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프로젝트’ 롯데 ECC 사업, 저유가 장기화에 타격 우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1.13 17:56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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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탄 가격 경쟁력 약화와 미국 업체의 설비 증설 부담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약 3조원을 투자한 에탄분해시설(Ethane Cracking Center·ECC)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유리한 에탄분해시설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롯데케미칼은 납사분해시설(Naphtha Cracking Center·NCC)을 이용해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왔다. 이 시설에는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Naphtha)가 원료로 투입된다. 따라서 고유가 상황에서는 원료 값이 높아져 마진이 줄어든다.

이때문에 롯데케미칼은 2011년 중반 고유가 탓에 기초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이 10%내외에서 손익분기점(BEP)수준까지 급감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 원료 다변화 전략을 세웠다. 납사와 더불어 에탄(ethane)을 원료로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에탄은 셰일가스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것으로 고유가 상황에서는 에탄을 원료로한 에틸렌 제품이 납사를 원료로한 에틸렌 제품보다 마진이 높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다만 에탄을 이용할 경우 에탄분해시설(Ethane Cracking Center·ECC)을 새롭게 지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납사분해시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CC 건설에 3조원을 들였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 회사 액시올과 합작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018년부터 연간 에틸렌 100만톤을 생산하는 ECC를 짓는다. 또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단지를 완공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롯데케미칼은 유가가 40달러 이상이면 에탄으로 만든 석유화학 제품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하고 있다. 이 경우 ECC 제조 원가는 NCC 대비 절반 수준이다. 중동 에탄가스 기반 석유화학제품도 기존 납사 기반보다 ⅓ 정도 가격이 싸다.

우려의 목소리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초반으로 떨어지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ECC 대비 NCC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에틸렌 제조마진은 북미 ECC(에탄크래커, Ethane Cracking Center) 톤당 273달러, 아시아 NCC(나프타크래커) 톤당 239달러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과정에서 C3 이하 부산물이 발생하는 NCC 경우 부산물 가격에 따라 제조 마진이 오히려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NCC 경쟁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이 원유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인도네시아 재가입으로 산유량 상한을 3000만배럴에서 3100만배럴로 올릴 것을 저울질 하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장(CEO)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란이 내년 시장에 복귀하면 유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ECC 증설량도 문제다. 2010년대 초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자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북미 석유화학 업체들을 중심으로 에탄크래커(ECC) 신증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2016년 기준 NCC는 증설은 없지만 ECC 설비는 500만톤 규모로 완공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ECC가 완공되는 2018년에는 총 672만톤 규모의 ECC가 증설된다.

이는 에탄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CC 증설로 에탄 수요는 늘어날 전망인데 저유가 기조에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마저 줄이고 있다. 원요인 에탄 가격이 오르면 ECC 채산성은 떨어진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4일 발간한 ‘2016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유가 급락으로 미국의 원유시추 기수(Rigs Count)가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추기가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10월에는 약 1000여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의 경우 프로필렌 경제성을 보고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810억원이 투자됐지만 계획 당시와는 달리 공급 과잉 상태에 이르렀다”며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에탄 가격이 오른다면 3조를 투자한 ECC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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