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의 역습]② 빗나간 수요 예측의 참극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10 11:23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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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정부경전철, 수요예측 과다로 ‘애물단지’ 전락 도로·철도·항만 사업 55%, 수요예측 절반치 못미쳐…예비타당성 조사도 ‘무용지물’
자료=시사비즈 작성

수도권 교통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용인 경전철. 개통 직후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용객이 수요 예측보다 크게 못 미쳐 용인시가 혈세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용인 경전철은 계획 단계에선 3만1000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2012년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명 안팎이다. 그나마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요금제를 시행하고 단체 승객 유치,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이용객이 늘었지만 당초 예측과는 차이가 크다.

용인 경전철에 들어간 비용은 1조32억원.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용인시와 봄바디어 등이 주축이 된 ㈜용인경전철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을 놓고 다툼을 벌이느라 3년 가까이 운행하지 못했다. 더욱이 용인시는 이와 관련한 국제중재심판에서 패소해 건설비용 5159억원, 기회비용(운행을 못해 발생한 손실비용) 2672억원 등 8500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용인시는 2013년 7월 MRG 방식에서 비용보전방식(운영수입이 표준운영비에 미달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나마 재정부담이 줄었지만 지난해 지원 금액만 24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경전철 운임수입은 50억원에 불과해 표준운영비 295억원에 못 미친 탓이다. 결국 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로 인해 공무원의 수당을 깎고, 저소득층 복지비 를 대폭 줄이는 등 긴축 재정을 펼쳐야 했다.

비슷한 일은 의정부시에서도 발생했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하루 평균 10만8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3만명에 불과했다. 의정부시와 업계에서는 개통 3년6개월이 되는 올해 말이면 경전철 운영 누적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의정부시 안팎에서는 ‘파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 수요예측 절반 못 미치는 사업만 55%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만큼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뜻이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4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292개 도로·철도·항만 사업 가운데 166개 사업(55%)의 이용률은 예측보다 절반을 밑돌았다. 예측 대비 수요가 20% 미만인 사업도 22건(7.5%)에 달했다. 반면 예측보다 이용률이 높은 사업은 27건(9.2%)에 불과했다. 2015년 4월까지 사후 평가가 실시된 도로·철도·항만 사업의 예측 대비 실측수요를 분석한 결과다.

‘경기 통일대교-장단 간 도로확장 및 개설공사’ 사업은 하루 평균 3만3290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235대만 이용했다. 예측 대비 수요가 0.7%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전남 화순남면 우회도로 축조 및 포장공사’도 하루 4만3158대가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용 차량은 1816대(4.2%)에 그쳤다.

◆ 예타조사도 무용지물…10건 중 6건 과다 예측

사업 타당성과 재무 건전성을 따져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또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사업에서도 수요 예측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정부는 대규모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겠다며 지난 1999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는 지난해까지 709건 실시됐다. 이 중 458건(64.6%)에서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317조5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평균 공사 기간이 길어 완공된 사업은 51건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도로·철도 사업 10건 중 6건 이상이 수요를 과다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부문에서 2002~2012년 완공된 사업 20개 중 12개(60.0%)의 통행량이 실제보다 높게 예측된 것이다.

2010년 2736억원 규모로 건설된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예측한 차량 일일 통행량은 63만1154대였지만, 실제 완공 이후 통행량은 12만6752대에 그쳤다. 예측 오차가 무려 80%에 육박한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같은 해 1354억원을 들인 ‘영종 북측-남측 유수지 간 도로개설’ 사업은 예타조사 때 일일 통행량이 5만3049대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1만1877대밖에 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잘못된 예타조사는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요 예측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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