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표밭’이 총선 승패 가른다 4·13 총선 때 최소 8석 늘어나 치열한 경합 예고
  • 유지만·조유빈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5.11.11 15:17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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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전국에서 최다 선거구를 가진 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246개의 20%가 넘는 52개가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 인천(12개)을 포함할 경우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경기와 인천에 몰려 있었다. “수도권을 잡아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기와 인천의 비중이 더 커지게 됐다. 20대 총선 선거구 조정으로 최소 8석(경기 7석, 인천 1석)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 기운 민심, 야권으로 돌아올까

인천·경기 지역은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 정치 1번지’인 수원에서 혈투가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화성. ⓒ 시사저널 포토

현재 분위기는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10·28 재보선에서 승리하며 내년까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고민이 많다. 10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무소속 후보에게도 밀리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벌써부터 ‘최대 표밭’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3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인천에 산다. 인천에서 승리한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괜히 민심의 ‘풍향계’라 불리는 지역이 아니다. 내년 4월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인천 지역 표심은 어떨까. 먼저 인천 지역 19대 총선 성적표를 보자. 19대 총선 결과, 인천 지역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42.9%,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은 37.7%를 기록했다. 정당 투표에선 새누리당이 앞선 것이다. 그런데 여야 의석 수는 6 대 6으로 같았다.

하지만 표심이 심상찮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선거인 지난 10·28 재·보궐 선거에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방의원 등 재·보궐 선거 실시 지역 8곳 중 7곳을 가져갔다. 특히 총선 전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선거였던 데다, 선거 전 의석 수가 새누리당 2명, 새정치연합 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야당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연합 지방의원이 있었던 선거구 곳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천 지역의 총선 민심이 여당 쪽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서는 인천 연수구의 분구(分區)가 확실시되면서 인천 지역 의석 수는 한 석 늘어나 모두 13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지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연수구 선거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천 지역에서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후보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연수구 빅매치’가 예상되는 것이다.

새누리, 황우여·민경욱 등 거물급 등판 예정

일단 이름값에서는 여당이 앞서고 있는 모양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발표됨에 따라 이른 시간 내에 정계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황 부총리는 15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후 인천 연수구에서만 내리 4선을 할 정도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하고 있다. 황 부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사실상 인천 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연수구의 분구에 따라 새로운 선거구로 지정될 송도신도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여성특보를 맡았고, 새누리당 대변인과 원내 대변인을 지낸 민현주 의원(비례대표)의 출마가 예상된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아들인 탤런트 송일국씨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송씨는 현재 연수구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하차설이 나오면서 ‘선거일 100일 전부터 TV 방송에 출연할 수 없기 때문에 하차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5일 대변인직을 사퇴한 민 전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에서 출사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되는데, 아직 지역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수구를 비롯해 중·동·옹진, 남동구 등 인천 남부권 어느 지역에서라도 ‘스타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 전 대변인은 출신고인 송도고등학교 인맥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넓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 갑에서는 4선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부평에서 이 지역구로 방향을 튼 구본철 전 의원이 등판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 지역에선 현역 의원들의 출마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직 의원들이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중·동·옹진)과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계양 갑) 등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박 의원은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 추징금 8065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 의원은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돼 11월20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판결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사무장의 잘못으로 의원직을 잃은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명예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연수냐 계양이냐’…송영길 선택 기로

인천에서 새정치연합은 총선 전까지 이탈한 민심을 되돌려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나마 새정치연합 쪽에서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출마설 정도가 눈에 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유정복 현 인천시장에게 패했던 그가  정계 복귀를 위해 재임 당시 신경 썼던 연수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에선 송 전 시장이 새정치연합의 절대 우세 지역으로 평가되는 계양 갑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7·18·19대 모두 이 지역에서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이 당선되며 지역 맹주로 자리 잡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송 전 시장이 계양 갑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 전 시장의 연세대 동창인 유동수 전 인천도시공사 감사도 이 지역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현직 국회의원들과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박남춘 의원(남동 갑), 윤관석 의원(남동 을), 문병호 의원(부평 갑), 홍영표 의원(부평 을)의 재출마가 예상된다. 중·동·옹진군, 연수구, 남동 을, 부평 을, 계양 갑, 계양 을, 서구·강화군 갑·을에서는 지역위원장들이 출마를 벼르고 있다.

정의당 쪽에서도 중·동·옹진군을 비롯해 연수구, 남동 을, 부평 을, 계양 갑, 계양 을 등 많은 지역구에서 지역위원장들의 출마 행보가 두드러진다. 정수영 전 인천시의원(남구 을), 김성진 시당위원장(남구 갑),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남동 갑) 등도 출마 예상자로 거명되고 있다.

