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최경환 예산’ 쏟아진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5.11.05 14:16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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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지역 5593억원 증액안…충남·전북은 각각 1663억·816억원 삭감안

이명박 정부 당시 “경북 동해안에 노났다”던 한 여당 의원의 말은 올해 예산 정국에서도 유효하다. 대구·경북(TK) 지역은 내년 예산 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올랐다. 다만 예산을 따온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 정권의 ‘영포회’ 역할을 ‘친박(親朴) 실세’가 대신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필두로 친박 의원들 지역구에만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정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이번 예산 배정은 특별하다. 내년 4월13일 치러질 총선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지역구에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오려 사력을 다해야 할 시기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한 야당 관계자는 “‘최경환 예산’ 등 정권 실세들 위주로 예산안이 결정되다 보면 결국엔 총선에서도 기선 제압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 연합뉴스

국토부 사업 TK 예산 증액, 또 증액

철도·도로·건설 등 지역구 예산 다수가 포진한 국토교통부의 예산 결정 과정은 TK 지역에 예산이 집중된 상황을 보여준다.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2016년 국토부가 내놓은 예산안과 정부가 이를 수정한 안을 비교한 결과, TK 지역 예산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안은 기존 안에서 전체 4225억원 증액됐는데, TK 지역은 5593억원으로 가장 많이 불어났다. 반면 충남 지역은 1663억원, 전북은 816억원 각각 삭감됐다.

대구·경북 예산 몰아주기는 특히 철도·도로 공사에서 두드러진다. ‘최경환 예산’이라는 빈축을 산 대구권 광역 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토부가 12억원을 배정했는데 기획재정부 논의를 거쳐 168억원으로 뛰었다. 대구순환고속도로 예산은 국토부(도공)안 999억원에서 3377억원 증액된 4376억원으로 정부안에 편성됐다. 영천-언양 간 도로는 국토부(도공)안 1117억원에서 정부안 1834억원으로 증액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정부가 내놓은 안을 수정해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도로 부문의 ‘친박 예산 끼워넣기’는 이어졌다. 최 부총리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청도군의 사업인 ‘청도-밀양 2 국도 건설 사업’은 기존 4억원에서 10억원으로 수정됐다. 또 다른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 사업도 마찬가지다. 원안에 없던 2개 사업(고로~우보 국도, 군위~의성 국도 건설)이 추가됐다. 국토위는 이 두 사업에 각 10억원씩 배정했다.

이 밖에 국토부가 배정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2017년부터 조성되는 대규모 신규 국가산업단지도 편중돼 있다. 정부는 신규 국가산업단지 6곳 중 절반에 달하는 3곳(대구, 경북 포항 블루밸리, 경북 구미 하이테크밸리)을 TK 지역에 조성하기로 하고 예산을 배정했다.

국토교통 부문 외에도 ‘TK 몰아주기’ 잡음은 또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이다. 산자부 예산 지역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원래 중앙 주도의 지역 산업 육성에서 탈피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편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 비용이 대구·경북에 편중되고 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자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 지특회계 지역별 사업 예산안’에 따르면, 지특회계 정부안은 총 8523억원인데 이 중 대구가 940억원(11%)으로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갔다. 2위는 787억원(9.2%)을 기록한 경북이었다.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예산 몰아주기’ 빈축…지역 불균형 가속화  우려

이 같은 ‘TK 몰아주기’는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최경환 예산’으로 거론되는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김윤덕 의원은 “국토부가 편성한 내용만으로도 경북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예산이 편성됐는데, 기재부 협의 단계에서 또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갔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이 ‘최경환 예산’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2016년도 국토교통위 예산안 분석’은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의 위법성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대상 노선을 구미로 확장하는 것은 광역철도 지정 요건인 대도시권(대구권)에 포함되지 않아 ‘대도시권 광역 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 할지라도 설계 기간을 감안해 2016년도 내에 공사 착공이 어렵다”면서 “예산 168억원 중 공사비(시설비) 예산 84억원은 절감이 가능하다. 사업 기간을 과도하게 단축해야 할 시급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나치게 사업 기간을 단축할 경우 부실한 설계와 시공으로 철도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밖에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업인 ‘차세대 건설기계·부품 특화단지 조성’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현재 증액되지 않은 채로 예결위 심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둔 ‘자기 예산 챙기기’가 투명한 국가 예산안 결정에 큰 장애 요소라고 지적한다. 채연하 좋은예산센터 팀장은 “내년에 총선이 있어서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위에서 예결위로 넘어간 예산안에는 너무 ‘보여주기’식의 홍보용이 많다. 실세 의원들 지역구 예산이라 해도 국회가 함부로 증액하면 안 된다. 그대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해도 그 시도 자체가 국회의 권한을 뛰어넘으려는 것이다”면서 “국가적으로 필요한가와는 상관없이 의원들은 자신들이 발언한 기록이나 예산을 따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집착한다. 그런 행태로 예산이 편성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 정국에서의 ‘쪽지예산’에 따른 지역 양극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여권 실세들이 예결위에서 쪽지예산으로 통과시키면 필요성에 대한 검증이 안 된다”면서 “힘없는 농촌 지역이나 입김이 약한 초선 의원 지역이 손해를 본다. 다선 의원이 많은 대구와 경북 지역은 예산을 계속 가져가게 되니 지역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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