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김기사 ‘전자 지도’ 분쟁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11.11 16:35
  • 호수 136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플래닛-록앤올 “지적재산권 침해” “핵심 기술 탈취” 공방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1위 ‘T맵’을 운영하는 SK플래닛과 2위 ‘김기사’를 서비스 중인 록앤올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SK플래닛이다. 이 회사는 10월30일 록앤올이 자사의 전자지도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규모는 5억원이다. SK플래닛은 “록앤올이 2014년 8월 계약을 중단하는 데 합의하고 1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이후에도 우리 회사의 전자지도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플래닛은 록앤올이 자사의 전자지도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로 ‘워터마크’를 제시했다. 이는 제작자가 지도 속에 남겨두는 일종의 표식이다. SK플래닛은 워터마크를 오타 형식으로 남겨놨다고 주장한다. ‘나주’ 지명을 ‘나두’로, ‘황룡’ 지명을 ‘황룔’로 기록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SK플래닛은 이런 오타가 김기사에서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또 충청북도 단양군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 시설물인 ‘성웅교’를 교량으로 등록해 삽입했고,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호 왼쪽 상단에 실제 지형과 다른 홈을 파놓았다고 했다. 불법 사용 추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장치인데, 이 역시 김기사에서도 발견됐다는 게 SK플래닛 측의 주장이다.

록앤올의 박종환 공동대표가 11월3일 서울 역삼동 록앤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자지도 무단 사용 여부 놓고 소송

이런 사실이 공론화되자 록앤올은 11월3일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대응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록앤올은 T맵의 지도를 도용하거나 침해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록앤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T맵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다. 또 7월1일부터는 전자지도 서비스업체인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상용 지도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지도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록앤올은 똑같은 오타가 발견된 배경에 대해 데이터 개발자가 다른 업체의 지도를 참고해 수기로 명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도를 제작할 때는 작업자가 시중에 있는 오픈된 지도를 보면서 오류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오타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후 양측의 분쟁은 의혹 제기와 해명을 되풀이하며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흘러갔다. ‘꼬리 물기식’ 다툼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무차별로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록앤올이 무대응 방침을 들고나왔다. 일단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그러나 김기사에서 T맵 지도를 삭제했다는 입장은 기존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법원에서 소명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전자지도 도용 여부는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사실관계 파악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로서 세간의 시선은 록앤올이 SK플래닛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록앤올이 SK플래닛과 계약 관계를 청산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된 배경이다. 록앤올은 계약 기간 중에 SK플래닛의 일방적인 지도 제공 중단 통보 등 ‘갑질’과 부당한 기술정보 요구 등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록앤올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플래닛은 갑질은 전혀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록앤올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인데,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도 내놓지 않은 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갈등으로 프레임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며 “록앤올은 지난 5월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돼 더 이상 중소기업으로 보기도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계약금 대폭 인상, 기술 탈취 시도 주장도

그렇다면 록앤올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뭘까. 시간은 201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록앤올에 따르면, 당시 타사의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준비와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현재 SK플래닛에 통합된 SK M&C가 T맵 전자지도 사용 계약을 제안했다. 당초 록앤올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향후 T맵과의 경쟁 관계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SK플래닛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에 록앤올은 2011년 1월부터 T맵의 전자지도 사용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3월 김기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플래닛 서울 사무소 입구. 오른쪽 사진은 T맵(왼쪽)과 김기사 내비게이션 초기화면 이미지. ⓒ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

록앤올은 이후 SK플래닛의 압박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플래닛이 매년 일방적인 지도 제공 중단 의사를 통보하며 계약금 인상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록앤올은 SK플래닛의 전자지도 없이는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 2012년 재계약 당시 최초 계약금의 250%, 2013년에는 375%에 달하는 계약금 인상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또 SK플래닛이 언론을 통해 김기사의 성공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계약 중단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왔기 때문에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면 계약 종료와 사용료 재협상을 알리는 건 거래 관계상 정상적인 절차였다”며 “처음 전자지도를 공급할 당시 벤처기업 지원 차원에서 통상 가격의 10% 수준으로 제공했지만 이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계약금이 인상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가 나갈 때마다 계약 중단을 언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록앤올이 김기사가 T맵을 곧 추월한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해왔다”며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록앤올은 또 SK플래닛이 지난해 초 계약 연장 직후 전자지도 제공 중단을 통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록앤올은 2013년 초부터 자체 제작한 전자지도를 새롭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SK플래닛에 휘둘릴 경우 사업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준비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계약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계약이 무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록앤올은 또 SK플래닛이 기술 탈취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사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듬해인 2012년 중순께 SK플래닛은 록앤올에 인수 제안을 했다. 이후 기밀 유지 협약을 맺고 2개월에 걸쳐 기술 실사를 진행하는 등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그 배경에 대해 록앤올은 SK플래닛이 김기사의 핵심 기술에 대해 과도한 정보공개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록앤올은 SK플래닛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의 없이 직원 6명을 파견해 벤치마킹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K플래닛 관계자는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정보공개 요구였다”며 “검토 결과 인수 메리트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무산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직원을 파견한 건 전자지도 공급자로서 정당한 사업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SK플래닛, 올해 초에도 벤처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  
최태원 회장 처남 회사에 일감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


SK플래닛이 벤처기업과 지식재산권 침해를 놓고 분쟁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올해 초에도 비슷한 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경찰 신고를 당한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지온네트웍스이다. 이 회사는 SK플래닛의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 교체 시 전화번호와 사진 등을 옮기는 솔루션인 ‘모비고’를 개발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SK 대리점과 판매점에 공급해왔다.

문제는 2013년 말 SK플래닛이 모비고를 대체할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다. 당시 SK플래닛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인크로스에 맡겼다. 인크로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처남 노재헌 변호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SK플래닛은 압도적인 점수 차로 SK텔레콤의 납품업체에 선정됐다. 지온네트웍스는 지식재산권 침해 및 업무방해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고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회사는 당시 “SK플래닛이 모비고를 베껴 급조한 소프트웨어로 입찰에 참여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플래닛은 기술 침해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맞고소를 언급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SK플래닛은 지온네트웍스와의 수차례 물밑 접촉을 통해 기술 도용 의혹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합의를 마치고 지온네트웍스는 공정위 제소와 경찰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해상, 해외여행자 보험사기 관련 



 

시사저널은 지난 1352호 관련 기사에서 국내 대형 보험사 4곳(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이 해외여행자 보험 업무를 대행하는 미국 T사에 최대 2000여 억원으로 추정되는 사기를 당했고, 경찰 측 추산으로는 현대해상 등이 200여 억 규모이며, 보험법상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기업인 T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맡겨서는 안 되고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지난 12년간 T사에 지급한 총 보험금은 약 7억1000만원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현대해상은 이들 금액이 전액 적법한 절차로 지급됐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보험업법에 의하면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에게 업무를 위탁해야 하나 보험 사고가 외국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 적용이 되기에 T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맡긴 것은 불법이 아니고, 현대해상의 경우 T사에 지급한 내역을 확인한 결과 T사 명의로 송금되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