여당 ‘탈환’, 야당 ‘수성’ 최대 격전지 부상

경기 지역은 내년 총선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승부처로 꼽힌다. 19대 총선에서 전체 246개 선거구의 20%가 넘는 52개를 차지했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선거구가 7곳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선거구 중 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9대보다 더 늘어나게 됐다.

여야는 모두 경기 지역의 승패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는 서울·인천과 함께 중앙정치 이슈가 바로 반영되는 지역이다. ‘수도권 승리=총선 승리’라는 공식에 비춰봤을 때, 지역구가 늘어날 경기 지역은 여야 모두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략 요충지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선거인 10·28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압승했다. 새누리당은 전국 24곳 중 15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호남과 인천에서 각각 한 곳씩만 당선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보선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총선 결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2009년 경기 지역 두 곳의 재보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도내 31곳 중 19곳에서 승리했다. 또 2011년 4월27일 성남 분당 을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고스란히 야당의 경기 지역 승리로 이어졌다. 19대 총선에서 전체 52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이 29곳, 새누리당이 21곳, 통합진보당이 2곳에서 각각 당선됐다. 전체 결과에서는 여당이 승리했지만, 경기 지역에서만큼은 야당이 앞서며 어느 정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지역 판세가 여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긴 하지만, 새누리당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접어든다는 점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여기에 늘어난 선거구가 전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연거푸 승리해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정치권의 쟁점과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야권이 외칠 ‘심판론’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던 경기 지역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 처한 야당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총선 전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거푸 참패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내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문 대표가 수장에 앉은 후 선거에서 연신 패배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경기 지역 판세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은 ‘경기도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수원이다. 여야는 19대 총선 때 수원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전체 4개 선거구 중 2개씩을 나눠 가졌다. 인구가 118만명을 넘어 분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체 의석 수가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 갑(장안)에서는 새누리당 박종희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점쳐진다. 7년 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박 전 의원(58.84%)이 이 의원(38.2%)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재보선을 통해 이 의원이 당선됐다. 당내 공천 경쟁도 관심거리다. 현재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이 일찌감치 수원 갑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경선에서 박 전 의원에게 패배한 후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박 전 의원과 김 의원 간 당내 공천 승리자가 수원 갑에 도전할 수 있다.

수원 을에서는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의 재출마가 유력하다. 18대 의원을 지낸 정 의원은 19대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그러나 지난해 7·30 재보선 직전 복당한 뒤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정 의원은 당시 백혜련 지역위원장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백 위원장이 이번에도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설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심거리는 분구 여부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수원 을 선거구가 2개로 나뉘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분구가 될 경우 수원 을이 경기 지역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장안구 출마를 준비 중인 김상민 의원과 박흥석 전 수원 을 당협위원장 등이 신설 선거구를 노릴 수 있고, 새정치연합에서는 김진표 전 의원과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유문종 수원 그린트러스트 이사장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원 병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여당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남 지사가 5선을 한 후 같은 당 김용남 의원이 재보선에 당선되며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김 의원의 재출마가 확실시되며 이승철 경기도의원과 공천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영진 지역위원장이 19대에 이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거물급 ‘생환’ 가능할까

뚜렷한 강자가 나타나지 않은 고양시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고양은 19대 총선에서 전국 최소 표차 1위(고양 덕양 갑)와 3위(고양 덕양 을)가 나오며 박빙의 승부를 펼친 곳이다.

고양 덕양 갑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의 세 번째 맞대결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18대 땐 손 이사장이 이겼지만 19대에선 심 대표가 승리하며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19대에 이어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 덕양 을에서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게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인 문용식 디지털소통위원장이 도전할 태세다. 문 위원장에게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패배한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도 후보 경선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고양 일산동에서는 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이 재선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산동은 16대부터 19대까지 한 번도 재선이 나오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거물급 정치인조차 쉽사리 당선을 낙관할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유 의원의 대항마로 김현복 당협위원장과 비례대표인 이운룡 의원, 백성운 전 의원, 강현석 전 시장 등이 거론된다. 선거에 앞서 당내 경선부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생환’ 여부도 관심사다. 우선  화성 갑에서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전체 국회의원 중 최다인 8선에 나선다. 또 안양 갑에서는 새정치연합 이석현 의원이 5선에 나서며 안양 동안 을에서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안양 만안에서는 새정치연합 이종걸 의원이 5선 고지를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 갑에서도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야당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 중 3선 이상에 도전하는 비율로 봤을 때 경기도가 전국에서 제일 높다. 20대 총선은 정권 말기 심판론과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 등 여러 현상들이 고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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