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승패가 대선 판도 좌우한다
  • 김지영·이승욱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5.11.11 15:15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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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강남 벨트 등 거물급 혈투 예상…10곳에서 현역 의원끼리 치열한 경합 벌일 듯

“대통령은 누가 되든 상관없다. 우리 의원님만 당선되면 된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의원 보좌진들의 솔직한 속내다. 정당은 정권 교체가 목적이다. 하지만 정당 소속 정치인은 ‘금배지’가 최우선이다. 대통령은 그다음이다. 보좌진 입장에서도 ‘주군’인 의원이 당선돼야 자신의 직장을 보전할 수 있다. 행여나 모시던 의원이 낙선하면 자신도 보따리를 싸야 한다. 의원과 보좌진의 신경세포가 온통 2016년 4월13일에 쏠려 있다.

내년도 예산 심의와 국정 교과서 정국이 맞물려 있어 의원회관은 아직 북적인다. 하지만 예산 정국이 마무리되는 12월 말부터 의원회관에 있던 보좌진들은 썰물이 지듯 하나둘 전국 각 지역구로 뿔뿔이 흩어진다. 살아 돌아올지, 장렬히 전사할지는 엄혹한 민심에 달려 있다.

2016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서울타워(구 남산타워). ⓒ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공천제 등 ‘공천 룰’이 어떻게 정해질지도 민감한 사안이다. 역대 총선 때마다 다선·중진 의원 대폭 물갈이설이 나왔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머지않아 공천 방식과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이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면 여야 공히 내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 전략통인 한 인사는 “공천 룰은 고사하고 선거구 획정도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선거를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거구 획정과 함께 공천 경쟁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이해관계에 따라 추가로 출마를 결심하거나, 지역구를 바꾸는 등 후보군 대이동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나 정당·세력 간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 정국으로 돌입하기 전까지 곳곳에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지만, 4·13 총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전국 246개 지역구(현 제19대 국회 기준)에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12년 4월11일 19대 총선 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152석(지역구 127+비례대표 25)으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27석(지역 106+비례 21), 통합진보당은 13석(지역 7+비례 6)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새누리당이 전국적으론 압승했으나, 서울 지역에선 참패했다는 것이다. 48개 서울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은 1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30곳, 통합진보당은 2곳에서 승리했다. 야권이 새누리당을 두 배나 압도했다.

그러면 4·13 서울 지역 총선은 어떨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만 말한다. 현 시점에서 수도권 판세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직 공식적으로 총선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없다. 하지만 친박(親박근혜)계와 ‘박근혜 키즈’ 출마설로 여야 간 거물급 대결이 곳곳에서 점쳐지고 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박계와 ‘박근혜 키즈’가 약진할 경우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차기 대선 역학관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반면 신통치 않은 성적을 올릴 경우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급부로 비박(非박근혜)계의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정세균·오세훈·안대희·박진 등 ‘종로 혈전’ 예상

서울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지역 중 한 곳으로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가 꼽힌다. 이 지역에선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유력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가세했고,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 출마설까지 나돌고 있다. 친박계인 정인봉 전 의원의 출마 의지도 강하다. 그러면서 여당 내 최대 공천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당 대표를 지낸 5선 관록의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이 수성(守成)을 다짐하고 있어 전국 최대 관심 지역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중구에서는 영화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으로 잘 알려진 지상욱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과 5선 의원을 지낸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현 의원의 맞대결이 주목된다.

서대문 갑에선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들인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과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 간에 숙명의 재격돌이 예상된다. 2004년 총선 땐 우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열린우리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됐다. 이후 2008년 총선에선 이 전 의원이, 2012년엔 우 의원이 설욕에 성공했다.

서대문 을은 차기 대선 후보의 측근과 전직 국회의원,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 등 야당 후보가 몰리면서 공천 대결부터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7대 총선 이후 내리 3선을 이어가면서 여당 텃밭 지역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외곽 조직인 서울희망포럼 사무총장 출신의 이은석 전 서울시의원이 공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의 후보군은 난립 양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과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 김영호 지역위원장,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이강래 전 의원 등이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정구 전 새정치연합 조직사무부총장, 조찬우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등 총 5명이 공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에서는 임한솔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성동 갑에서는 3선을 노리는 최재천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태기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19대에 이어 리턴매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총선에선 최 의원이 52.1%의 득표율을 올려 47.9%에 그친 김 위원장을 눌렀다. 여기에 이 지역에서 18대 의원을 지낸 친이(親이명박)계 진수희 전 의원이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성동 을에서는 18대 의원을 지낸 김동성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과 홍익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다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총선 때 488표차로 홍 의원에게 석패한 바 있다.

18대 국회 때 성북 을에서 당선됐지만 이명박 정부 말기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돼 의원직을 내려놓았던 김효재 전 수석이 여의도 재입성에 도전할 태세다. 이 지역에는 5선을 노리고 있는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버티고 있다.

