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원들 “언제까지 흑백으로 갈려 싸워야 하나?”..勞勞갈등에 한숨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1.16 17:01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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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어용노조가 촉발시킨 갈등일 뿐...노조 내 분위기 좋아”
현대중공업 내 집행부 지지층과 어용노조원 간 갈등골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같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같이 지내야 되는데 내분이 너무 지나치다”

임금인상을 두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내부 갈등에 휘말렸다. 임금협상이 틀어진 상태에서 현장 노조 간 이념전쟁까지 겹치며 내분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 내 갈등이 10월 노조 집행부 선거 이후로 과열되고 있다. 파업 참가 여부 등을 두고 쌓인 앙금이 현 집행부가 임금인상을 관철하지 못하자 격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장직 노조 관계자 최모씨는 “노동조합은 모두 같은 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지만 노조 선거기간에 들어가면 지지성향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며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후유증이 큰 듯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과거 ‘잘 나가던’ 현대중공업 이미지가 격하되며 내부 사기가 떨어졌다. 또 파업을 참여하지 않은 이들은 파업 참가자들이 자신들을 따돌리고 잔업을 몰아주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씨는 “과거에는 현장직 같은 반 내에서 만큼은 서로를 챙기려는 모습이 있었다”며 “특히 선후배간 존중의 문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메신저 단체방을 만들어 특정 인물을 싸잡아 욕하는 상황도 벌어진다”며 “우리가 그렇게 욕하는 정치집단 모습을 노조가 닮아가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을 두고 현장직 간 의견이 갈리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 = 현대중공업 노조 자유게시판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현장직 간 갈등문제를 풀어야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ID ‘단결.투쟁’은 지난 8일 ‘이제 갈등은 그만’이라는 게시글 댓글란에 “나 또한 갈등을 풀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게 안고 가기엔 좋지 못하지 않냐”며 “우리팀은 파업 참가자들 따로 조 만들어서 특근 잔업 안 해도 되는 프로젝트 쪽으로 빼 버리고 일명 ‘우리편’이라고 불리는 선배들만 특근 잔업을 많이 시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갈등의 핵심은 결국 노조 내 ‘이념 전쟁’ 단면이라 풀이한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 간 갈등이 지난 10월 치러진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기호2번을 찍은 어용노조가 촉발시킨 문제로, 노조 전체의 모습은 아니라고 일축한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노조 내 분위기는 오히려 창사 이래 최고다. 모두 하나가 돼 사측과 투쟁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갈등을 말하는 이들은 사측 편에 서있는 어용노조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을 확실히 무너뜨렸어야 하는데 아쉽다. 기호 1번 득표율이 70% 넘었다면 좋았을 것”이라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8일 전체 조합원 1만6915명을 대상으로 제21대 임원선거를 실시했다. 당시 조합원 1만5638명(92.4%)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9597명(61.3%)의 지지를 받은 기호 1번 백형록 후보가 5901표(37.7%)를 얻은 데 그친 기호 2번 서필우(54)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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