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임원에게 난 이렇게 당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11.11 17:55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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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 전직 임원, 주가 조작 혐의 수사 중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 © 시사저널 최준필

국내 10대 증권사 중 하나인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증권사 강남금융센터 임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일부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10월28일 접수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속히 수사에 들어갔다. 사건 접수 이틀 만인 10월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현재 강남 경찰서에서 수사 지휘를 받아 사건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사건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검찰에 고소된 메리츠종금증권 임원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해당 주식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장기 투자용으로 주변에 추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공개 정보를 공유했다거나, 임의적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소장에 첨부된 녹취록에는 이 임원이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대표를 만나 미공개 내부 정보를 들었고, 순차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재계의 유명 인사 여러 명이 이 회사에 투자해 평가 차익이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오테크닉스와 ㈜한진 두 종목 매수하라”

사건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고소인 윤 아무개씨는 당시 지인을 통해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 임원 김 아무개씨를 소개받는다. 윤씨는 김씨로부터 “이오테크닉스와 ㈜한진 두 종목을 매수하라”는 추천을 받게 된다. 이오테크닉스는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을 오르내리는 종목이다.

시가총액만 1조원이 넘으며, 지난해 3018억원의 매출과 5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진은 한진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회사다. 정석기업이 21.6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7%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씨가 두 종목을 추천한 직후 이오테크닉스와 ㈜한진의 주가는 상승을 거듭했다. 이오테크닉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다. ㈜한진의 주가 역시 4개월여 동안 30%이상 급등했다. 특히 이오테크닉스의 경우, 주가가 최고 정점일 때 성규동 대표이사가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성 대표는 1월27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회사 주식 12만주를 매각했다. 당시 종가가 12만7100원임을 감안하면 성 대표는 최소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개입했는지 여부가 향후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소장에는 김씨가 이오테크닉스 대표를 만나 주가 관리를 협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윤씨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주가 조작에 관여한 근거로 김씨와 나눈 전화통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녹취록은 지난 6월16일과 7월16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어제 (이오테크닉스) 사장 미팅했다. 오늘 바닥쳤고, 3분기부터 숫자 좋아진다고 한다. 4분기에는 깜짝 놀랄 거다. 실제로 다 맞더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심지어 “지금 두 가지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은 안 된다”며 “이오(테크닉스)부터 잡아놓고,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그다음에 한진을 신경 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오테크닉스나 성 대표 측은 현재 답변을 김씨 쪽에 넘기고 있다. 성 대표의 한 측근은 “괜한 구설 때문에 건실한 기업이 상처받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김씨 쪽에서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정점에 있을 때 성 대표가 주식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메리츠종금증권 전직 임원의 녹취록(왼쪽)과 검찰 고발장. 윤씨는 고발로 접수했지만 중 검찰은 고소 사건으로 수사 중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고소당한 전직 임원 김씨 “사실과 다르다”

기자는 11월6일 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을 퇴사한 상태다. 김씨는 “나는 브로커다. 고소인뿐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며 “녹취록 내용처럼 실제로 성 대표를 만나거나 주가 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주식도 윤씨에게 직접 추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올해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어쩔 수 없이 고소인과 통화한 것이 녹음됐고, 검찰에까지 제출돼 당황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말 고소인 윤씨에게 거액의 수표를 바꿔간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고소인에게 김씨가 3억원의 자기앞수표를 교환해갔기 때문이다. 고소장에는 김씨가 바꾼 수표 번호와 매수 발행일자 등과 윤씨가 교환해준 수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윤씨는 “이 수표는 이오테크닉스로 수익이 많이 나게 해줘 감사하다는, 고객에게 주는 사례금이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이 이오테크닉스의 실적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 정보 등 민감한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점도 의문이다. 윤씨는 이오테크닉스의 기술 개발부터 장비 수주, 인력 스카우트 과정, 심지어 중국과 유럽의 레이저 장비회사와의 영업 제휴를 위한 회사 주식 스왑 계획까지 알고 있었다. 윤씨는 이 정보가 성 대표를 통해 김씨가 들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이유로 윤씨에게 수표를 바꾼 것은 맞지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파심에 국세청에도 질의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녹취록이나 수표 등으로 그동안 윤씨에게 적지 않은 압박에 시달렸고, 최근 회사까지 그만뒀다고 말한다. 김씨는 “윤씨가 들었다는 정보는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시시비비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리츠 종금 전 임원 주가 조작’ 관련 반론보도문

본 매체는 지난 11월9일 ‘메리츠종금증권, 주가 조작 혐의 수사 중’ 제목의 기사에서 “메리츠종금증권 전직 임원 김씨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일부 종목을 ‘윤씨’에 직접 추천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직 임원 김씨는 “‘윤씨’에게 직접 투자 종목을 추천한 적 없고, 투자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해당 사건은 메리츠종금증권과는 무관한 개인 간의 고소 사건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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