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의 대화] 서울 신정동 살인범은 정말 연쇄살인마일까
  • 배상훈 |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프로파일러) (.)
  • 승인 2015.11.11 16:33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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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범죄 연쇄 가능성 방송…“서로 관련 없는 독립된 사건”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이 2005년 6월부터 11월 사이 서울 신정동에서 발생한 두 건의 장기 미제(未濟) 살인 및 사체 유기 사건과 이듬해인 2006년 5월에 발생한 한 건의 납치 사건을 다뤘다. 방송 의도는 이 세 사건의 범인(들)이 동일하고 나아가 일련의 연쇄성을 가진 사건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지막 납치 사건의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해 범인이 거주했던 공간을 설명하면서 신발장에 붙은 ‘엽기 토끼’ 문양을 부각했다.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2005년부터 신정동에 거주하면서 20대 여성과 40대 주부를 살해해 시체를 유기하고, 또 다른 2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방송이 나가고 나서 필자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범죄학자도 있었고, 일반 학생도 있었다. 진짜 연쇄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너무 엉터리 같다는 항의성 전화까지 다양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대답을 망설였다. 자칫 섣부른 대답이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서 큰 역할을 맡아온 해당 방송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범인을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다소간의 오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강력범죄 수사의 진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오류나 실수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러스트 오상민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번에 방송한 사건 내용은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은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Profiler Team)에서 사건 발생 이후부터 꾸준히 분석해오고 있는 사건들이다. 사건 현장과 수사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실제와 상이하게 방송된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지금도 고민스럽다. 이렇게 이번 사건을 어렵게나마 언급하는 것은 적어도 사실관계 정도는 국민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야만 국민들에게 근거 없는 연쇄살인에 대한 공포를 지우게 하고, 나아가 진짜 범인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이 좀 더 나은 시사 프로그램이 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간절한 믿음도 있다.

살해 방법, 결박 방식 등 서로 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이 세 사건이 서로 관련 없는 독립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편의상 세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①사건, ②사건, ③사건으로 부르기로 하자. 방송에서 주장하고 있는 세 사건의 연쇄성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③사건이 어떻게 ① ②사건들과 연결이 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방송 내용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결 증거는 ‘신정동’이라는 사실 하나와 대략 6개월이라는 간격, 그리고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인이 거주하는 방에 끈이 많았다는 증언 정도다. 그런데 이것을 연쇄 사건으로 연결시킬 만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지 방송 제작진에게 되묻고 싶다.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신정동과 그 인근 정도’라고 특정할 수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이나 절도 사건, 성범죄 사건 등이 얼마나 많은지 한 번 검토는 해봤을까. 프로파일러들은 기본적으로 사건과 사건의 연쇄성을 판별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가진다. 잘못 판정된 연쇄성은 자칫 근거 없는 공포와 지역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 진짜 범인을 잡는 데 심각한 방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소한 10여 가지 이상의 판별 기준으로 연쇄성을 판정한다. 이번 방송이 한 편의 해프닝이 되지 않으려면 좀 더 엄밀한 증거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선 ③사건의 피해자 진술에 주목했다. 방송이라는 한계를 감안해 진술 분석과 행동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지적하듯 피해자의 진술에는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거짓 진술은 아닐지 몰라도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가공한 것 같은 흔적이 엿보인다. 또 진술의 불균등성이라든가, 자기방어에 나선 모습 등을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을 100% 신뢰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방 안에 많았다는 ‘끈’에 대한 진술은 실제 본 것을 진술했다기보다 기억의 삽입이나 확대 해석 등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즉 이 피해자가 분명 납치와 같은 범죄를 당한 것은 맞지만 ① ②사건들과 연결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신정동이라는 위치 정도와 불완전한 ‘끈’에 대한 진술 정도를 가지고 잔혹한 살인 유기 사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너무 나간 이야기 같다.     

사건 ①과 ② 사이의 연쇄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두 사건의 사실관계에 몇 가지 범주에서 상이함이 존재한다. 먼저 시체가 발견된 현장 상황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다르다. 범인에게 정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하게 서술하지는 못하지만 담당 형사들도 체크하지 못했고 그래서 방송에서도 보도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피해자를 살해한 방법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방송에서는 둘 다 ‘경부압박질식사’라고 언급했지만 세부적인 방법은 다르다. 범행을 위해 범인이 사용한 결박 방식도 차이가 있다. ‘끈’이라는 도구가 유사하다고 방송에서 언급했지만 이는 전문가라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신정동 살인 사건에 대해 방송하고 있다. ⓒ SBS

프로파일러팀 분석 자료 참고했어야

다음으로 범행 이후 시체를 유기한 방법 역시 다르다. ①사건의 경우 발견 장소가 초등학교 문과 담 옆의 반(半)개활지이고 ②사건은 발견 장소가 연립주택 옆 벽과 자동차 사이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 이는 ①사건 피해자의 시체에서 나온 ‘공개할 수 없는 물건’과 관련 있고, ②사건 피해자의 시체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그 밖에도 두 사건이 독립된 사건이라는 증거가 두 사건이 연결됐다는 증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고 핵심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두 사건의 연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①사건의 경우 필자가 서울경찰청에 있을 때도 그랬고 퇴직한 이후에도 꾸준히 범인을 추적해온 사건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건이다. 서울경찰청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경찰학교 강의 등에서 교육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의하는 사건 중 하나다. ②사건도 정황은 충분히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사건을 동일범의 연쇄 범죄라는 측면에서 엄청나게 많이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를 포함한 프로파일러들이나 일선 강력범죄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연쇄성 판단에 상당 부분 논란이 있는 사건들이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두 사건을 연쇄살인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도 안다. 지난해 방송 제작진 관계자가 필자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묻기에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다. 결국 반대되는 주장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사실은 소개하지 않은 채 논리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상당 부분 미비한 상황에서 세 사건을 연쇄 사건으로 엮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싶다. 물론 개인으로서 필자의 주장을 배척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 차원에서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이 분석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자료를 참고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파일러팀이 분석한 자료인데 그걸 무시하고 정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수들의 말만 듣고 방송을 한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그 자료를 참고했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나 현장 상황 등에 대한 오류는 없었을 것인데 안타까울 뿐이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사건을 발굴하고 범인을 잡아 정의를 실현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감사한 일이다. 특히 이 방송이 그동안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해온 일에 대해 역시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번 방송을 포함해 간혹 이해되지 않는 아이템과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는 힘들다. 방송 제작진으로부터 시청률과 광고의 압박, 경영진의 회유와 압력 등으로 인해 힘들게 싸우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 필자의 심정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방송에서 범죄를 다룰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백 걸음 중 한 걸음만 어긋나도 많은 이들이 다치고, 또 우리 사회에서 정의는 멀어진다.

※지금까지 귀중한 원고를 연재해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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