노원 병도 거물급 인사들의 빅매치가 예상되는 곳이다. 19대 때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안기부 X파일’의 떡값 검사를 폭로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 바통을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어받았다.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안 의원에게 노원 병이 아닌 ‘험지 출마’를 요청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따라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과 노 전 의원의 야권 맞대결이 주목된다.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이 지역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운 ‘강남 3구 벨트’(강남·서초·송파)에서는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경쟁이 이미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곳을 휩쓸고 지나간 ‘현역 물갈이’ 바람이 재연된 곳은 서초 갑이다. 초선 의원인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월 돌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김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서초 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이 선거구는 애초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출마에 공을 들였던 곳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강남 물갈이’ 방침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4년간 원내 진출을 벼르던 이 전 최고위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당 텃밭’ 강남 벨트, 여당 계파 구도 복잡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통하는 조윤선 전 의원이 돌연 지역구 도전에 나서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양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과거 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핵심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유승민 전 원대대표와 함께 사실상 ‘탈박’(脫박근혜)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조윤선 전 의원은 대통령 정무수석과 여성부장관을 지내면서 현 정권 들어 친박 핵심으로 자리매김을 한 인물이다.

2강 구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호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더욱 복잡한 공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처남의 출마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 고문의 출마가 지역 민심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선거 구도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 여권의 수성 전략에 맞서 새정치연합에선 윤흥렬 지역위원장이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사돈 관계로, 1997년 대선에서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과 감각적인 CF(방송광고) 기법을 동원해 김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광고인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친박과 비박계가 혼재돼 맞붙는 인물 구도라는 점에서 서초 을도 서초 갑과 비슷한 양상이다. 서초 을은 초선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강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초 을에서 60.1%를 얻어 야당 후보를 여유롭게 앞질렀다. 강 의원은 현 정부에서 고위직 등용이 잦았던 미국 위스콘신 대학 박사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을 맡아 현 정부와 밀접한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강 의원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비박계의 공략도 거세다. 우선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정옥임 전 의원이 서초 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의원은 지난 7월 새누리당 외교특보로 임명돼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성중·진익철 전 구청장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선거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요인이 발생했다. 애초 서울 종로 출마가 예상됐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향을 틀어 서초 을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전 수석은 앞선 이명박(MB) 정부 시절 핵심 요직을 거친 인물로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그의 출마가 확정되면, 새누리당의 텃밭 내부에서 ‘친박-비박-친이계’가 혼재된 3파전이 벌어지면서 본선 경쟁만큼 치열한 공천 경쟁을 치러내야 할 전망이다.

송파 을, 3선 도전 제동 걸 후보에 관심

강남 3구 벨트 중 한 곳인 송파 을에서는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3선을 노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그는 18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인 천정배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4% 범위의 접전 끝에 재선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3월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입각한 후 6개월여 만에 교체되면서 인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 의원의 3선 도전에 제동을 걸 인물로 여권 내에서는 김영순 전 청와대 여성특보와 김종웅 진웅산업 회장이 거론된다. 김 전 특보는 2006년 송파구청장을 지냈고, MB 정부 때인 2011년부터 2년간 청와대 여성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김 전 특보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낙마했다. 새누리당 공천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종웅 진웅산업 회장은 경북 영덕 출생으로 1990년대 초반 서울시의원으로 일했고, 1998년부터 송파구의회 의장을 지내면서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회 회장을 지내는 등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새정치연합에선 박용모 현 지역위원장과 염춘영 사단법인 아태경제연구원장의 공천 경쟁이 예상된다. 박용모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송파 을 지역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현재 당 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그는 2012년 제6대 송파구의회 의장을 지냈고 지난해 제6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송파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43.9%를 득표했다. 염 원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송파미래포럼 환경분과위원장과 송파발전연합회 공동대표 등 송파구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쳐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3선 권영세’ vs ‘초선 신경민’ 불꽃 경쟁 예상

영등포 을은 여권 중진 의원의 재도전으로 눈길을 끄는 선거구다. 새누리당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권 전 대사는 지난 16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지내면서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당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정치 신인인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본선 대결에서 47.4%를 얻는 데 그쳐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2012년 1월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신경민 의원은 MBC 기자와 앵커로 잘 알려진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관록의 권 전 대사를 물리치고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19대 국회에서 교문위·법사위 등 다양한 위원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부터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과 해킹 사건 등을 파헤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 출신으로는 김종구 아시아사랑나눔 총재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의당 소속의 정호진 서울시당 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된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진재범 미국 변호사는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8곳 중 10곳 현역 의원 간 대결 구도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도 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지역구 입성 도전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지역 48개 선거구 중 10곳이 당내 공천과 본선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간 대결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천 갑과 강서 을은 3명의 현역 의원 사이에 다자간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양천 갑에서는 현 지역구 의원인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의 재선 도전에 비례대표 출신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김기준 새정치연합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서 을에서는 재선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새정치연합 소속의 진성준·한정애 의원이 본선 출정 채비를 위해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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