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남의 일 아니다
  • 정상만 | 한국방재학회 회장(공주대 교수) (.)
  • 승인 2015.11.05 14:32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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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홍수 대응 비해 가뭄 대응 미흡…물량 확보할 종합 대책 필요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광역 상수원인 보령댐의 저수량이 19%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보령시를 비롯한 이 지역의 8개 시·군은 지난 10월8일부터 물 절약 20% 달성을 위한 절수를 요청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2월에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강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오기 위한 보령댐 도수로(導水路) 공사를 추진해 내년 2월 말까지 완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내년 이앙기(移秧期)인 4~6월에 농사를 지을 물이 없어 논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충남도는 공주보의 물을 예당저수지로 끌어오는 대책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가뭄 사태는 충남 지역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수도권과 전북·강원 지역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이러한 가뭄은 내년 6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엘리뇨 현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의 강도와 진폭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6월 하순부터 큰비가 내리기 시작해 9월 하순이 되면 그친다. 그동안에 댐과 하천에 빗물을 모아 10월부터 이듬해 6월 중순까지 이 물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이 기간 동안의 강수량이 현저히 적어 가뭄 취약 지역부터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보령댐 상류인 충남 보령시 미산면 도화담리의 모습. 중부권의 극심한 가뭄으로 충남 지역 8개 시·군이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 시사저널 임준선

종합 대책 이끌 컨트롤타워 부재

가뭄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강수량 부족이다. 그런데 가뭄이 닥치면 단기적인 대응이나 수습에만 급급하다가 비가 와서 해갈이 되면 곧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보니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예방, 대비책 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해 많은 피해를 남기고 가는 태풍과 홍수에 대해서는 잘 대비하고 대응하고 있는 반면, 준비만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뭄에 대해서는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가뭄은 오랜 기간의 강수 부족으로 인한 기상학적 가뭄, 토양의 수분 부족으로 인한 농업적 가뭄, 각종 용수 부족으로 생기는 수문학적(水文學的) 가뭄, 전염병과 사회 혼란이 야기되는 사회·경제적 가뭄 순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학적 가뭄은 기상청에서, 농업적 가뭄은 농어촌공사에서, 수문학적 가뭄은 수자원공사에서, 사회·경제적 가뭄은 국민안전처에서 담당한다. 주무 부처가 각기 나뉘어 있는 것이다. 이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가뭄 정보를 취합해 가뭄을 진단하고 피해를 예측하며 종합적인 대책을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 절약 시 ‘인센티브’ , 물 낭비 시 ‘페널티’

현재 홍수의 경우에는 모니터링과 예·경보를 실시하고 있으나, 가뭄의 경우에는 예·경보는 물론 종합적인 모니터링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상청,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에서는 기관별 운영 목적에 맞는 기상학적·농업적·수문학적 가뭄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뭄 정보를 토대로 종합적인 상황 판단과 가뭄 피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야 가뭄 재해의 예방·대비·대응·수습 단계에서의 중요한 의사 결정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미국은 효율적인 가뭄 관리를 위해 1995년 국립가뭄경감센터(National Drought Mitigation Center, NDMC)를 설립해 가뭄 현황 모니터링과 3개월 이후의 가뭄을 전망하고 있다. 호주와 아프리카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12년부터 4년간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주지사는 ‘물 절약 25%’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지자체에는 벌금을 부과하고 주민에게는 물값을 대폭 올리겠다고 선포했다. 그 결과, 27%의 용수를 절감해 설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가뭄 대처를 위해서는 물 절약과 함께 물량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 절약 방안으로 물 절약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물 절약 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물 낭비 시에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은 원가의 83%에 불과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물값이 2~6배 비싼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물값의 현실화 방안도 물 절약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한 수익은 오래된 상수관망 개량 공사에 투자함으로써 특정 지역에서 30% 이상 누수율이 나타나는 현상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을 절약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물량을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물량 확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물그릇’을 더 확보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의 하천에 친환경적인 중·소 규모 댐을 건설해 물그릇을 확대하거나 기존 저수지 둑을 높여 저수 용량을 확보함으로써 물량을 늘려나가야 한다.

지역의 물량 확보를 위해 2000년 이후 일본은 373개의 중·소규모 댐을 건설해왔으나, 우리나라는 단지 14개의 중·소규모 댐 건설 계획을 수립했을 뿐, 아직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게 해수의 담수화, 지하수의 활용, 하수 재이용 등을 통한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떠나 현재 16개 보에 확보된 물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확보된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은 아주 흔하고 값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흔히 ‘돈을 물 쓰듯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그동안 우리 사회가 물의 가치를 폄하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경제재가 된지 오래다. 이제 물을 돈 쓰듯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물은 생명이고, 물량을 확보하는 일은 돈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물 부족 문제는 우리의 당면 과제가 됐다. 물 부족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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