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해외 진출의 명과 암] ② 해외로 쫒기는 스타트업들, ‘소프트웨어 난민’ 논란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1.13 17:19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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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규제·대기업 기술탈취 등 문제로 해외 문 두드려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잡플래닛 인도네시아 페이지 모습/ 사진=잡플래닛)

잡플래닛 인도네시아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모체인 한국 웹페이지보다 인도네시아 잡플래닛 페이지 트래픽이 더 많을 정도다.

표면적으로 보면 잡플래닛의 해외 진출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국내에 경쟁 서비스가 많은 데다 시장도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속내를 보면 다른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직자나 퇴직자, 면접 경험자가 기업 리뷰(review)를 올리는 서비스가 문제가 되면서 해외로 쫒겨가듯 진출했다는 것이다.

◇ 한국식 규제에 해외 나가

리뷰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었다. 한국에선 형법 307조에 따라 사실을 올려도 개인이나 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가 가능하다. 외국에는 없거나 사문화된 법이 잡플래닛 리뷰에 대한 필터링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한 잡플래닛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자사에 부정적인 리뷰가 올라올 경우 전화해서 내용 증명을 보낸다거나 소송을 건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규제때문에 리뷰 거절율도 높았다. 리뷰 거절이란 게시 요청된 리뷰 중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잡플래닛 자체적으로 게시하지 않는 것이다. 즉 리뷰에 대한 자체검열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검열을 하다보면 리뷰에 대한 사용자들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리뷰 게시를 거절당한 사용자들의 불만어린 글들이 올라와있다. 기업에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지 않을 경우 리뷰는 광고와 차이가 없어진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규제 움직임 때문에 해외로 법인을 옮긴 사례도 있다. 게임업체 넥슨은 2002년 설립한 넥슨 제팬을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며 본사를 옮겼다. 당시 업계에선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 움직임이 넥슨 본사 이전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 정직하지 않은 문화도 문제

국내 사용자들 문제로 해외로 나가는 업체 사례도 많은 편이다.

한 간편 결제 업체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 업체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결제 방식 도입을 꺼리는 게 일차적 문제였다. 하지만 사업을 할수록 개인 사용자가 부정사용을 하면서 결제 중개 업체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국내 사용자의 부정사용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사용해놓고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하는 고객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카드사는 책임을 고객에게 넘기는데 고객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사용했다면 결제를 중개한 우리가 피해액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탈취 피해로 소송전을 벌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국내 중소 벤처 기업이 대기업·금융기관에 기술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다. 우리은행에 자사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한 보안 솔루션 업체 비이소프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표세진 비이소프트 사장은 “우리은행과 소송전 때문에 국내 영업을 하기가 힘들다”면서 “일단 해외로 나갔다 역으로 들어오는 전략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영업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소송과 경찰 대질신문이 이어지면서 표 사장 스스로가 해외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용 보안 소프트웨어는 베타버전이더라도 개발사가 직접 고객사 맞춤형으로 설치를 진행해야 한다.

표 사장은 “외국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현지업체와 수익 분배에서도 불리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국내 금융기관 카르텔이 심해 비투씨(B2C,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나 해외 영업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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