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잘 둔 덕에 대권 가도 열리나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0.29 17:12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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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의 부인과 토니 블레어 前 영국 총리의 부인이 펼치는 ‘세기의 변호사 대결’

“우리는 모든 여행객의 보이콧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몰디브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그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5일, 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인도양 중북부 섬나라 몰디브에 대한 여행금지 제재를 갑자기 요구하고 나선 아말 클루니 변호사(37)의 말이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54)와 결혼식을 올려 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아말 클루니가 이제 몰디브에서 다시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그가 올해 4월 반(反)테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13년형이 선고된 무함마드 나시드 전(前) 몰디브 대통령의 항소심 국제변호인단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나시드 前 몰디브 대통령 사건으로 맞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몰디브에서 처음 치러진 민주 선거에서 과거 30년간 독재 정치를 펴온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12년 2월 가윰 지지자들의 시위 등으로 하야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는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야민 가윰 후보가 당선됐으며, 나시드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반테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가윰 정부는 집권 이후 나시드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몰디브민주정당(MDP)’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정치적 보복과 탄압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유엔도 5명의 독립 법률 전문가를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시드 전 대통령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비롯한 여러 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즉시 석방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변호사 아말 클루니 부부 ⓒ UPI 연합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변호사 셰리 블레어 부부 ⓒ 연합뉴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나시드 전 대통령보다 그의 변론을 맡은 아말 클루니에게 더 쏠려 있다. 오히려 아말 클루니가 변호인단에 합류하면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대편이라고 할 수 있는 몰디브 정부를 변호하고 있는 사람이 놀랍게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일약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했다. 셰리 블레어는 자신이 직접 세운 로펌인 ‘옴니아 전략(Omnia Strategy)’을 대표해 몰디브 정부를 변호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 재판은 두 거물급 여성의 실력과 자존심 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 주로 영국 언론들이 이번 재판을 ‘세기의 캣파이트(catfight, 여자끼리의 결투)’라고 칭하며 몰디브에서 재판이 열릴 때마다 두 여걸을 취재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아말 클루니는 주로 몰디브 현 정권의 정치 탄압을 부각하면서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법을 쓰는 반면, 셰리 블레어 측은 여론이 아니라 현지 법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셰리 블레어 측은 “나시드 전 대통령은 중대한 현지 법률 위반 혐의로 몰디브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어떤 국가 전체가 평화를 파괴하는 방법을 사용할 때, 그 국가에 관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일개 개인적인 사안과 재판에 대해 서방 국가의 제재를 촉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말 클루니 측은 “과거 언론인이나 지식인을 감금하고 탄압한 러시아나 이란에 대해서 서방 국가가 제재를 가해왔다”며 “몰디브 국가 전체가 아니라 이러한 부당한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집권 세력 관계자에게는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세는 이미 아말 클루니 편” 여론 기울어

여기에 더해 이 두 여성 변호사의 화려한 경력도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조지 클루니와의 결혼으로 주가를 엄청나게 올린 아말 클루니는 결혼 이전에도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에 정통한 변호사로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망명 문제를 다루는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율리아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등을 변호하는 등 국제무대에 이름을 널리 알린 인권변호사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 역시 변호사 경력이 30년을 넘는 노련한 법조인이다. 그는 남편인 토니 블레어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이 세고 남에게 굽히지 않는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재판이  두 거물급 여성의 자존심 대결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나시드 전 대통령 재판의 향방과 관계없이 이미 아말 클루니 쪽으로 승부가 확연히 기울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떨친 그는 이번에도 군부 정권인 몰디브 정부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나시드 전 대통령을 위해 무료 변론을 자임하며 나섰다. 반면 셰리 블레어 측은 몰디브 정부로부터 막대한 수임료를 받고 군부 정권의 변론에 나섰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만 울상을 짓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를 보다 못한 에드워드 폭스 영국 법무장관이 지난 9월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조지 클루니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아말 클루니를 원하고 있다”면서 “아말을 고용했기 때문에 사건 소송 홍보는 저절로 이뤄진다”며 아말 클루니의 여론전은 남편을 잘 둔 덕이라고 비꼬고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곧 조지 클루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결혼 소식이 발표되자, 이를 두고 미국 정계에 진출하기 위한 조지 클루니의 장기 포석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대두됐다. 당시 조지 클루니의 측근도 “클루니의 공직 출마에 따른 신뢰도 향상에 이번 결혼이 도움을 줄 것”이라며 “9월 결혼식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미국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뛰어난 미모와 함께 세계적인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말 클루니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조명발이 곧바로 조지 클루니의 앞길에 서광을 비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201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조지 클루니의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며, 이를 계기로 조지 클루니가 미국 대권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질 확률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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