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통신 결합상품 논란 재점화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1.03 17:55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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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망 1위 KT 긴장, 당장 인수 막기는 힘들어
9월 30일 방통위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내놓은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 일부/출처=미래창조과학부

SK텔레콤 이사회가 2일 CJ헬로비전 지분 인수를 의결하면서 결합상품 관련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유선방송·알뜰폰(MVNO) 업계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과 이를 활용한 결합상품을 토대로 방송·통신 시장을 모두 장악할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CJ헬로비전 점유율 14.5%와 SK브로드밴드 점유율 11.5%가 합쳐지면 26%가 된다. 즉 KT점유율 29.2%와 비슷해진다는 뜻이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당장의 점유율 변화가 아니다. 경쟁사와 시민사회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방송·유선 통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결합상품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 결합상품 경쟁자가 사업 파트너로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유선방송이나 초고속 인터넷 사용료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묶음 상품이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를 ‘락인(Lock-in, 경쟁사 상품이나 서비스로 옮기지 않도록 가둬두는 효과)’하는 효과가 있다는게 정설이다.

예를 들면 결합상품 가입자는 스마트폰을 바꿀 때 이동통신사만 변경하거나 초고속 인터넷만 해지하기 힘들어진다.

당장 결합상품 시장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을 포함한 SK결합상품의 가입자 수는 2011년 88만 3천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엔 182만 명을 넘겼다.

이런 와중에 CJ의 인수는 이동통신 점유율과 CJ헬로비전의 유선방송 장악력을 바탕으로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도 높일 수 있어 더욱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초고속 및 결합상품 경쟁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흐트러트리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서 7월까지 이어진 결합상품 논란에서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은 대결하는 관계였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유선방송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SK와 CJ측이 화해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때부터 이번 인수가 결정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수 결정으로 CJ는 자사의 강점인 미디어 사업에 집중하고 SK텔레콤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됐다. SK텔레콤 역시 방송·통신시장 지배력을 높이면서 지역 방송 채널을 갖게 되는 등 미디어에 영향력을 갖게 됐다.

◇ 경쟁사 반발...당장 규제는 힘들어

인수 반대 입장을 가장 빨리 낸 곳은 케이티(KT)다. KT는 이동통신 시장 30%를 장악한 2위 사업자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과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선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결합상품 분야 1위업체다.

6월 결합상품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CJ관계자는 “실제 결합상품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미미하다”면서 “진짜 무서운 경쟁자는 전국망을 가진 KT”라고 말했다.

그만큼 KT에게 이번 인수 발표는 의미가 크다. 즉각적 영향은 알뜰폰 사업에서 발생한다. 현재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중 KT망을 사용하는 인원은 85만명이다. 이들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0.5%를 차지한다. 이 0.5%를 최대 경쟁사인 SK가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가입자도 일정 시간을 거쳐 SK망을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도 기존 가입자가 나가고 새 가입자가 들어오면서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의 SK망 사용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SK텔레콤이 막강한 마케팅력을 이용해 경쟁사 가입자를 진공청소기처럼 끌어들일 거라 주장한다.

이주홍 녹색소비자 연대 국장은 “알뜰폰 가입자가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쓰고 있던 통신망을 다른 회사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이동통신사가 많이 하는 방식대로 가입자에게 전화해서 구두로만 확인받고 SK망을 사용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미래부에서 인수합병 인가가 나지 않거나 SK 계열사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될 가능성은 작다.

다만 합병 인가 과정에서 경쟁사가 인수조건을 붙이도록 압박할 수는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내놓은 결합상품 규제안도 경쟁사와 시민사회가 당국을 압박해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창만 팀장은 “(당국이) 인수 합병 자체를 못하도록 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조건을 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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