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인사이드] 정부 말로만 ‘전기차 20만대 시대’? 정작 현실은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30 17:34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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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 활성화 위해서 예산 증액 아닌 효율적 분배 필요”
자료=환경부

비싼 가격, 충전소 부족 등으로 전기차 보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내년 88% 이상 증액할 예정이지만, 정작 구매보조금은 줄고 급속충전기 증설계획은 미미해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88.5% 증액한 1485억2400만원으로 편성했다.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이란 정부가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으로 전기자동차의 보급 활성화를 위한 구매 보조금과 충전인프라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내년 전기차 보급목표를 2015년 3000대 수준에서 5000대 늘어난 8000대로 설정했다. 이 8000대에 대한 구매보조금으로 전년 대비 109.2% 늘어난 1048억원이 편성됐다. 이외 완속충전기 7900기에 대한 설치보조금 316억원, 급속충전기 150기 설치비용 105억원 등이 배정됐다.

문제는 정부가 예산만 늘린 상태로 정작 목표달성을 위한 세부계획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전기차 보급방식은 지방자치단체가 관용차로 구매하는 방식과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공모를 통해 민간에 보급하는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민간공모 신청건수는 2014년 5140건, 2015년 8월말 기준 5139건으로 전기차에 대한 민간수요는 5000건 초반에 그친다. 전기차 보급목표의 90% 이상을 민간공모로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 내년도 같은 수준에서 민간수요가 이어진다면 전기차 보급 8000대 달성은 요원하다.

자료=환경부

전기차 민간수요가 적은 이유는 내연기관차량 대비 가격이 비싸고 충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차량과 비교해 2000만원 이상 비싸고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67~148km로 짧다. 또 충전 소요시간(급속충전 30분, 완속충전 6~9시간)은 길다.

이런 전기차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는 내년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대당 15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300만원 줄였다. 상대적으로 충전시간이 빠른 급속충전기 목표 설정대수는 2017년까지 637기로 잡았다. 2017년 전기차가 10만대 보급됐다 가정했을 때, 급속충전기 1대당 전기차는 157대 수준으로 충전기 과부족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급속충전기보다 완충시간이 길지만 가격은 저렴한 완속충전기의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정부 의사와 별개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반대할 시 설치가 허용되지 않는다. 부피가 큰 충전시설 동의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치를 과다하게 잡고 예산만 늘릴 시, 예산 집행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전기차 현실을 고려했을 때 예산 증액보다는 충전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사실상 민간공모 방식으로 내년 보급목표 8000대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급실적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되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의 친환경성․경제성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충전시간이 30분 이내인 급속충전기인프라는 전국적으로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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