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큐레이션의 시대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1.05 16:47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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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문 밖에 있다> 펴낸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

“사실 다른 사람의 생각 없이 내 생각을 가지기는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면서 다른 누군가로부터 세상을 배우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을 해서 얻는 바도 있고. 이게 큐레이션(curation)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그저 사물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카피(copy)는 단순하게 베끼는 거다. 큐레이션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한 가지다. 나만의 색깔, 즉 콘셉트가 있으면 큐레이션이지만, 그것 없이 그대로 옮겨오면 카피인 거다.”

한국 최초의 퍼스널 브랜드인 ‘Idea Doctor(아이디어 닥터)’를 만들고, ‘2015 올해의 브랜드 대상’ 퍼스널 브랜드 부문을 수상한 이장우 박사. 그는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로 마케팅, 디자인, 소셜 미디어, 패션, 커피, 맥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문과 강의를 해왔다.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매일같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30만명의 ‘친구’들과 소통하는 SNS의 리더이기도 하다. 그런 그이기에 젊은이들에게 롤 모델 또는 컨설턴트로서 주목받고 있다.

ⓒ 올림출판사 제공

“수세미 판매사원 경험이 성공으로 이끌어”

이장우 박사는 최근 펴낸 <세상은 문 밖에 있다>를 통해 경쟁 사회 속에서 힘겹게 자신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향해 “경쟁을 하려면 자신의 룰과 프레임 안에서 자신만의 무기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도 ‘스펙’을 중요시하는 발언을 한다.

“스펙을 죄악시하는 건 잘못이다. 나는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스펙을 쌓으라고 말씀드린다. 그런데 자신의 스펙이 뭔지, 본질을 모른다. 스펙은 남달라야 한다. 나만의 무기가 필요한 거다. 남이 가지고 있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빠른 시간에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스펙이 필요하지만, 스펙에는 토익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스펙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없는 걸 만들어내야 된다.”

이 박사는 스펙을 ‘잠시 머무르다 가는 구름’이라며 자기 성장만이 스스로를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이 나라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이전과 다른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SNS에서는 물론이고 창업하는 것만 봐도 우리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회사에만 오면 말을 하지 않는다. 윗사람들과 언어부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주문하는 내용이 있다. 2030세대가 입을 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대안으로 젊은 세대의 기를 살려주고, 아이디어를 받아주고, 휴가도 가게 해주고, 책도 많이 읽게 도와주는 문화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양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형식적으로 억지로 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도 재미있어져야 한다. 그래야 판타지와 콘텐츠가 있는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박사는 한국3M 수세미 판매사원 시절부터 시작해 글로벌 기업 CEO로서의 경험, 1인 기업가로서의 길에 대해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수세미를 팔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현장의 지식을 가슴으로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때 창피하고 두렵기까지 했던 수세미 판매가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준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아이디어 탐방·자료 구입에 연 1억원 투자

이장우 박사가 <세상은 문 밖에 있다>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real(본질)’이다. “난 나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real’을 강조한다.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생활화하고, 창조하고, 공유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춘다. 그만큼 본질이 우리 삶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수세미 판매의 현장 경험, 글로벌 기업에서 키운 글로벌 감각,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며 쌓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장우’가 아닌 ‘아이디어 닥터’를 본질로 삼아 강력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직접 경험’과 ‘미래를 위한 투자’다.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커피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전문가를 찾아가고, 커피의 본고장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커피에 호기심을 느낀 이 박사는 바로 커피학원에 등록하고, 한국의 커피 1인자로 알려진 서필훈 선생에게 커피 감별법을 배웠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커피농장도 방문했다. 커피 세계에 뒤늦게 눈을 뜨게 됐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도 받았다. 계산하고 계획하느라 몸으로 부딪쳐 시도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일이다.

“본질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했을 때 얻어진다. 본질을 위해서는 당면한 현실이 어려워도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한다. 수입이 적더라도 비용을 마련해 자신의 본질을 채워나가는 데 투자해야 한다. 고되지만 그런 노력 속에서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고 더 나은 인생을 기약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지금도 아이디어 탐방을 떠나고 자료를 구입하는 데 연평균 1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힌다. 그는 “여행에 쓰는 돈을 아까워해서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값진 가치가 있고, 여행으로 얻은 경험은 인생에서 언젠가 꽃으로 피어날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모든 일을 잘하고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약점도 있고, 어려움도 있고, 좌절도 있는 법이다. 단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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