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과 자긍심 높다” vs “자괴감과 분노 커져”
  • 조유빈·유지만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10.29 15:12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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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싱크탱크 ‘청년’ 담당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 인터뷰

내년 4월의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청년’이다. 여야는 청년 표심이 선거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청년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 공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사저널은 양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산하 청년정치센터장(부원장)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민주정책연구원 산하 청년정책연구소장인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공통된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통해 청년층 정치 참여의 현주소와 함께 여야 싱크탱크가 청년들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봤다.

지금까지 청년을 위해 수립한 여러 정책들 중 가장 강조할 만한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

이재영 의원(이하 이)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에서는 전국 대학생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14년 실태조사 결과 청년들 중 ‘중소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가 66.8%일 정도로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각 부처와 기관별로 산재해 있고, 정부 취업 정보 제공 사이트인 ‘워크넷’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해 청년 일자리 지원을 할 수 있는 정보 창구를 일원화하려고 한다.

ⓒ 정호준 의원실

정호준 의원(이하 정)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의 경우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매우 미미하다. 청년 고용 할당률을 현재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25일 발의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의 청년 고용 할당률을 5%로 높였다. 민간에서도 근로자 규모에 따라 3~5%까지 청년들을 고용하도록 했다.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자기 당의 의지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실제 당내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아직 만으로 서른아홉이다. 20년 여의도연구원 역사상 30대 부원장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당에서도 청년 실업과 청년 세대들에 대한 문제를 매우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고,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청년 세대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청년의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분석이 부족했다는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정부가 대학생 소형 임대주택사업과 행복주택사업을 실시했지만, 대학가 주변의 원룸 같은 자취 형태의 주거 유형은 제공하지 못했고 결국 실패했다. ‘열정 페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사업장을 제대로 감독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대략 10만명에 이르는 청년 당원이 있지만 예산과 조직에서 기본적인 독립성조차 확보되어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 배정된 예산도 없었다. 청년국이라는 조직은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은 어떤가.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정리 중에 있다. 확실한 건 지금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에 다가갈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얘기하는 건 ‘제발 이런 것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현재 그런 틀 자체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장기 불황과 기업의 투자 기피가 청년층 실업대란을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청년 정책과 청년 공약이 제시됐지만 하나로 묶이지 못했다. 대학 등록금, 일자리, 주거, 육아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청년 공약을 패키지화하고자 한다. 새정치연합이 청년경제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청년희망 3대 정책(일자리, 창업 지원, 공공임대주택)과 4대 입법(청년경제기본법, 청년고용특별법, 노동 시간 단축, 구직촉진수당 신설)을 국회에서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이재영 의원실

최근 취업을 포기한 비(非)구직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취업정책을 내놓을 생각인가.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못 되다 보니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들고나온 것이다. 그 결과물은 시간이 지나야 나온다. 새누리당은 청년들의 생각과 해결 방법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내가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치센터장을 2년째 맡고 있는데, 이곳을 거쳐간 학생 수가 2000명이 넘는다.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걸 계속 발굴해내고 정책적으로 녹아들게 하겠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할 생각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청년들에게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받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고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기본적인 인생 시스템에서 ‘취업’은 핵심 열쇠가 된다.

2030세대와 5060세대의 투표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2002년부터 젊은 층과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맞다고 본다. 그 당시는 386세대가 주도했고, 그들의 주장에 젊은 층이 동의하는 형태였다. 2010년 이후 2030세대가 등장하고 ‘3포’ ‘5포’ ‘7포’라고 불리는 ‘N포’ 세대가 등장했다. 청년들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세대 간 생각 차는 더욱더 세분화된다.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청년층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기 시작한 경향이 있다.

갈등은 다양성을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인식 차이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고, 이해관계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5060세대들이 개발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 속에서 살아왔다면, 2030세대들은 IMF라는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성장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됐다. 환경이나 건강, 삶의 질 문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민주화 이후 정치 참여, 투표 독려 등이 급속도로 확장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50대 이상 유권자와 20~30대 유권자의 수가 비슷한 상황이다. 2030세대 절반 정도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대별 유권자 수는 차이가 없지만, 투표에 대한 적극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은 정치나 정당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2030세대는 자신의 정치적 지지 판단 기준이 정책이라고 했다.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실리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조적으로 우리 정치가 양당제적 성격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인데, 국민 다수의 포괄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특정 계층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세대적·이념적·지역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다. 정치권에 청년이란 선거 때 동원하는 조직 정도로 이해되어왔다. 앞 다투어 정책을 쏟아내지만 결국 가장 많은 유권자 계층을 중심으로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현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도는 어떻다고 보나.

여러 여론조사 등을 보면 많은 청년이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애국심과 자긍심,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려는 생각이 강하다. 청년들은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잘하고 있고, 또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청년층의 목소리를 좀 더 주의 깊게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정부가 청년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지 않겠나. 청년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선거 때 내놓았던 공약들도 신통찮다. 오히려 청년들에게 ‘중동(中東) 가라’고 언급한 것이나, 노령연금 파문에서 보듯 청년들의 자괴감과 분노심에 기름을 끼얹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뜨거운데, 열악한 경제 상황을 개선해나가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온 나라를 이념 전쟁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는가.

청년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참여하려 했을 때, 실제 정치권이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많지 않다. 이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 청년 참여율을 높이고자 한다. 새누리당은 청년정책센터와 같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다. 2030세대들이 새누리당에 오면 정치가 재미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자신들이 말하는 게 정책적으로 풀려나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을 대하는 정치권의 인식이 ‘들러리’ 수준에서 조금씩 ‘독립적 공간’을 보장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체질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청년 유권자들이 정치를 신뢰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발굴하고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 특히 일상적 활동으로 신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모임이나 독서 모임, 육아 정보나 일자리 정보와 같은 실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선배로서 2030세대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일단 뛰고 보자’고 권하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중소기업, 다 쓰러져가는 직장에서 일해왔다. 중소기업에 가서 웬만큼 열심히 하면 대기업보다 폭넓은 업무를 볼 수 있다. 옮겨다닌 중소기업 6곳 중 3곳이 망해 ‘낙오되는 건가’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일했던 경험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됐다. 청년들이 ‘도전’하기를 원한다.

국회의원에 처음 도전했을 때가 33세다. 하지만 낙선과 전략 공천의 희생양이 되면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사회의 청년, 한국 정치에서 청년 당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잘 이해한다. 부끄러운 성공보다는 차라리 떳떳한 실패가 낫다. 청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서관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찬란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고 풍요롭게 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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