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야 한 목소리에 소신 발언한 기재부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0.30 15:24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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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공제제도에 여야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부금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 참석한 정갑윤‧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율 인상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공제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아 기부 활성화을 저해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여야는 기부금 공제율을 최대 24~25%까지 높이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현행 기부금 공제는 지난 2013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기부자 소득에 상관없이 기부금의 15%(3000만원 초과분 25%)를 일률적으로 공제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제도 변경으로 피해를 보는 측은 고소득자다. 기존 소득공제방식은 소득구간에 따라 세율이 달라 소득이 많을수록 많은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연 소득이 3000만원인 A와 1억5000만원인 B가 100만원을 기부했을 때 제도 변경 이전에는 A는 15만원(15% 세율), B는 35만원(35% 세율)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세법개정으로 A, B 모두 15만원으로 같게 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재계 관계자는 세수입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고액기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기부금의 약 70% 차지하는 현실에서 낮은 공제율은 기부에 찬물을 끼얹진다는 것이다. 여야도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다. 기부금 공제제도는 정치자금기부금과 법정기부금을 기부자의 소득한도(근로소득금액) 내에서 1순위로 공제한다. 이 중 정치자금은 10만원까지는 전액공제가 가능하고 초과하는 금액은 15%의 세액공제가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지난 2012년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정치자금 기부금은 약 117억원으로 직전년도인 2011년(약 52억원)에 비해 2배가 늘었다.

이날 정부 측 관계자로 참석한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알려진 바와 달리 기부가 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 실장은 “지난해 연 소득 5500만원 이하자의 기부는 줄었지만 초과자는 오히려 늘어 근로자의 기부 총액은 2013년보다 증가했다”면서 “제도 변화에 따른 추세(기부금 증감)를 보기 위해선 최소한 2~3년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기부금 공제율은 다음달 있을 세법개정안 심사에서 여야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상 여야 구분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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