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세대 리더 100] ‘설국열차’ 멈췄어도 봉준호는 달린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10.22 11:53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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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 양현석 대표, 2 · 3위 차지

대중문화 전문가들에게 물은 대중문화 분야 차세대 리더 1위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봉준호 감독(24%)이 선정됐다. 봉 감독은 올해 이렇다 할 연출작이 없었는데도, 지난해 지목률 21.3%보다 높은 24%를 기록했다. <설국열차>로 세계 영화계에서도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그는 내년에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영화를 내놓는다. <옥자>란 타이틀로 관객에게 선보일 이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대중문화 분야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CJ E&M 나영석 PD가 12%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선정된 것이다. 나 PD는 지난해 1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1년 새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나 PD는 KBS에서 자리를 옮긴 후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방영하는 <신서유기>까지 화제를 모으면서 ‘나영석 파워’를 과시했다. 나 PD가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는 지상파보다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 분위기, 연출과 작가들의 호흡도 영향을 미쳤지만, 연기자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나 PD의 인맥과 섭외력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 일러스트 신춘성

3위에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11.3%)가 올랐다. 지난해에는 K팝 열풍을 이끈 양 대표와 가수 싸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가 나란히 2위부터 4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양 대표만 10위 안에 들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이렇다 할 후속곡을 내놓지 못했다. 이수만 대표의 경우 SM 소속 가수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원인으로 보인다. 반면 양 대표는 YG 소속 가수들의 인기가 건재한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시장에 안착시킨 것이 큰 점수를 받은 이유로 풀이된다.

방송인 유재석은 8.0%의 지지를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유재석은 차세대 리더 100인을 묻는 전체 조사에서는 12위를 차지해 대중문화 분야 인물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른 방송인들의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뒤처지는 데 반해, 유재석의 순위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송강호·박찬욱·유아인 등 영화인 8명 10위권

올해 대중문화 분야 조사 결과의 특징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인물들이 대거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자리를 영화인들이 꿰찼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이 1위를 차지한 것 외에도 5위부터 10위까지 6위를 제외하고는 전부 영화인들이 차지했다. 영화배우 송강호가 5위(7.3%), 영화감독 박찬욱과 최동훈이 공동 7위(5.3%)에 오른 데 이어, 영화배우 하정우·유아인· 황정민과  영화감독 류승완 등 4명이 2.7%의 지지를 받아 공동 9위에 올랐다. 공동으로 순위에 오른 인물들까지 계산해보면 10위 안에 8명이나 포함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10위 안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5명만 진입했다. 영화인들이 이처럼 대거 순위에 오른 것은 <베를린> <도둑> <베테랑> <사도> 등 한국 영화들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2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배우 유아인의 약진이다. 송강호, 황정민, 하정우 등은 이미 한국 영화계 대표 남자 배우로 자리를 잡았지만, 유아인의 이름값은 지난해만 해도 이들에 한참 뒤처졌었다. <베테랑> <사도>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유아인은 불과 1년 만에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MBC 김태호 PD는 6위(6.0%)를 차지했다. 김 PD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10위에 오른 바 있으나, 올해는 순위가 세 계단 상승했다. 김 PD의 순위 상승 요인은 당연히 그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힘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유재석과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태호가 10위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이 예능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400회를 훌쩍 넘긴 <무한도전>은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한편, 대중문화인들이 꼽은 차세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는 ‘도덕성’(33.3%)이 꼽혔고, 소통(14%)과 리더십(10%)이 그 뒤를 이었다. 대중문화인들이 롤 모델로 꼽은 인물로는 김구 선생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7%의 지지를 받아 공동 1위에 올랐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4.0%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대중문화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세대 리더 100위 안에 대중문화인이 무려 21명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3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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