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해운선사들, 놀라운 흑자행진.. 대형사들 ‘실적 비상’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1.13 17:17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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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정부 조선사에게만 지원하는 건 불공평”

“해운시장이 얼어붙으면 먼저 죽는 건 곰이지 개미가 아니다”

글로벌 조선·해운 한파가 매서운 가운데, 중소형사들이 깜짝 놀랄만한 실적을 매년 거두고 있어 화제다.

흥아해운, KSS해운 등 덩치가 작은 중소형 선사들은 올해까지 수년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액수가 큰 계약건을 두고 다투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과 달리, 소규모 중장기 계약 위주의 중소형 선사들은 불황 여파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들은 불황의 여파로 돈줄이 말라붙은 상황이다. 구조조정, 비용절감, 다각화 등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게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작은 ‘H’ 뛰고, 큰 ‘H’는 기고

한진해운은 올 3분기 매출 1조9414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9%, 81.6% 감소했다. 100억 초반의 영업익은 국내 1위 대형 선박 덩치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운선사 업계가 다 불황인 상황에서 영업익을 기록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실적 회복을 위해 다각적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업계가 불황을 외치지만 국내 중소형 해운선사는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올 3분기 매출액 2122억800만원, 당기순이익 52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3.4%, 43.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억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6% 증가했다.

흥아해운은 매출이 늘은 이유를 아시아 역내 거래가 늘었고, 글로벌 불황에 따른 계약취소 등의 악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업계 “덩치 클수록 무너지기 쉽다”

한진해운과 흥아해운 외 국내 선사기업들도 실적이 회사규모와 반비례 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2위 현대상선은 한진해운보다 사정이 더 심각하다.

11일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현대아산 지분 67.58% 중 33.79%를 매각해 358억 원을 마련하고 현대엘앤알 지분 49%를 팔아 254억 원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등을 담보로 신탁하고 2500억원을 차입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 받은 1986억원을 변제했다. 3분기 영업실적은 적자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중소선사 KSS해운은 3분기에 매출 390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순이익은 8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5.4% 늘었다.

KSS해운 관계자는 “가스선대와 케미칼 선대의 장기화물운송계약(COA)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대형선사와 중소형선사 간 실적이 갈림김에 들어선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내해운사 K과장은 글로벌 선사를 곰으로 중소형 선사를 개미로 비유했다. K과장은 “산불이 났을 때 곰이 개미보다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라며 “매출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큰 리스크를 의미하기도 한다. 거래규모는 적지만 경쟁이 덜한 중소형조선사들이 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공식적 라인을 통해 자발적 합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선난을 겪는 두 업체를 합쳐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지만, 업계는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비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해운업계가 불황인 가운데 국내 해운사가 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의 일방적 잘못으로 매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에는 조 단위 지원금을 퍼부으면서 해운사에게는 일방적 구조조정을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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