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천 회장, 3억원 주고 위증 교사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11.11 16:29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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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포스코 비리 코스틸 회장, 배임 혐의 벗기 위해 허위 진술 사주

포스코와 철강자재 거래 과정에서 135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박재천 코스틸 회장이 또 다른 수십억 원대 배임 및 위증 교사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친인척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정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47개 업체 소액주주들은 지난 2000년 12월 코스틸을 인수했다. 당시 소액주주의 대표였던 박 회장은 2002~07년에 걸쳐 다른 소액주주들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유상증자 등을 거쳐 코스틸을 사유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액주주들은 이 기간 동안 박 회장의 배임 행위로 약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스틸 주주 피해자 모임 측은 지난 2008년 박 회장을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박 회장이 자신의 개인 회사에 코스틸 판매권을 무상 양도하는 등 부당 지원하고 조폭을 동원해 소액주주들을 공갈 협박했으며, F 회사에 회사 자금 32억원을 무단으로 대여한 혐의 등이었다. 이 중 F 회사에 32억원을 무단 대여한 혐의가 인정돼 공소제기 결정이 내려졌다. 고소인 측은 F 회사에 무단 대여된 32억여 원이 2004년 8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많게는 5억원에서 적게는 3000만원까지 건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 박재천 코스틸 회장(맨 왼쪽)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이상득 전 의원(가운데)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역시 불구속 기소를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임준선

“현금과 향응 받고 위증했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2011년 무혐의 처리됐다. 그런데 최근 박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 대표 백 아무개씨를 매수해 허위 진술(위증)과 고소 취하를 사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씨가 검찰에 “박 회장으로부터 현금과 향응을 받고 위증을 했다”고 진정을 넣은 것이다. 코스틸 주주 피해자 모임 측은 즉각 박 회장을 위증 교사 혐의로 고소했고, 위증 교사가 입증되는 대로 배임 혐의에 대한 추가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소인 측이 제출한 백씨의 녹취록에는 당시 정황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백씨는 “(2008년 고소 당시) 변호사하고 협의를 하니까 박재천이는 배임·횡령액이 1000억도 넘는 거야”라면서 “(고소를 하고 난 후) 변호사가 ‘박재천이 못 친다. 저 위에 높은 데서, 진짜 청와대에서 끝발이 들어와가지고 박재천이는 칠 수가 없다’라고 그러는 거야. 박재천이 그 당시에 영포(영일·포항) 라인에 포항고등학교 총동문회장에, MB 정부에서는 끝발이 좋아도 한없이 좋은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백씨는 이어 “(재판이 진행되자) 박재천이가 나한테 ‘진정성을 보이면 얼마든지 도와준다’고 연락을 하더라고. 진정성은 내가 고소를 취하해주는 조건이고. (고소를 취하하고 나서) 나더러 ‘증인 신청을 하면 진술 좀 잘해달라, 재판부에 탄원서도 써달라’고 요청을 했다”면서 “2012년 1월 검정 가방을 가져오길래, 뒤에 세어보니까 3억이야”라며 박 회장의 교사를 받고 위증을 한 것을 자백하고 있다.

고소인 측은 “백씨가 받은 3억원 중 8800만원은 돈을 건넨 문 아무개 세무사에게 건네졌다”면서 “백씨는 박 회장이 사건 종결 이후에 추가적으로 약속한 대가를 이행하지 않자 수차례에 걸쳐 협박성 문자와 편지를 박 회장에게 보내 항의했다. 박 회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자각하고 나머지 피해 주주들에게 위증 교사를 고백한 뒤에 증거 자료 일체를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박 회장의 비리 혐의에 정준양 전 회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박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코스틸에서 고문으로 근무한 유 아무개씨가 정 전 회장의 인척인 사실을 확인했다. 유씨는 정 전 회장의 손윗동서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포스코로부터 납품 특혜를 받는 대가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포스코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재천 회장이 위증을 사주하면서 건넸다는 3억원 돈다발. ⓒ 시사저널 입수사진

“정준양 인척 유씨, 박 회장과 한통속”

실제로 박 회장은 2005~12년 철선의 재료가 되는 철강 부산물 ‘슬래브(slab)’를 포스코에서 사들이는 과정에서 거래대금을 부풀리거나 매출액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13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유씨 역시 거액의 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이번 사건에서도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코스틸 주주 피해자 모임 측은 “2008년 3월31일 코스틸 31기 주총이 열렸다. 이때 유씨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고 결국 소액주주들의 발언을 방해했다”면서 “유씨는 박 회장과 한통속이고, 결국 그 뒤에는 정준양 전 회장이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정 전 회장을 비롯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포스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코스틸을 비롯한 관계사들에 일감 몰아주기와 리베이트 등 부정한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다수 발견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정 전 회장을 밀기 위해 포스코 인사에 개입한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관계사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사실 포스코 수사의 핵심은 이른바 ‘영포 라인’이라고 불린 MB 측근 실세의 비리였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인사 개입 외에는 MB 정부 실세들의 비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8개월여 동안 진행된 포스코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특히 12월 초 검찰총장 교체 시점과 맞물리면서 농협과 KT&G 건 등 MB 정부에 대한 다른 사정 수사 역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MB 정부에 대한 사정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면서 “내년이 되면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고, 총선이 끝나면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내후년 대선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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