일본 기업을 충남 도내에 유치했다. 3억2000만 달러 정도의 규모다. 엔저(低) 시대에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외자 유치 우량 등급의 고도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다. 베어링과 2차전지의 배터리 판막과 관련된 2개 회사의 기업 투자 유치를 약속하는 행사를 갖기 위해 방문했다. 또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에 따라 일본여행업협회·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도쿄(東京)에서 백제 역사 유적지 관광 프로모션 행사를 가졌다.

세 번째로는, 우리 충남도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투자를 신청해놓았는데, 그 일환으로 방문했다. 수소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수소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보다 먼저 만들었는데, 양산 시스템은 일본이 더욱 앞선다. 수소충전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수소자동차의 안정적인 부품 조달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지금까지 수소에너지 국가 정책을 펴온 일본의 에너지 로드맵에 대한 공부를 하고 왔다. 수소 시대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하자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흐름을 보고 대한민국도 같이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득을 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역사 문제와 아베 정부의 우경화 등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썩 좋지 못한데, 현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한·일 간 외교 문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리더십의 한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입장에 대해 양국 정상들이 좀 더 현명하게 시민들의 우호와 경제적 번영 등을 위한 좋은 해법을 찾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전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세계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지도자들은 국가 간의 갈등 문제를 풀 때는 지난 세기의 방식과 다른 노련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세기에는 민족과 국가가 서로가 격하게 부딪쳤지만, 이제 모든 국가의 국민들은 세계의 시민이 됐고, 세계적으로 여행·결혼·투자를 하는 시대가 됐다. 20세기 지도자들과는 다른, 국제 갈등을 푸는 현명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9월 단체장 직무수행 조사’에서 65.1%를 기록해 2위에 올랐고, 그 전달 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 있나.

(웃음) 그걸 제가 알겠나. 예쁘게 봐주시는 도민들이 고맙다.

반면, 도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특히 첫 임기 때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한 ‘3농 혁신’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농 혁신’은 생산과 판매, 6차산업화를 통한 가공과 제조에 따른 농수축산물 판로 개척, 농촌 마을 공간 정비의 문제, 농업 산업에 대한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고 농업 사업에 새로운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 부분 부분 축적이 되어지고 있고, 좋은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좀 더 기다려주기를 부탁드린다.

충남 도의회는 ‘야당’ 격인 새누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남은 도정 기간에 의회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낼 방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도의원들) 말씀 잘 듣고 상의해서 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오늘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서, 의회와 격돌할 만한 권한이 지방정부에 별로 없다. 예산이 많아서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재정 자립도가 30%가 채 안 된다. 뭔가를 서로 잘해보자는 내용으로 의회의 의견을 듣게 된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만한 지방정부의 재정과 권한이 없다. 그저 좀 더 잘하라는 얘기다. 충남을 위하는 같은 심정에서 열린 마음으로 얘기를 잘 듣고, 잘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지난 9월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충청인들이 좋아하는 충청 출신 정치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최근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 등 유독 충청 지역민들의 대권 창출에 대한 염원이 뜨거운 듯하다.

충청 지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어느 지역이나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또 영남에서도 PK와 TK로 나눠질 것이고, 강원도나 제주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독 그게 충청도만 세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 지역 내에 젊고 유망한 정치인들이 나타나면 잘 커서 지역의 대표 선수가 됐으면 하는 것이 모든 지역 어른들의 마음일 것이다. 물론 ‘나를 지지하는 도민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웃음)

10월17일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의 <누가 지도자인가>라는 책의 북콘서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 지사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상(像)은 무엇인가.

‘좋은’ 사람이 좋은 지도자다. 상식적인 감정에서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사람이다. 훌륭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복합적이다. 꼭 일을 많이 하는 지도자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데, 그것을 생략하고 위신과 유세에만 목을 매게 된다. 지도자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좋은 지도자란 좋은 사람이다. 사람이 나쁜데 좋은 지도자일 수는 없다. 어떤 나물이 맛있다는 것은 맛의 결과로서 좋은 것이지, 그 재료가 되는 들기름과 깨소금을 분석한다고 해서 그 맛을 찾을 수는 없다. 하물며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까. 우리가 인생의 모든 경험을 통해 느끼고 있는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 단어가 ‘좋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란 게 상당히 추상적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안 지사는 스스로 그런 지도자상에 맞는다고 보는가.

