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발의 법안, 양 늘었지만 처리율 떨어져…“입법실적 과시용”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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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월 법안발의 집중…“의정보고서 한 줄이라도”

#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법 개정안 5건을 한꺼번에 제출했다. 류 의원이 2012년 국회에 등원한 이후 대표 발의한 38건 가운데 25건(65%)은 11월과 12월에 제출됐다. 연말에 발의한 법안 가운데 처리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다른 법안과 합쳐진 뒤 폐기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실적 쌓기가 도를 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류안은 전보다 늘었지만 처리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10건 중 1건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특히 1년 내내 법안 발의에 늑장을 부리다가 연말에 법안 발의가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정기국회 기간 열심히 일한다면야 다행이겠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매년 1월 주민들에게 배포하는 의정보고서에 법안 발의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한 기색이 역력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지난 6일까지 발의한 법률안(위원장 대안 포함)은 총 15727건이었다. 이미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발의된 법률안 1만2220건을 초과했다.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법안 처리 성적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19대 국회 출범이래 지금까지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된 의원발의 법률안은 1746건(11.1%)이었다. 877건은 비슷한 법안을 묶은 '위원장 대안'이었으니 순수한 의원입법 중 본회의 관문을 통과한 것은 869건(5.5%)에 불과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정량 평가에 치우치다 보니 의원들이 질적인 면보다 양적인 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원들은 연말인 11월과 12월에 법안을 집중 발의했다.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 444건, 12월 633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1~10월 평균(306건)과 비교했을 때 법률안 수가 이례적으로 많다.

201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11월과 12월에 발의된 법률안은 각각 739건, 649건에 달했다. 해당년도 1~10월 평균(383건)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보좌관은 "다음해 1월 의정보고회를 앞두고 의정보고서에 입법 실적을 담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한 법률안이 연말에 쏠린다"며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공문이 책상 위에 쌓여 있어 전부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430건이었다. 국정감사가 겹쳐 법안 발의가 줄어드는 예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2014년 10월에는 242건, 2013년 10월에는 280건, 2012년 10월에는 210건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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