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대세와 거품 사이
  • 강장묵 |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
  • 승인 2015.10.29 17:02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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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만큼 부작용 기미도 보이는 1인 미디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힘찬 울음소리’로 존재를 알린다. 1969년 10월29일, 인터넷이 태동할 때의 첫 마디 역시 ‘Hello World(헬로 월드)’였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첫 인사, 아마도 화성에 인류가 첫발을 디딘다면 역시 ‘안녕!’이란 짧고 선명한 표현 말고 무슨 말이 또 있을까.

세상에 처음 태어난 어린아이부터 화성에 첫발을 디딜 인류까지 모두 첫 번째 신호를 세상에 보낸다. 인류에게 존재함이란 ‘타자(他者)와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를 알리고 우리를 널리 알리는 일’은 소중하다. ‘알려진다’는 것은 기회이자 힘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쉬운 게 아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기업은 스포츠 행사 때마다 제품 광고를 한다. 기업과 제품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김군’은 오늘도 짝사랑하는 ‘박양’에게 ‘호감 있음’을 전달하고자 밤새워 전자메일을 끄적일 수 있다.

과거 아무나 텔레비전에 나갈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방송을 탄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기회다. 기회를 잡으면 돈을 벌고 권력을 잡고 유명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든 대중이든 누군가에게 알려질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실력을 쌓고 평판을 높여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개인과 기업이 미디어를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방송 장비와 시스템 그리고 콘텐츠 제작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1인 미디어 운영자가 수억 원 버는 세상

그런데 이 거대한 시스템과 자본력 없이도 간단하게 자신의 미디어를 누구나 하나씩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일반화됐다.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아프리카TV·팟캐스트 등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1인 미디어가 많아지자 이 안에도 온갖 세상의 폐단이 스며들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끼만으로 부족하다. 잘 키워줄 수 있는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연예인의 성상납 사건과 그에 따른 자살 등 추문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추문이 1인 미디어 인터넷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근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개인 창작자들이 여느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한 달 수입만 수억 원에 달하는 인기 창작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전문 소속사 개념의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 이하 MCN) 사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쉽게 말해 인터넷 세계의 SM, YG, JYP 등이다.

하지만 “1인 미디어와 MCN이 미디어 시대의 대안인가”란 질문에는 아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고 대세라는 평가와 전망이 많긴 하지만, 결국 기존 미디어 진입의 통로 역할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한계론도 존재한다.

여전히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1인 미디어와 MCN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큰 편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재능과 능력만으로도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마케터들도 특정 영역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점점 더 인터넷 방송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선정적인 콘텐츠 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시장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심지어 최근에는 아프리카TV 등에서 주요 화면을 얻기 위해 자신의 여자친구를 성상납 했다고 폭로한 사건이 있었다. 각종 1인 방송을 둘러싼 추문(아프리카 성상납 사건 등)이 세상을 놀라게 한다.

1인 미디어가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1인 미디어의 대세와 거품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의 역사는 뉴미디어의 역사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던 1969년 10월, 미국 UCLA와 SRI(스탠퍼드 대학의 싱크탱크) 연구소 간에 최초의 네트워크가 연결된다. 그리고 1994년 인터넷이 상용화된다. 그 후 인터넷은 전 세계 시민들에게 소통의 놀이터가 돼왔다. 즉 누구든지 미디어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94년 이전까지 미디어는 국가의 관리 또는 공공성을 갖는 기관의 관리 아래 있었다. 신문과 방송 등은 한 사람이 다수의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그 자체가 권력이다. 따라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데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자격 조건이 필요했다. 흔히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라고 한다.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이 과정을 통과하기가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었다. 이 완고하고도 안정적인 시스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이 태동하면서부터다.

1인 미디어는 다수의 대중이 인터넷상에서 의제를 형성하고 공유해 여론을 만드는 순기능을 갖는다.  집밥 백주부 또는 중화요리 이선생 등이 유튜브·아프리카TV·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국에 ‘설탕 듬뿍, 소금 듬뿍’이라는 구수한 말을 퍼뜨릴 수 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팬을 모을 수 있는데, 1인 미디어는 인터넷을 근간으로 태동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 방송 심의 없이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오직 청취자의 선택에만 의존해야 하는 강호의 고수들이 팟캐스트·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에 즐비하다.

관음과 노출, 나르시시즘의 위험 도사려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했고 전문가의 영역이 허물어진 지 오래된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상영관을 구할 수가 없을 뿐이다. 반면 누구나 영화를 만들거나 방송을 찍거나 글을 써서 유튜브·인스타그램·트위터 등 1인 미디어에 올릴 수 있다. 수백만~수천만의 새 채널이 생긴 것이다. 이런 대세를 꺾기보다는 이런 흐름을 타고 한류를 발굴하고 콘텐츠 산업을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는 게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다. 다(多) 대 다(多) 통신을 바탕으로 한 1인 방송은 소수의 기존 방송을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반면 1인 미디어 고유의 톡톡 튀는 개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선정적인 1인 방송과 기존 방송 시스템의 폐단(MCN 사업자의 갑질 등)도 있다. 게다가 1인 미디어가 관음(觀淫)과 노출 심리에 빠지면 피로해진다. 예를 들면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타인의 삶을 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도구인 페이스북에 먹방·인맥 등을 지나치게, 그리고 꾸준히 자랑하는 일상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지치게 한다. 이것처럼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1인 방송은 나르시시즘의 광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함께 참여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더 성장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1인 미디어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 집단지성이 잘 구성되기 위해 1인 미디어의 선순환 시스템을 완비하고 자정 작용을 위한 토대 마련을 슬슬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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