그래서 방금 전 첫 질문에서 내가 1위 소감에 대해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고 답한 것이다. 그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게는 무겁게 다가오고, 상당한 부담이 느껴진다고 얘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10월13일 일본을 순방 중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일본 고도 기술 보유 기업 대표들과 2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금 야당 상황이 좋지 못하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위가 가동됐지만, 당내 계파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 당 중앙위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많은 국민은 안 지사가 당에 대해 좀 더 쓴소리를 해주길 기대하는 바가 컸다고 본다. 그러나 “단결해야 한다”는 말로 문재인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나? 어떤 조직이든, 정당이든, 국가든 간에 힘을 모으려고 자꾸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대표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대표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충고와 훈수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때로는 상황이 나빠지고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운동 경기에서도 이미 필드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선수에게는 밖에서 하는 훈수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함께해서 나온 결과에 대해 같이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견해가 정말 나와 다르면, 내 뜻을 더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선거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그런 사람마저도 없고 자신이 정확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당 대표나 국가 지도자 자리에 도전해야 한다. 나는 당원으로서 언제나 전당대회의 결정에 따랐고, 그 결정을 돕는 입장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 여전히 ‘친노’라는 말이 나올까 봐 그러는데, 지난 2008년 총선 때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에 의해 내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때 당 대표가 손학규 전 대표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것을 깨끗이 수용한 것은 당원으로서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안 된다’ ‘승복 못한다’고 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당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발전을 위한 비판이나 충고를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가령 문 대표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역할을 안 지사에게 기대하는 것 아닐까.

물론 쓴소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하면 (그 사람에게) 몰래, 조용히 얘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들 앞에서 떠들 듯이 얘기하면 꼭 그런 뜻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상식으로 놓고 보면, 간단하다.

야당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 다소 곤란한 부분이 있나.

특별히 곤란할 것은 없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 되니까. 다만 도지사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열어 놓았다. 그런데 (도지사를) 해보니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안 난다. 당원으로 투표를 하거나 중앙위에서 당원으로서 의사 행위를 하는 수준이지, 일상적인 정당 활동은 어렵다. 그래서 (당내) 정보가 부족하고 어떤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물어볼 때 얘기할 수 없는 것이지, 겸양을 하거나 입조심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당 밖에서 당내 계파 갈등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나.

우리 모두는 ‘친구’다. 여야도 한 국민으로서 친구다. 서로가 애정이 있다면 상식에 맞게 충고해줘야 한다. 그 형식이 맞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볼 때 정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이다. 당무위나 중앙위 회의 때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해서 상대를 설득하려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같이 (의견) 수렴이 되게 해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수자여서 자기 의견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조직원으로서 감내해야 한다. 어떻게 (자기) 의견이 매번 다 관철이 되나. 어떤 조직을 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다수파일 때도 조심을 해야 하지만, 자신이 소수파였을 때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이견(異見), 즉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다 듣고, 공통의 목표, 당의 목표, 국가의 목표에 의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에게 정치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2010년 처음 도지사 선거에 나왔을 때 “큰 꿈에 도전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충청민의 염원을 잘 읽었다고 본다.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내 직업은 정당인·정치인이다. 이 직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갖고 통합력을 유지하고, 사회가 더 좋은 번영으로 가는 것을 중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일을 할 것이다. 지금은 도지사로서 현재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또 어떠한 기회를 가질지 잘 모르겠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내 관계 속에서 역할이 규정되어야만 한다.

가령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데, 정상 정복을 위한 마지막 도전조를 짤 때는 그 상황에서 결정한다. 당초 짜인 주자들이 정상 직전 캠프에서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시 조가 짜인다. 마찬가지로 우리 당내에서도 어떻게 해서 누구에게 도전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이는 한 개인의 불굴의 의지의 영역이 아니고, 또 의지만 가지고 만들려고 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역사의 등산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캠프, 저 캠프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이 적임자라고 평가를 받으면, 그때 그 기회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시사저널 조사결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를 통한 ‘새 정치’를 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21세기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까지 이루어졌던, 한 개인의 도전과 출세, 영광을 위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이제 성공과 출세, 이윤 논리만 가져서는 안 된다.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잘 섞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내가 맺고 있는 여러 관계 속에서 (기회가) 결정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계속 (등정을 하듯) 올라간다.

안 지사 스스로는 등정 단계에서 지금 어느 정도까지 와 있다고 보는가.

한때 우리 당의 최고위원으로 당을 리드하는 역할도 해봤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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