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해외 진출의 명과 암]① 실리콘밸리 환상 깨야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1.10 15:58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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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높고 네트워킹 어려워, 철저한 준비와 국내 성공 중요
오픈서베이는 204개 스타트업를 대상으로 진출 준비 중인 국가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그래프=오픈서베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성장동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들어 창조경제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스타트업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결과는 어떤가. 가시적인 결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 육성이 쉽지않다는 사실만을 재확인했을 뿐인 것이다. 시사저널의 경제매체인 시사비즈는 스타트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심층 취재해 3회 시리즈로 엮을 예정이다.<편집자주>

최근 스타트업 설문조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진출 국가는 미국이 아니었다.

창업 지원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와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Opensurvey)’가 9일 발표한 공동 조사한 결과, 204개 설문참가 기업 중 30%인 27개 회사가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지난해 36.7%의 선택으로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은 2위로 밀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이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장 기회라고 생각했던 미국 진출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 임금 비싸고 홍보 쉽지 않아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이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건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필수다. 홍보가 선행된뒤 판매도 되고 투자도 들어온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은 매셔블(Mashable)이나 테크크런치(TechCrunch) 같은 유명 매체에 실리는 것이다.

이런 방식를 실행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 이른바 ‘실리콘밸리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페이팔(PayPal) 마피아’라는 말이 보여주듯 실리콘밸리에는 같은 학교 동문이나 젊은 시절 창업 파트너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존재한다. 최소한 ‘인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계를 페이팔 창업 동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론 노출이나 투자도 이런 네트워킹이 돼야 쉬워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실제 미국에 지사를 내보면 한국 직원들이 그런 부분을 담당할 수가 없다”면서 “최소 1.5세대 이상 교포나 현지인을 채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용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조인트벤처(Joint Venture)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평균 임금은 10만 983달러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억 1700만원이 넘는다. 주변 다른 지역 임금은 더 싸지만 가장 낮은 지역이 5만 5천 달러 수준이다.

큰 규모의 기술정보(IT)회사에도 미국 지사 운영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미국지사 운영비용과 임금 수준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이 나왔다.

◇ 한국에서의 성공경험 중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 투자에 실패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한 2억 정도 투자했다 금방 접었다”면서 “당시 사람들이 빨리 잘 접었다고 했다”고 얘기했다. 실력만 있으면 미국에서 성공하리라는 기대는 환상이었던 셈이다.

IT벤처를 비롯한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단기간에 성공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거나 최소한 버티려면 철저한 준비와 실탄이 필요하다.

한국기업은 한국에서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미국 고객이나 벤처캐피털(VC) 같은 투자자에게 보여줄 일명 ‘레퍼런스(reference)’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외국 기업을 무작정 믿고 투자를 하거나 계약을 맺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0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투비소프트는 한국 사용자 인터페이스(IU)·사용자 경험(UX)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펩시 등 대형 고객사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지사를 안정화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화종 투비소프트 IR팀장은 “(투비소프트는) 당장 영업이익을 내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중”이라면서 “본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고객사를 늘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방한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Alphabet) 회장도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해야 한다는 한국 스타트업이 많다”면서 “그러나 한국 기업은 한국에서 성공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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