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日 이미지 탈피 가속화...반응 '긍정적'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1.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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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주도로 지배구조와 사내문화 등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의 일본색 빼기 양상이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안팎 여론의 지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회사 안팎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16개로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폐쇄적인 일본식 가족기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는 이를 위해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팀장으론 이봉철 롯데정책본부 부사장을 임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4%)를 매입했다. 이어 호텔롯데는 지난달 27일 롯데알미늄(12.0%), 대흥기획(3.5%), 한국후지필름 지분(0.9%)을 다른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총액 1008억원에 사들였다. 두 번의 매입으로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중 349개(83.9%)가 해소됐다. 롯데는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최종적으로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호텔롯데 지분은 11개 L투자회사가 72.65%, 롯데홀딩스 19.07%, 광윤사 5.45% 등 일본 회사들이 99.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계 회사다. 신 회장은 국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 호텔롯데의 일본계 지분을 대폭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위해 호텔롯데의 한국 주식시장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광윤사가 보유한 5.45% 지분이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그는 지분 50% + 1주를 보유해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희망하는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했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일 경우엔 보유지분을 6개월 동안 팔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호예수를 규정한 것이다.

광윤사가 보호예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호텔롯데 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신 회장으로서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이런 난관을 뚫고 상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위해선 금융계열사 분리와 나머지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기자회견 당시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재원 마련 방안이 과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인 롯데로서는 경영권 분쟁과 국적 논란은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롯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분리'를 외치는 것과 대비돼 여론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 9월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배구조개선TFT에 이은 두번째 그룹 내 혁신조직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와 이인원 부회장(정책본부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내ㆍ외부위원과 실무진을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기업개선위는 출범 이후 롯데에 대한 사내외 평가에 대한 심층 분석에 돌입했다. 임직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집단심층면접(FGI) 등으로 사내의 이야기를 들은 것을 비롯해, 언론보도와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외부에서의 평판도 함께 파악했다.

사내 안팎의 평판을 바탕으로 기업개선위는 8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사내 부분에선 ▲조직 자긍심 ▲일하는 방식 ▲경직된 조직문화를, 협력업체와 관련해선 ▲상생 협력, 대외적인 활동과 관련해선 ▲기업 이미지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지배구조 과제가 꼽혔다.

이 같은 사내 안팎의 평판 조사결과를 얻은 기업문화개선위 외부위원들은 지난달 30일 첫 번째 진행점검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신 회장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외부위원은 "군대식 문화를 타파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문화로 변화하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위원은 "내부직원 및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제일 중요하다"며 "상생하는 모습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르고 있던 내부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며 "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는 외부위원도 있었다. 또 다른 외부위원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주주는 주주일 뿐 경영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개선위는 또 이 같은 경직된 사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연근무제' 시행 계획을 밝혔다. 또 상생협력을 위해 협력사에 채용 및 법률자문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꺼냈다.

신 회장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저도 총수 이전에 전문경영인의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 고객과 파트너사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사내에선 기대 섞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계열사 한 임원은 "회장이 발 벗고 나서는데 확실히 뭔가 다를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계열사 한 직원은 "다들 기대하는 분위기"라면서도 "과거 일본식 경영문화에 뿌리를 둔 사내의 군대식 문화가 쉽게 사라질지는 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전직 롯데 직원은 "사내 강압적 문화가 사라지면 퇴사율도 낮아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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