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인사이드] 재정건전성 운운하더니…총선 앞두고 ‘예산 나눠먹기’ 기승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0.27 14:50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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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예비심사서 SOC 예산 2조5000억원 증액 의결…여야 고르게 분포 -타당성 거치지 않고 없던 사업에 5억원 일괄 배정하기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예산 나눠먹기'가 도를 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타당성 검토를 따지지 않고 지역 예산을 너도 나도 챙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240여개 사업, 2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예비심사를 통해 당초 정부안보다 2조4700억원 증액했다. 정부가 올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줄인 SOC 예산 감축분 1조500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셈이다. 여야가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것을 견제하지 않아 전체 상임위 가운데 가장 먼저 예비심사를 마쳤다.

국토위 예산 심사 내역을 보면 소속 의원들은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을 1조7500억원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도로, 철도, 공항 등의 신설·개선 사업에 쓰이는 돈이다. 지역구 의원이 주민들에게 예산을 확보했다며 홍보하기에 좋은 사업들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예산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 장관은 강호인 국토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의원 신분으로 복귀하게 된다. / 사진=뉴스1

예산이 늘어난 SOC 예산은 권역별로 고르게 분배됐다. 특히 예산 심사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토위 소속 의원이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영남권에선 경남과 경북을 가로지르는 '한기리-교리 국도 확장사업' 예산이 45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 이 사업은 예결위 위원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의 지역구에 해당된다.

호남권에선 전남 강진과 해남을 연결하는 '옥천-도암 도로건설 사업' 예산이 정부안(2억원)보다 5배 증액된 12억원으로 증액됐다. 국토위 소속인 김영록 새정치연민주합 의원과 같은 당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와 연관된 사업이다.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공항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 예산은 당초 10억원에서 347억원으로 늘었다. 국토위 소속이자 예결위원인 변재일 새정치연합 의원과 같은 당 이해찬·양승조 의원 등의 지역구가 영향을 받는 곳이다.

수도권에선 경기 고양 덕양구의 '관산-원당 국대도건설 사업' 예산이 토지보상비 급증 등을 이유로 49억원에서 231억원으로 약 5배가 됐다. 덕양구는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과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아예 없던 사업도 추가됐다. 제대로 된 타당성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일단 설계비 등을 명목으로 예산을 끼워넣은 셈이다. 사업당 일괄적으로 5억원씩 배정된 일반국도 조사설계 사업의 경우 경북 10개, 전남 14개로 가장 많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고르게 나눠먹기한 결과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에 짓는 군위-의성 국도 건설 사업과 같은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없던 국토위 심사 과정에서 10억원이 배정됐다.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경북 남동부 지역 접근성 확보'가 그 이유였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안 증액 요구가 쇄도하는 상황"이라며 "여당과 야당 모두 (증액을) 요구하다보니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반영된 예상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결위 관계자는 "국토위나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더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예결위 본심사 과정에서 상당부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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